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매 두 자매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처형은 문학관 안을 돌며 시를 감상하고, 시인의 생애도 더듬고 있는데, 아내는 어디로 갔을까. 십이월 중순의 어느 일요일, 모처럼 두 자매가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일흔 살과 예순 한 살의 두 자매. 처형이 아내에게 바람 좀 쐬게 해 달라고 몇 번이나 간.. 청산수필 2010.01.11
바람과 더불어 바람과 더불어 날씨가 차가와 지고 있다. 겨울이다. 바람이 분다. 나무들은 마른 잎을 땅으로 내려 앉힌다. 한 계절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날의 무상했던 색깔들을 떨칠 것은 떨치고 남길 것은 남긴다.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날들이 돌아 보인다. 요즈음 와서 가끔씩 지나간 .. 청산수필 2009.12.15
『중등문예』와 리어카 『중등문예』와 리어카 내가 『중등문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견일영 선생님을 만나면서 부터다. 경북교육청에 장학사로 근무하던 견 선생님이 1982년3월1일자로 영재교육연구 업무를 진행하고 있던 구미고등학교 교감으로 발령이 나면서, 경주여고에 근무하고 있는 나도 같은 학교.. 청산수필 2009.12.08
가슴 뜨끔거림에 대하여 가슴 뜨끔거림에 대하여 "글쎄요,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군요……." 앙가슴 왼쪽 한 부분이 가끔씩 뜨끔거리는 증세를 두고 의사는 고개만 갸우뚱거린다. 벌써 수개월째 그런 증상이 계속되었다. 기침도 나고 가래가 목을 가렵게 했다. 감기인가 하여 약도 사먹고 주사도 맞았으나 효과.. 청산수필 2009.11.26
아름다운 손길 아름다운 손길 여섯시 반, 오늘도 아침 걷기를 나선다. 벽마다 너절한 광고지들이 너풀거리는 골목길을 지나 학교 운동장으로 간다. 이 도시에서 그래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은 학교 운동장이다. 학교로 가는 골목길 전신주 밑에는 밤새 내어다 놓은 쓰레기가 .. 청산수필 2009.11.18
아버지의 세월 아버지의 세월 남매들과 권솔 모두 아버지의 제상 앞에 꿇어 엎드렸다. 초헌례에 이어 축문을 낭독했다. "때는 바야흐로 기축년 구월 초여드레 효자 효균은, 감히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께 밝게 사뢰나이다. 세월은 흘러 돌아가신 아버님의 제삿날이 돌아왔습니다. ……." 해마.. 청산수필 2009.10.31
은퇴가 아니라 졸업이다 은퇴가 아니라 졸업이다 '연금과 함께 하는 행복한 실버'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연금관리실장 최 박사가 연수생들을 향해 '퇴직은 은퇴가 아니라 졸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졸업'이란 새로운 입학을 예비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했다. 버스를 탔다. 몇 지방의 정류장을 거치면서 고속도로도 .. 청산수필 2009.10.26
승윤이의 눈물 승윤이의 눈물 주말을 맞아 할아비 생일을 기념한다고, 승윤이가 제 아비, 어미와 함께 왔다. 절을 하는 아비, 어미 사이에서 저도 손을 모아 넙죽 엎드리는 품이 제법이다. 팔을 벌리니 덥석 안기며 할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세 돌을 겨우 지난 것이 못하는 말이 없다. 그래, .. 청산수필 2009.10.21
그대 맑은 눈을 들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조지훈문학관에서 초가을의 맑은 햇살이 결 곱게 내려앉던 날, 문향 영양으로의 문학 기행. 석보 두들마을에서 이문열의 문학 자취며 이병각, 이병철의 시를 음미하고, 영양 감천으로 가서 오일도의 삶의 흔적과 그의 시에 취했다가 일월 주실마을로 간다. 조지훈의 형 조세림의 .. 청산수필 2009.09.19
영양은 다 그래 영양은 다 그래 검마산 개울가에 학교 다 마치고 초등 교사된 막내딸 1학년 적 담임선생님 전라도서 오신단 말 어제 듣고 열 일 접어두고 마음까지 다 내 주고 또 부족해 하시던 본신마을 토박이 할배 영양 인정은 다 그래 -김경종 : '영양은 다 그래'(영양문학 24집) 김경종 시인은 영양문협 회장을 역임.. 청산수필 2009.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