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의 피아노 연주회 죽도의 피아노 연주회 울릉도 저동항에서 동북쪽으로 4㎞쯤 떨어져 있는 작은 섬 죽도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회 소식이 어느 신문의 보도(2013,6,3 조선일보)를 타고 들려왔다. 관객은 이 섬의 유일한 주민 김유곤 씨 한 사람, 그리고 함께 죽도를 찾은 백 씨의 부인 영화배우 .. 청우헌수필 2013.06.11
오월이 남긴 것들 오월이 남긴 것들 드디어 마당의 어린 감나무에서 촉이 텄다. 오월도 하순을 넘어설 무렵이었다. 다른 집 큰 감나무에서는 벌써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잎들이 벌었는데, 초봄에 사다 심은 감나무에서는 싹이 틀 기미를 영 보이지 않았다. 마당에 같이 서 있는 앵두나무, 매실나무며 목련, .. 청우헌수필 2013.06.01
들판의 오월 들판의 오월 들판에 기계 소리가 가득하다. 이 씨가 논을 삶는 경운기 소리다. 남 일 시켜 놓고 삯 주고 놀 고 있으면 뭐하느냐며, 트랙터에 논 삶기를 맡기지 않고 경운기로 직접 삶는다. 힘은 좀 들어도 내 일 내가 하는 것이 좋은 일 아니냐 한다. 경운기와 함께 한나절을 물이 절벅한 논.. 청우헌수필 2013.05.26
오월의 한촌 길 오월의 한촌 길 아침 한촌 길을 걷는다. 논두렁을 지나 마을 숲에 들어 나무가 빚어내는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벚나무 늘어선 강둑길을 따라 걷다가 들길로 든다. 날마다 아침이면 거니는 길이지만, 오월 아침의 한촌 길은 걸을 때마다 풍경이 새롭다. 사월의 현란했던 꽃들은 전설처럼 .. 청우헌수필 2013.05.12
한식 할미꽃 한식 할미꽃 한식 성묘를 다녀왔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포근했다. 겨우내 어떻게 지내셨는지, 모든 것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분토는 무사한지 궁금하여, 소찬이나마 제수를 갖추어 아버지, 어머니께로 향했다. 동지에서 105일째가 되는 날 한식(寒食)은, 중국 진(晉)나라의 충신 개자추(.. 청우헌수필 2013.04.08
봄이 오는 한촌 봄이 오는 한촌 마을회관의 문을 닫았다. 추수 끝낸 가을에 열었었다. 지난겨울의 회관은 참 따뜻했었다. 방도 따뜻했지만, 그 방에 모이는 마음들이 더 따뜻했다. 된장이야 고추장이야, 채소야 나물이야 조금씩 가져와 모둠밥을 해먹으며 인심을 나누기도 하고, 객지로 아이들 다 내보낸.. 청우헌수필 2013.03.31
대마도여 잘 있거라 대마도여 잘 있거라 대마도를 다녀왔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하룻밤을 자고 오는 일정이었다. 한촌을 살기 시작하면서 참여한 산악회는 육십 대와 칠십 대로 구성된 지역 사람들의 친목 단체다. 나처럼 한 생애를 마감하고 두그루부치기로 사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거의가 농사를 짓.. 청우헌수필 2013.03.16
한촌의 즐거운 날 한촌의 즐거운 날 마을회관이 분주해졌다. 대형 버스가 들어오고 승용차들도 줄줄이 뒤를 이었다.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 버스는 이동 치과병원 차량이고, 승용차에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타고 왔다. 치과 종합병원이라 과목별 의료진이 모두 온 것 같다. 차에서 .. 청우헌수필 2013.03.05
누이의 취임 누이의 취임 “……그동안 말 못할 어려움도 참 많았습니다만, 살아올수록 농업만이 인간의 참살이를 위한 진정한 대안임을 깨닫고, …… 생활개선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누이가 도 단위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사를 해나가는 누이는 깊은 감회에 젖는 듯했다. 누이는 .. 청우헌수필 2013.02.28
안경을 잃고 안경을 잃고 문득 조선 순조 때 유씨부인이 쓴 <조침문>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정신이 아득하고 혼백이 산란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혼절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이십칠 년간이나 애.. 청우헌수필 2013.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