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11

혼자 돌아왔다

혼자 돌아왔다 돌아와 달라고 애절하게 빌었건만, 오히려 나를 불렀다. 달려갔던 나는 혼자 돌아오고야 말았다. 돌아와 주기만 하면 내가 아주 딴사람이 되어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나의 애끊는 호소는 허공중에 무참히 흩어져 버렸다. 바쁜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 전화는 잘 받아 달라던 부탁이 나에게 한 마지막 말이 될 줄이야. 당장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러지는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 말만 믿고 나는 내 볼일을 천연하게 보고 있었다. 당신의 부탁대로 아이들의 전화를 잘 받았지. 그런데 이게 무슨 산산조각 깨어져 내려앉는 하늘 같은 일이란 말인가. 내가 달려갔을 때 당신 체온은 이미 빠져나가 버리고, 감은 눈에 앞니 하얀 끝자락만 살포시 보여주고 있었지. 오랜만에 만나는 나에게 짓는 미소였던가...

청우헌수필 2023.08.23

나를 버린 자리로

나를 버린 자리로 고적한 한촌 생활 속에서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나들이는 적막을 활기롭게 넘어설 수 있는 아늑한 기쁨이요, 힘줄 돋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나의 금요일은 ‘만남의 날’이다. 오전에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구미로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도서관 수필반 회원들을 만난다. 희로애락의 사연들을 담은 수필을 함께 읽으며 문학과 삶을 이야기하며 한껏 희열에 젖는다. 그 시간이 끝나면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대구로 간다. 친구들과 정겨운 술잔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아니면 수시 연락을 통해 만나는 친구들은 먼 곳에 사는 나를 배려하여 그 만남의 약속을 나에게 맞추어 준다. 오늘도 공부를 끝내고 터미널로 나와 대구행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

청우헌수필 202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