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탈당한 그리움 오늘도 마을 공원 숲속으로 든다. 산책길에 늘 거쳐 가는 곳이다. 소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회나무 노거수가 우거진 숲속 한가운데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당이 있고, 그 옆에는 상사화가 모여 꽃을 피우는 곳이 있다. 아주 오래전 마을 어느 부인네가 어디에서 몇 뿌리 가져와 옮겨 심은 것이라 한다. 그 꽃이 간직하고 있는 사연을 알고서 심은 것일까. 상사화는 알뿌리에서 순이 돋고 잎이 난다. 잎은 비늘줄기에 나 긴 타원형으로 치렁하게 자라다가 오뉴월 무렵부터는 조금씩 말라 든다. 칠월이 되면 완전히 마르고 삭아서 땅속으로 스며들 듯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꽃대가 솟는다. 꽃대는 솟으면서 끝자락에 꽃을 품다가 마침내 몇 갈래로 홍자색 꽃을 아리따이 피워낸다. 꽃 진 꽃대 끝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