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14

풀은 강하다

풀은 강하다   골짜기로 든다. 길은 언덕 아래로 이어진다. 밭을 이고 있는 언덕배기는 무성한 풀밭이다. 밭에는 콩이며 고추며 감자며 옥수수며 여러 가지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지만, 언덕배기에는 누가 가꾸지 않아도 절로 나는 갖가지 풀들이 살고 있다. 꽃 안 피는 풀은 없다. 언덕배기는 갖가지 꽃이 어우러진 화원인 셈이다. 봄까치꽃, 현호색, 꽃다지 냉이, 씀바귀, 애기똥풀, 개망초, 돌나물, 미나리냉이, 쇠별꽃, 별꽃, 괭이밥 …….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꽃들이 철철이 다투어 피고 진다.  고요와 평화가 있는 골짜기를 향해 걷는 재미도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하지만, 걸으면서 보는 언덕배기의 풀꽃들이 설렘으로 다가와 눈을 흠뻑 적시곤 한다. 그 꽃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다가 보면, 어떨 때는 골짜기로 드는 ..

청우헌수필 202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