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연습 열정 연습 세 사람은 무대 오른쪽에서, 두 사람은 왼쪽에서 등장한다. 여름을 제재로 한 시들을 모아 ‘그 여름 속으로’라는 주제로 각자 열심히 익힌 시를 차례를 따라 윤송으로 엮으며 앞으로 나선다.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 청우헌수필 2014.07.10
개망초 개망초 아침 강둑길을 걷는다. 비가 내려도 눈이 와도 언제나 걷는 나의 산책길이다. 강둑길을 걸을 때면 늘 동무들이 있어 좋다. 고개를 돌려 보면 맑은 소리로 흐르는 강물이 말동무가 되고, 눈길을 가까이로 당기면 길섶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풀꽃들이 길동무가 된다. 명지바람이 부는.. 청우헌수필 2014.06.18
이[齒]를 해 넣으며 이[齒]를 해 넣으며 “뽑지 않고 더 이상 두면 잇몸 뼈가 녹아서 이를 해 넣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으름장 같은 의사의 경고를 못 이겨 앓고 있던 위 어금니 네 개를 한꺼번에 뽑았다. 앓던 이를 뽑아 시원한 게 아니라 서운했다. 육십여 년의 세월을 몸의 일부로서 내 삶을 건사해 .. 청우헌수필 2014.06.07
달래지지 않는 슬픔 달래지지 않는 슬픔 경기도 안산의 어느 노점 떡볶이가게에 한 달에 한두 번 씩은 꼭 찾아오는 남녀 고등학생 한 짝이 있었다. 이들은 용돈이 넉넉지 않았는지 떡볶이를 1인분만 시켜 둘이서 다정하게 나누어 먹었다. 인심이 좋기로 소문난 주인이 이 모습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한 주.. 청우헌수필 2014.05.21
한촌의 아침 한촌의 아침 한촌의 아침은 언제나 새로운 풍경으로 온다. 아침이면 고샅도 들판도 새롭고, 강도 산도 물도 나무도 다 새롭다. 한촌의 아침은 방금 세수한 처녀처럼 언제나 새 얼굴이다. 들판의 흙덩이조차도 어제 그 흙이 아니다. 새로운 바람을 맞고 쐰 새 흙이다. 아침을 향해 한껏 가.. 청우헌수필 2014.05.05
푸름으로 가는 길 푸름으로 가는 길 141.7km를 달려간다. 그것도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내쳐 달려갈 때의 거리이다. 그렇게 달리면 2시간쯤 걸려 닿을 수 있지만, 내가 달리는 길은 그렇게 순편한 길이 아니다. 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 십여 분을 걸어 나가 이따금 오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려 탄다. 시외버스터.. 청우헌수필 2014.04.17
꽃 피는 소리 꽃 피는 소리 봄이 오고 있다. 봄은 꽃으로 온다. 아니, 봄이 꽃이다. 꽃이 오고 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마당에 나가보니 매화꽃이 하얗게 피었다. 해거리를 하는가, 작년엔 쉽게 피지 않던 것이기에 두고만 보고 있었던 것이 언제 봉오리를 맺어 소중히 간직해온 무슨 비밀을 터뜨리듯.. 청우헌수필 2014.04.04
시 외는 삶 시 외는 삶 대합실에 앉아 차를 기다린다. 타고 갈 차가 오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기다리고 있기가 지루할 것 같다. 외고 있는 시를 기억 속에서 불러낸다. 조병화의 ‘서로 그립다는 것은’이며 ‘늘, 혹은’도 외고, 조창환의 ‘나는 늙으려고’도 외어본다. 지루할 것은 같은 시간이 .. 청우헌수필 2014.03.27
봄비가 내린다 봄비가 내린다 봄비가 내린다. 는개인가 싶더니 잠시 가루비가 되었다가 보슬보슬 보슬비가 되어 내린다. 사람들은 그냥 단비라고 했다. 때맞추어 내린다고 좋아들 했다. “마침 논을 잘 갈아놓았네, 그려!” 엊그제 논갈이를 해놓은 조 씨가 기뻐했다. 속속들이 젖어들 것 같아 좋다는 .. 청우헌수필 2014.03.20
산의 가슴 산의 가슴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이런 말로 시작한 글이 여러 편 된다. 그 만큼 해거름에 산을 오르는 일이 나의 일상에 아주 깊이 들어와 있다는 말이다. 몸의 단련을 위해서도 오르지만, 마음의 안식을 위해서도 오른다. 마을을 싸안고 있는 고샅 굽잇길을 지나 산자락 어귀로 들.. 청우헌수필 201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