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한 해를 보내며 청년회특우회에서 새해 새 아침 여명에 유서 깊은 고모산성 전망대에서 해맞이 행사를 개최한다며 초청장을 보내왔다. 해마다 지역의 발전과 화합을 기원하며 하는 행사를 작년에는 구제역 파동으로 열지 못했다. 근년에 몇 해 동안 초청을 받아 축시 낭독을 해왔.. 청우헌수필 2012.01.02
한촌에 온 겨울 한촌에 온 겨울 “참 신기해요, 요렇게 여린 것이……!” 아내는 상추 잎을 썰어 무치면서 연신 감탄을 했다. 이른 아침 논들에는 된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아직도 텃밭을 지키고 있는 상추의 잎이 빳빳하게 얼어 있어, 손을 대기라도 하면 유리알처럼 곧장 바스러질 것 같다. 그렇.. 청우헌수필 2011.12.25
화본리의 추억 화본리의 추억 십육칠 년 전 삶의 터를 잡아 살고 있던 곳을 찾아갔다.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다. 그 때 나는 산성중학교의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인근의 다른 학교에 근무하다가 앞으로의 신분 변화에 도움이 될까하여 벽지 학교인 이 학교 근무를 자원하여 찾아왔었다. .. 청우헌수필 2011.12.19
마음의 사랑 몸의 사랑 마음의 사랑 몸의 사랑 전장에서 두 다리를 잃은 미군 중위와 명문대 출신 고액 연봉 여성 컨설턴트 간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가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2011.10.11.조선일보)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터로 나간 미 육군 댄 버스친스키(27) 중위는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게 되었.. 청우헌수필 2011.12.03
11월의 소리 11월의 소리 오늘도 해가 서산 쪽으로 기울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나의 일과다. 그렇게 산을 오르내리는 사이에 가고 오기를 거듭하는 계절을 따라 가을도 어느새 11월을 건너가고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 청우헌수필 2011.11.20
병 속의 시간 병 속의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가면 "Croce’s Restaurant & Jazz Bar (크로치 식당 겸 재즈 바)"란 이름의 술집을 겸한 식당이 있다. 포크송 가수였던 짐 크로치의 부인 잉그리드 크로치(Ingrid Croce)가 운영하는 곳이다.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당한 남편 짐 크.. 청우헌수필 2011.11.12
가을 점묘(點描) 가을 점묘(點描) 나를 가을 들판에 내 놓지 말아요. 제어가 안 돼요. 혼자 할 게요. 흙을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그리 좋을 수가 없어요. 아내의 손길이 바빠졌다. 들깨를 쪄서 말리고, 고춧대를 베어 고추와 잎을 따고, 널브러진 배추의 잎을 짚으로 묶었다. 고춧대를 뽑아낸 자리에 얼갈이 무와 배추, 케.. 청우헌수필 2011.10.25
도토리 한 봉지 도토리 한 봉지 주지봉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물들 것은 물들고 질 것은 진다.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남을 것은 남는다. 해거름 가을 빛살이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를 파고드는 산길을 따라 주지봉 가파른 길을 오른다.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날마다의 걸음이다. 주지봉을 오르자면 마지막 힘을 .. 청우헌수필 2011.10.20
그리움의 등짐만은 그리움의 등짐만은 들판이 온통 노란 물결이다. 논들에 푸른빛이 점점 짙어지는가 싶더니 쑥쑥 자란 잎들 사이로 이삭이 패어났다. 이삭에 낟알이 늘어 가면서 서서히 고개를 숙이더니 푸른빛이 가시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시나브로 비켜난 자리에 노란빛이 들어앉으면서 이삭의 고개는 더욱 늘어지.. 청우헌수필 2011.10.09
가을의 정 가을의 정 어제는 누가 늘 열린 대문 안에 열무 한 움큼을 두고 가더니, 오늘은 또 누가 애호박 하나를 살짝 놓고 갔다. 나중에야 다 알게 되겠지만, 줄 때는 말없이 슬쩍 두고 간다. 마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이다. 가을이 오고 있다. 산에 듬성듬성 누런 잎이 보이기 시작하고, 푸르기만 하던 논들이 .. 청우헌수필 201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