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오늘같이 내일도 오늘같이 -청우헌일기·40 “마을공원으로 나갔다. 철봉체조를 하고 기구를 돌리며 시를 외웠다.” 언제나 내 일기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온 지도 사십 년이 다 되어간다. 일여덟 해 전, 생애의 한 막을 내리면서 홀연히 도회를 떠나 강이 있고 숲.. 청우헌일기 2018.08.11
추억은 갖고 갈게 추억은 갖고 갈게 -청우헌일기·39 추석이라고 아이들이 왔다. 초등학교 오학년인 큰손녀와 일곱 살배기 작은손녀는 볼 때마다 성큼 자라있는 것 같다. 넙죽 절을 하고서는 작은아이가 대뜸 자전거를 태워 달란다. 지난번에 왔을 때 자전거를 태워 주었더니 신이 났던 모양이다. 큰아이는 .. 청우헌일기 2017.10.09
꽃이 하도 좋아서 꽃이 하도 좋아서 -청우헌일기·38 맑고 포근한 봄날의 산을 오른다. 어귀에 앙증맞게 핀 노란 양지꽃으로부터 시작한 산의 봄이 오를수록 상쾌해진다. 땅에는 풀싹이 파릇파릇 솟고, 하늘에는 솔잎이 더욱 새뜻해지고 있다. 한참을 오르다가 꽃그늘에 누워있는 고사목 둥치에 앉아 숲이 .. 청우헌일기 2017.04.17
병에게 전하는 말 병에게 전하는 말 -청우헌일기·37 오늘은 아침 강둑 산책길도 나서지 않았고, 해거름 산길도 오르지 않았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그 길을 걷지 않은 것은 대여섯 해째 이 한촌을 살면서 처음이다. 나에게는 이보다 더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 같다. 내가 산책길을 걷고 저녁 산길.. 청우헌일기 2016.02.27
산벚나무 종자 산벚나무 종자 -청우헌일기·35 장 선생과 이 선생이 마을을 다시 찾아왔다. 그들은 산림과학원에서 평생을 나무 연구에 매진하다가 퇴임한 사람들로 다시 그곳의 위탁을 받아 벚나무 육종을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능력을 사주어 일을 주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도 했다. .. 청우헌일기 2015.06.21
못자리 밥 못자리 밥 -청우헌일기·35 어제는 조 씨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늘은 이 씨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요즈음 한촌 사람들은 바쁘다. 마을회관에서 함께 추위를 나던 긴 겨울이 지나고, 초봄의 찬기운도 서서히 걷혀 가면서 바야흐로 일 철이 찾아온 것이다. 회관에 문이 닫히고 사람들은 들.. 청우헌일기 2015.04.27
마을 숲 여름 잔치 마을 숲 여름 잔치 -청우헌일기·34 “정현리 마을 주민 여러분께 알리겠습니다. 오늘은 마을 여름 잔칫날입니다. 지금부터 마을 숲 풀 깎기를 하고 아침 식사부터 하겠습니다. 모두 마을 숲으로……” 이른 아침 이장의 목소리가 동네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어느새 마을 숲에선 사.. 청우헌일기 2014.07.31
오늘이 좋다 오늘이 좋다 -청우헌일기·33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오르는 산이다. 매일 이맘때면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하루는 산을 오른다.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는 일이 이제는 몸의 근력만이 아니라 마음의 힘줄도 세워주는 중요한 일과가 되어 한 때라도 .. 청우헌일기 2014.02.13
베어진 살구나무 베어진 살구나무 -청우헌일기·32 우리 동네가 참 좋다. 형아 아우야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좋지만, 동네를 싸고 있는 사철 다 달리 피고 지는 경치도 이를 데 없이 좋다. 좋은 경치 속을 사니까 사람들이 좋은지도 모른다. 봄에는 강둑을 화려하게 수놓는 벚꽃 행렬이며, 붉고 희.. 청우헌일기 2013.12.09
가을 따기 가을 따기 -청우헌일기·31 아내가 또 바쁘다. 고구마와 당근은 이미 다 캤지만, 서리를 더 맞추기 전에 콩도 꺾어야 하고 배추도 알이 잘 차도록 돌봐야 한다. 고추도 따야 하지만, 약을 치지 않은 탓인지 병이 많이 들어버렸다. 그래도 병들기 전에 푸른 고추를 제법 따 먹었으니 다행이.. 청우헌일기 201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