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2

의사의 경고를 어겼다

의사의 경고를 어겼다 의사의 경고를 어겼다. 의사가 오르지 말라는 산에 오르고 말았다. 어쩌다 척추에 금이 가는 변고를 당했다. 십여 일 입원하면서 갈라진 금을 붙이는 치료를 하고, 퇴원하고서도 계속 가료 중이다. 산은 평지보다 허리에 더 무리한 힘이 가해질 수 있고, 때에 따라 치명적인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기동할 만할 즈음부터는 잠시간씩 걷는 것도 회복에 도움 되는 일이라기에 순탄한 길을 잡아 조금씩 걸었다. 늘 다니던 강둑길로 나가서 맑게 흐르는 물을 보며 위안 삼기도 하고, 고요한 골짜기를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해가 바뀌어 겨울 가고 봄이 왔다. 시나브로 오는 봄과 함께 땅속에 묻혀 있던 상사화 둥근 뿌리가 잎 촉을 내밀기 시작하여 점점 자라 오르고, 두렁에는 하늘..

청우헌수필 2024.03.24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다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다 강둑을 내려와 골짜기로 든다. 강을 품고 있는 강둑을 내리면 산골짜기로 드는 길과 들판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들길을 따라 집으로 갈 것을, 요즈음은 골짜기 깊숙한 곳까지 들었다가 돌아 나와 들길을 지나 집으로 향한다. 여느 때는 아침엔 들판과 강물을 옆구리에 끼고 강둑을 거닐고, 저녁 무렵엔 고샅을 지나 산으로 오르곤 했다. 산을 오를 수가 없게 되었다. 무슨 병 탓인지 갑자기 쓰러지면서 등뼈에 금이 갔다. 어려운 시술 끝에 금을 붙이긴 했지만, 산에는 오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아침저녁의 걸음을 합쳐 강둑을 거닐다가 골짜기로 든다. 언덕 중허리에서 정한 물이 나는 샘골을 지나 속삭이듯 흐르는 도랑물 소리를 들으며 깊숙한 걸음을 옮긴다. 한 발짝 한 발짝 골의 깊이를 더해..

청우헌수필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