승민의 첫돌 승민의 첫돌 승민이가 첫돌을 맞던 날, 주지봉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올해는 꽃이 좀 늦게 핀다 싶더니 승민이의 돌맞이를 기다려 준 것 같다. 서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승민이가 태어난 지 백일 되던 날은 할아비 할미가 있는 곳으로 와서 기렸는데, 돌날은 저희 집에서 기리기로.. 청우헌수필 2012.04.12
도시에서의 5일간 도시에서의 5일간 “……이제 한 쌍의 비익조가 되어 희망찬 새 인생을 출발하는 두 사람에게 앞으로 더욱 값진 인생을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몇 가지 당부를……” 신랑은 멋지고 신부는 아름다웠다. 앞에 선 싱그러운 젊은이들을 향해 내 지난 삶에서 느끼고 겪은 일들을 되새기며, 서로.. 청우헌수필 2012.03.29
명지바람 타고 오는 봄 명지바람 타고 오는 봄 성 씨의 연구실이 문을 열었다. 우리는 성 씨의 작업장을 연구실이라 부른다. 성 씨의 연구실에는 여러 가지 것들을 짜고 만들기 위한 각종 공구며 장비들이 즐비하다. 그것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술을 빚기 위한 양조 도구며 술통들이다. 성 씨는 .. 청우헌수필 2012.03.19
봄·캠퍼스 봄·캠퍼스 “출석은 카드가 다 체크해 주기 때문에 부를 필요가 없군요. 그래도 이름은 알아야겠지요? 대답하면서 손을 한번 들어봐요.”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나갔다. 손을 들면서 대답하는 얼굴들이 모두 봄이었다. 모두들 화사하게 피어나 있었다. 강의실은 봄으로 가득 차 있.. 청우헌수필 2012.03.11
손원희 할머니 손원희 할머니 “……몇 달 전 선생님께서 조선일보 에세이란에 기고한 ‘대문을 괜히 달았다’를 읽고 감명을 받은 할머니입니다.……제가 만든 실내화와 바늘꽂이를 선물로 보내고자 하였으나, 몇 달을 몸이 불편해서 바느질을 할 수 없어서 이제야 조금 나아 보내드립니다. 비소(誹.. 청우헌수필 2012.03.02
2월26일 2월26일 “2011년2월26일. 토. 맑음. 제1막의 인생을 정리하는 날이었다.” 그날 일기장의 첫머리를 이렇게 적었었다. 참 맑은 휴무 토요일이었다. 거처해 오던 사택을 떠나기로 했다. 세간을 차에 다 싣고는 몸 뉘었던 방을 쓸고 닦았다. 내 한 생애의 마무리였다. 새 삶의 터 문경 마성을 향.. 청우헌수필 2012.02.26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제 여러분들은 모교가 추구하는 정신인 그 'I'를 껴안고 더 넓고 큰 세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더 큰 인생의 배를 띄우는 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은 교표 'I'에 담긴 Identity(정체성 확립), Impression(감동 교육), International(국제적 인.. 청우헌수필 2012.02.18
동제(洞祭)를 올리며 동제(洞祭)를 올리며 “오늘 대보름을 맞이해서 마을 신당에서 동제를 올립니다. 참여하실 분은 신당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미명의 신새벽에 이장의 카랑한 목소리가 회관의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진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손을 깨끗하게 씻고 얼굴도 정성들여 닦았다. .. 청우헌수필 2012.02.08
설날의 설렘 설날의 설렘 섣달 스무 여드렛날, 아들네 식구는 자정에 집을 나서 오고, 딸네 식구는 미명의 새벽을 달려 노친네가 사는 한촌에 이르렀다. 설레어서 설인가, 아비어미를 만나는 기쁨에 잠을 뿌리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오랜만에 슬하들을 만나는 설렘이야 늙은.. 청우헌수필 2012.01.25
한촌의 겨울 밤 한촌의 겨울 밤 한촌의 겨울밤은 참 길다. 동지를 지나고 해가 바뀌었는데도 겨울밤은 길기만 한 것 같다. 한촌의 겨울밤은 마을을 감싸는 땅거미와 함께 정적에도 깊이 싸이게 한다. 집집마다 창 밖으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만이 사람 사는 곳임을 알려 줄 뿐이다. 그 희미한 .. 청우헌수필 201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