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가 잘렸다 상사화가 잘렸다 상사화가 잘려 쓰러졌다. 마을 숲에 다소곳이 피어있던 상사화가 쓰러져 널브러졌다. 소나무며 느티나무며 팽나무며 오래된 나무들이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마을 숲은 마을 사람들의 아늑한 품이다. 노거수 아래에는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단이 설치되어 있고, 나.. 청우헌수필 2012.08.27
초원의 별 초원의 별 태양이 뜨거운 만큼이나 논들의 푸름도 짙어져 갔다. 초원을 이루며 짙푸르러 가는 논들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싱그러운 청량감에 젖게 했다. 망두걸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초원의 푸른빛을 보며 희열에 젖는다. “그렇게도 덥더니만 나락이 잘 컸네!” “역시 여름은 좀 따.. 청우헌수필 2012.08.16
길 다듬기 길 다듬기 비가 많이 내렸다. 많이 기다리던 비다. 콩을 심어 놓고 속을 태우던 사람들이 제일 좋아했다. 강물도 많이 불었다. 바닥을 드러내 보이던 강물이 이젠 봇둑을 넘어 처렁처렁 흐른다. 넘치는 강물만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하다. 비 온 다음날 아침 여느 때처럼의 산책.. 청우헌수필 2012.07.11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남원의 혼불문학관이며 전주의 최명희문학관으로 다리품을 파느라 어제는 주지봉을 오르지 못했다. 오늘 마침 해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어서 여장을 풀자마자 주지봉으로 향했다. 날마다 오르는 주지봉에는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늘 혹.. 청우헌수필 2012.07.03
정 깊은 고향 못고개에 살렵니다 정 깊은 고향 못고개에 살렵니다 -2012.6.15. 17:40 KBS 1TV <고향에세이 '사노라면'> “농부의 손이 짓는 예술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이 고향입니다. 푸근한 고향 인심이 닫았던 마음도 열어놓게 만듭니다.……” 프롤로그 내레이션과 함께 .. 청우헌수필 2012.06.18
고향 에세이 '사노라면' 고향 에세이 '사노라면'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는데요, 누구 댁도 누구 댁도 오고, 그런 분위기가 가능하겠습니까, 오늘 저녁에 촬영할라 카거든요.” “그거야, 우리가 늘 하는 건데요, 뭐!” 피디가 오늘 저녁에는 대본에 있는 대로 마을 사람들이 정답게 모여 저녁을 함.. 청우헌수필 2012.06.11
세상은 보는 대로 세상은 보는 대로 “카메라 빨리 좀 가지고 와 봐요!” 대문간에 서서 논들을 바라보고 있던 아내가 집 안을 향하여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며 바삐 카메라를 가지고 뛰쳐나가니, 아내는 논 한가운데서 모를 심고 있는 아낙네를 가리켰다. “저 모습 한 번 찍어 봐요, 얼마나 보기 좋아!” .. 청우헌수필 2012.06.04
4월의 기억 4월의 기억 4월은 반란처럼 왔다. 그리고 진압된 반란처럼 가버렸다. 그 4월 어느 날 아침 마을 앞 강둑에는 혁명이 일어나고 말았다. 낌새가 보이긴 하길래 곧 무슨 일이 벌어지려니 하고 짐작은 했었지만, 그렇게 갑자기 일이 터질 줄은 몰랐다. 바람살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가 싶더니 .. 청우헌수필 2012.05.07
살구꽃 핀 마을은 살구꽃 핀 마을은 -이호우 이영도 시인 생가를 찾아서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 반겨 아니 맞으리 한촌의 따뜻한 인정과 넉넉한 정취를 노래한 이호우(李鎬雨, 1912∼1970)의 ‘살구꽃 핀 마을’이다. 교과서에도 실려 널리 .. 청우헌수필 2012.04.23
한촌의 한봄 한촌의 한봄 강둑에 벚꽃이 활짝 피던 날, 논들 수로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올해 첫 통수라고 수로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남쪽의 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지만, 한촌엔 벚나무 가지가 볼그레한 빛이 조금 감돌뿐 꽃은 .. 청우헌수필 201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