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제주 올레 올레는 골목길이다. 마당에서 마을 앞 넓은 길로 통하는 조붓한 마을길이다. 집을 가릴 듯 말 듯 나지막한 검은 돌담이 구불구불 서 있는 정겨운 올레가 여행자의 길이 되었다. 근래에 들어 제주를 거니는 트레킹 코스로 개발되면서 골목길은 물론 해안의 자갈길도, 마소가 노.. 청산수필 2009.04.20
제주 산담 제주 산담 잠시 제주도를 다녀왔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본 것도,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도 돌담이었던 것 같다.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돌담이다. 집에는 집담, 밭에는 밭담, 산소에는 산담이 있다. 모두 숭숭 구멍이 뚫린 현무암 덩이들을 얼기설기 쌓고 포개.. 청산수필 2009.04.20
아뿔싸, 그 신비로운 것이 아뿔싸, 그 신비로운 것이 마치 꿈속을 거닐다가 온 것 같았다. 그 길이며, 꽃이며, 풀이며, 나무며-. 제주 공항에 내리자마자 김 선생의 매형이 우리를 반겨 맞았다. 처남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매형은 처남을 비롯한 우리 일행을 커다란 전망창 밖으로 장독대와 대나무 숲이 우거진 정원이 보이는 어.. 청산수필 2009.04.20
오늘도 걷는다 오늘도 걷는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이라는 노래가 있다. '-마는'이라는 말은 앞의 사실을 인정을 하면서도 그와 어긋나는 상황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이 말에 의해 이 노래는 설움과 절망, 고독과 비탄이 서린 내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노래에 등장하는 나그네는 일제 강점기.. 청산수필 2009.04.15
섬을 향해 간다 섬을 향해 간다 섬의 봄이 바다를 건너왔다. 따뜻하고 향긋한 가슴을 싣고 왔다. 봄은 상자에 담긴 채 동해 바다 오백여 리 물길을 건너고 대여섯 시간 뭍길을 달려 내륙 깊숙한 곳으로 찾아왔다. 상자를 풀어 헤쳐 보니 섬의 봄나물이 한가득 그리고 '울릉도 호박엿' 한 봉지가 들어 있다. 울릉도 사람 .. 청산수필 2009.03.31
그림자 여인 그림자 여인 보퉁이를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아내는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기다란 몸체를 서서히 움직여 나갔다. 마치 긴 이별이라도 하듯 서로 손을 흔들었다. 아내의 모습이 멀어져 갔다. 열차가 시계를 벗어날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역을 빠져 나와 집으로 오는 버.. 청산수필 2009.03.14
길은 어디에 있는가 길은 어디에 있는가 '길 걷기'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 중에서도 '산길 걷기'를 더욱 좋아한다. 브르통은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라고 했지만, 어쨌든 걷기는 마음과 몸의 건강을 얻고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고 .. 청산수필 2009.02.27
덤의 행복 덤의 행복 아무리 찾아도 없다. 책꽂이 칸마다 다 뒤져보고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 봐도 흔적조차 알 길 없다. 며칠을 두고 찾았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머리 속에 어지럽게 쌓여있는 기억들을 간추려 보면 책장 어디쯤 꽂혀 있을 법도 한데 막상 뒤져보면 없다. 여간 안타깝지 않다. 정리벽이 없.. 청산수필 2009.02.17
다만 이렇게 사세나 다만 이렇게 사세나 "不知何術長相對/ 無別無思度此生 무슨 수로 길이 서로 대할 수 있을지를 모르겠으니,/ 이별도 말고 생각도 말고 다만 이렇게 사세나." 외할아버지 신현구 님의 문집에 들어 있는 시의 한 구절이다. 막역한 고우와 오랜만의 반가운 해후 끝에 헤어지기가 너무도 아쉬워 읊은 시이다.. 청산수필 2009.02.09
가족사진 속의 행복 가족사진 속의 행복 "따르르 까꿍, 자! 이리 보세요." 사진사는 우스꽝스런 말과 표정으로 세 살배기 손녀의 시선을 잡기 위해 애를 쓴다. 사진사의 부인도 함께 장난감을 흔들며 분주한 손짓으로 주의를 끌려 한다. "아따, 선생님 사모님 두 분 다투셨어요? 좀 웃어 보세요. 김치이- 예, 좀더 화알짝!" 손.. 청산수필 2009.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