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회한 -마성을 떠나며 감동과 회한 -마성을 떠나며 울릉도로 발령이 났다. 7년 전 이맘때도 울릉도로 발령이 났었다. 그 때 울릉도로 가면서 산다는 것이 바로 '바다 건너기'라고 생각했다. 파도를 헤치면서 바다 너머에 있는 섬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 섬에 닿았다. 그리고 섬을 즐거움.. 마성일기 2007.02.21
주지봉에 세운 빗돌 -마성일기·45 주지봉에 세운 빗돌 -마성일기·45 ㅇ 주지봉 만나기 임지를 옮길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바깥의 일은 주민등록지를 옮기는 일이다. 임지는 곧 내 삶의 터, 그 터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이 되어 내 삶을 꾸려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일은 길 찾아 나서기다. 전입 .. 마성일기 2007.01.23
그러나 가을은 -마성일기.44 그러나 가을은 -마성일기·44 이 한촌 벽지의 가을을 다시 맞고 싶지는 않았다. 온갖 풀이며 나무들이 무성하게 살고 있고, 질펀한 들판이 펼쳐져 있고, 우뚝한 산이 사방으로 둘러쳐진 곳의 가을은 한 번만 겪는 것으로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산이며 들판의 그 현란한 빛깔의 잔치, 여기 저기서 툭툭.. 마성일기 2006.11.13
유붕이 자원방래면 -마성일기.43 유붕이 자원방래면 - 마성일기·43 친구가 먼 길을 찾아왔다. 박 선생이 내 적적히 사는 사택을 찾아 온 것은 구월이 다하는 날의 토요일이었다. 대구에서부터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길을 바꾸어 한참을 헤맨 끝에 땅거미 짙어오던 저녁 무렵에야 내 사는 집에 이르렀.. 마성일기 2006.10.26
세월을 보다 -마성일기.42 세월을 보다 - 마성일기·42 오늘 해거름에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달려나간다. 마을을 지나 신작로를 가로질러 방죽 위를 달린다. 무성한 갈대며 물풀 사이로 파란 하늘을 담은 물이 흐른다. 푸른색이 조금씩 엷어져 가는 건넛산 위에 해가 걸려 산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봄의 그 화사했던 .. 마성일기 2006.10.26
마성에 비 내리면 마성에 비 내리면 - 마성일기·41 마성은 한때 온 천지에 시커먼 석탄가루가 풀풀 날리던 탄광촌이었다. 그 때 사람들은 까만 옷에 까만 얼굴로 살았다. 그래도 그 땐 사람들도 많고, 동네도 번성하고, 기차도 다녔다. 이삼십 년 전의 일이다. 탄광이 모두 문을 닫은 지 십 오륙 년이 지난 지금은 산도 푸.. 마성일기 2006.07.12
마성의 하오 6시 마성의 하오 6시 - 마성일기·40 주지봉을 오른다. 큰비 아니고 큰 눈 아니면, 어지간한 비에도 어지간한 눈에도 나는 주지봉 오르기를 마다 않는다. 웬만한 비바람도 웬만한 눈보라도 나의 주지봉행을 가로막지 못한다. 숲을 헤치고 돌길을 지나고 바위를 타고 등걸나무 가로놓인 층계를 딛고 가풀막 .. 마성일기 2006.06.29
나무도 보고 별도 보고 나무도 보고 별도 보고 - 마성일기·39 정 선생과 두 김 선생이 마성을 다녀갔다. 부인들과 함께 내가 사는 마성을 찾아왔다. 지난 날 한 곳에서 근무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들 대구에서 이웃한 곳에 살았다. 가끔씩 만나 살아 온, 혹은 살아 갈 이야기나 같이 나누자며 넷.. 마성일기 2006.06.15
아내를 매수하다 아내를 매수하다 - 마성일기·38 나는 경북 문경시 마성면에 살고 있다. 몸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증의 주소와도 함께 살고 있다. 따라서 나는 지금 명실상부한 문경 시민이요, 마성 면민이다. 나는 울릉도에 살 때는 울릉 섬사람이었고, 의성과 선산에 살 때도 그 고장 사람이.. 마성일기 2006.06.02
녹음의 그늘 녹음의 그늘 - 마성일기·37 경상도의 북단 마성의 봄은 허망했다. 언제 왔다가 어떻게 가버렸는지 기억조차 황황하다. 싹이 트려는 나뭇가지를 매몰스럽게 흔들어 대던 바람과 그 많은 산을 가려버린 채 하늘을 누렇게 물들이던 황사와 스산하게 떨어지며 흩날리던 꽃잎, 고인 빗물 위에 포말처럼 떠.. 마성일기 200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