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맛있어요 바람이 맛있어요 어느 날 승윤이가 제 아비 어미랑 할아비 할미를 찾아 찬바람 부는 한촌에 왔다. 집을 새로 짓고 처음이다. 새 집이 보고 싶어 왔다고 했다. 이제 여섯 살이 되었다며 아비 어미와 함께 넓죽 엎드려 절을 한다. 지난여름에 만났을 때보다 더 많이 영리해진 것 같다. 제 이.. 청산수필 2011.01.25
책을 버리다 책을 버리다 궁벽한 한촌에 조그만 집을 지었다. 은퇴 후의 삶을 의탁할 곳이다. 오랫동안의 꿈이었다. 도회지 어느 곳에 이십 년 가까이 살아오던 집이 있지만, 제2막의 인생은 산이 있고 강이 있고, 마당에 텃밭이 있는 조용한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 두 늙은이만 살 곳이기로 집은 크지 .. 청산수필 2011.01.14
주지봉에서 새 해를 맞다 주지봉에서 새 해를 맞다 주지봉에서 새 해를 맞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 마성에 살면서 처음으로 해맞이 행사가 열릴 때 주민들과 더불어 새 날 새벽에 주지봉을 올라 새 해를 맞은 적이 있다. 그 때 주지봉에서 새 해를 맞은 것이 인연이 되어 올 새 해를 주지봉에서 맞게 된 것.. 청산수필 2011.01.10
이별 여행 이별 여행 햇살이 퍼져 있는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방학식을 마치는 대로 길을 달려 보경사가 있는 내연산에 들러 산길을 걷다가 강구로 가기로 했다. 지나온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뜻 깊게 맞이하기 위한 여행이다. 선생님들에게는 내년을 기약하는 여행이지만, 나에게는 이별 여행.. 청산수필 2010.12.28
집이 다 지어지다 집이 다 지어지다 거실이며 방마다 도배를 하고 전기 시설을 마치면서 집이 다 지어졌다. 벽에는 흰색 벽지를 바르고, 방바닥에는 연노랑 장판을 깔고, 거실에는 무늬목으로 마루를 놓았다. 도배공이 도배를 끝내자 전기공이 실내외에 전등을 달고 콘센트를 설치하여 불을 밝혔다. 보일.. 청산수필 2010.12.21
낙엽 진 산길을 걸으며 낙엽 진 산길을 걸으며 -물러날 날 백 일을 앞두고 오늘도 퇴근을 하고 해질 녘의 산길을 걷는다. 등판에 땀을 적시며 가풀막 길을 올라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정자 앞에 서면, 해는 바야흐로 건너편의 서산을 넘어가면서 손수건 같은 마지막 노을 빛을 능선에 걸어놓고 있다. 이 산을 오를.. 청산수필 2010.11.23
담을 쌓으며 담을 쌓으며 짓기 시작한 지 두 달 가까이 되니 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창문이 뚫린 벽체가 서고 그 위에 옥상 슬래브가 얹혔다. 다시 그 위에 방 한 칸의 이층 벽체가 서고 지붕이 덮였다. 생애 처음으로 지어보는 집이다. 처음으로 시작해 보려는 시골 살이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 청산수필 2010.11.11
사랑의 여백 사랑의 여백 법정 스님이 허균의 <한정록(閑情錄)>을 빌어 한 이야기다. 중국 동진 때의 서예가 왕휘지(王徽之, 왕희지의 다섯쨰 아들)가 어느 날 밤 뜰을 거닐며 좌사(左思)의 '초은시(招隱詩)'를 외다가 문득 멀리 섬계라는 곳에 살고 있는 한 친구가 생각났다. 서둘러 배를 타고 .. 청산수필 2010.10.28
상량식을 올리며 상량식을 올리며 "庚寅年八月二十七日 上樑 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 들여 써 나가던 박 선생은 맨 끝에 '龜'자를 쓰고, 들보를 돌려 맨 아래에 남은 정성을 다 바쳐 '龍'자를 쓰고 붓을 놓았다. 그리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평생 처음 지어보는 집이다. 남.. 청산수필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