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가는 길 구불구불 가는 길 어느 날 시외버스정류장에서 곧 출발하려는 차를 타고 있는데, 한 승객이 바쁜 걸음으로 뛰어오더니 운전기사에게 급하게 묻는다. “이 차 바로 갑니까?” 기사가 말하기를, “아뇨. 길이 구불구불한데 우째 바로 갑니까?”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빙긋 웃었다. 목.. 청우헌수필 2014.02.24
저 나무에게나 저 나무에게나 경주 불국사에 가면 아사달 아사녀의 사랑의 나무가 있다. 불국사 일주문에서 천왕문을 지나 영지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 단풍나무 숲길로 올라가다가 보면 연리근(連理根)으로 얽혀 있는 진귀한 모습의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수령이 이백여 년쯤 된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 청우헌수필 2014.01.29
산책길을 걸으며 산책길을 걸으며 산책길을 걷는다. 집을 나서 마을을 지나 두렁길을 걸어 우거진 마을 숲에 든다. 팔을 벌려 깊은 숨을 모으고 강둑으로 오른다. 반짝이는 윤슬을 싣고 구슬 구르는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때로는 두루미가 물 위를 훠이훠이 날고 물오리가 아양을 부리는 .. 청우헌수필 2014.01.16
한촌의 추위 한촌의 추위 산과 들과 강과 함께 사는 한촌의 겨울은 유달리 춥다. 아랫녘 도시 보다 4,5도는 더 춥고 윗녘 대처보다 더 추울 때도 있다. 다른 곳보다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겨울이면 지상에 있는 것이란 얼지 않는 것이 없다. 지난해는 겨울을 나고 나니 나무들도 추위에 떨.. 청우헌수필 2014.01.08
현재를 위하여 현재를 위하여 -한 해를 보내며 한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며칠 후면 벽에 달력이 바뀌어 걸리면서 다 뜯어져 나가고 한 장 남았던 묵은 달력은 마침내 자리를 비켜주고 벽을 내려와야 한다. 이 무렵이면 사람들은 공연히 걸음이 분주해진다. 지나온 자취들이 돌아 보이기도 하고, .. 청우헌수필 2013.12.28
스물다섯 번의 만남 스물다섯 번의 만남 그 친구와 참 오랜만에 만났다. 멀리 있을 때는 멀어서 만나기 어렵다지만, 그리 멀지 않게 있는데도 몇 달 만에야 만났다. 물론 마음이 멀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친구와 처음 만난 지도 삼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 직장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만나게 .. 청우헌수필 2013.12.18
계절이 쌓여가고 있다 계절이 쌓여가고 있다 일손이 바쁜 탓인지 찬바람이 몇 차례나 불 때까지도 감나무의 감을 그대로 달아두던 이웃에서 드디어 감을 모두 따 내렸다. 아무리 바빠도 더는 둘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들판이 다 비었다. 들판을 덮고 있던 볏짚들도 다 걷혀.. 청우헌수필 2013.11.25
11월의 빛깔 11월의 빛깔 11월이다. 산이 한창 빛깔지고 있다. 가을이 흐른다. 사과빛처럼 감빛처럼 익어가던 가을이 마침내 들판의 황금물결을 모두 싸안아 잠재우고 스스로 찬란한 물결이 되어갔다. 가을이 들판을 휩쓸 때 들판도 힘으로 넘쳤다. 콤바인이며 트랙터며 베일러가 우렁찬 굉음을 내며 .. 청우헌수필 2013.11.09
나는 늙으려고 나는 늙으려고 이번 정기회에는 나도 낭송에 참여하기로 했다. 회원들은 두 달마다 한 번씩 열리는 정기 낭송회에서 돌아가면서 몇 사람씩 낭송을 하고 서로 평가하며 낭송 기량을 다듬는다. 낭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낭송할 시를 선정한 다음, 일주일에 한 번씩 .. 청우헌수필 2013.10.27
아내의 텃밭·3 아내의 텃밭·3 들깻잎을 다듬는다. 아내가 들깨를 베어 거두면서 훑어낸 것이다. 하나하나 족족 펴서 가지런히 포갠다. 혼자 다듬기가 지만하다며 거들어 달란다. 간장 부어 절일 거라고 한다. 한 손에 쥐일 만큼 되면 바늘로 가운데를 꿰어 묶는다. 누렇게 물든 것도 좋고, 벌레가 좀 먹.. 청우헌수필 201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