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단상(斷想)Ⅱ 삶·단상(斷想)Ⅱ 삶·7-늙음 회갑이 지났다. 옛날에 어른들이 회갑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서는 '사람이 늙으면 회갑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막상 회갑을 맞고 보니 그 생각이 정당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내 자신이 늙어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늙음'이라는 것은 삶의.. 청산수필 2009.01.14
주지봉 연가 주지봉 연가 기축년 새해 첫날, 고모산성에서 해맞이 행사를 끝낸 우리들은 주지봉을 향하여 달려갔다. 못고개마을에서 오르는 길이 내가 늘 오르던 등산로지만, 모곡리의 양어장이 있는 곳으로부터 오르기로 했다. 이태 전 빗돌을 지고 끌고 오르던 지난날의 일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 청산수필 2009.01.14
마성에서 새 해를 맞다 마성에서 새 해를 맞다 마성의 해는 오정산 중허리 능선으로부터 떠올랐다. 올해도 마성 사람들은 고모산성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새해의 새 해를 맞았다. 모든 것이 어둠에 묻혀 있는 미명의 새벽, 아내와 나는 어둠을 가르며 마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성은 이태 전까지 내 삶의 터를 두고 두.. 청산수필 2009.01.08
승윤이의 노래 승윤이의 노래 승윤이에게 나이를 물으면 손가락 셋을 펴면서 '세,살!'이라고 또렷하게 말한다. 태어난 지 두 해에 서너 달이 더 지났으니 세 살은 맞다. 주말을 맞아 모처럼 제 아비, 어미와 함께 할아비, 할미를 찾아왔다. 아비, 어미가 절을 하니 저도 따라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 몇 달.. 청산수필 2008.12.16
삶·단상(斷想)Ⅰ 삶·단상(斷想)Ⅰ 삶·1-광고지 빌라 출입구의 대리석 문설주며 처마 밑에는 온통 테이프 자국투성이다. 접착테이프로 광고지를 붙였던 자리다. 떼어내면 또 붙이고, 붙이면 또 떼어내는 숨가쁜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멋지고 예쁜 방, 살기에 편하고 좋은 방을 싼값에 임대해 준다느니, 원하는 조.. 청산수필 2008.12.05
묘사를 지내며 묘사를 지내며 지난 일요일은 하루 종일 산과 산을 오가며 보냈다. 묘사를 지내기 위해서다. 음력 시월 둘째 일요일에 조상님들의 묘사를 모시자는 집안의 결의에 따라 매년 이때 후손들이 선영에 모이고 있다. 거슬러 올라갈수록 조상님들도 많지만 우리 종중에서는 나의 7대조인 승지공 할아버지부.. 청산수필 2008.11.18
밤 산길을 걸으며 밤 산길을 걸으며 플래시를 들고 어둠을 헤치며 산길을 오른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지난 초가을까지만 해도 퇴근하고 산에 올랐다가 땅거미가 짙어지기 전에 산을 내려 올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퇴근시간 무렵이면 바로 어둠이 내려앉는다. 퇴근 후에 동네 산을 오르는 것은 오래된 생.. 청산수필 2008.11.10
가을 교정 -수능 수험생들을 위하여 가을 교정 -수능 수험생들을 위하여 교정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운동장 가에 단풍나무 잎들이 엊그제만 해도 푸른빛인 것 같았는데 어느 새 붉은 물이 깊이 들어 한 잎 두 잎 낙엽 되어 운동장을 수놓고 있다. 잔잔한 잎새로 푸름을 자랑하던 메타세콰이어도 노래지기를 거듭하다가 붉은 빛으로 변.. 청산수필 2008.11.06
제주도 돌담 제주도 돌담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3박4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온전하게 제주도를 둘러 볼 수 있었던 것은 단 이틀이었다. 그나마도 차를 타고 달리다가 명승지라는 곳에 내려 바쁜 걸음으로 몇 곳을 둘러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여유로운 시간과 마음으로 찬찬히 둘.. 청산수필 2008.11.05
회갑 날에 회갑 날에 회갑 날이 왔다. 울릉도에서 한 해 반의 섬살이를 마치고 떠나오던 날이었다. 배를 타고 오백여 리 물길을 건너온 이튿날 저녁 어느 뷔페 식당에 모여 앉았다. 숱한 생일날 중에 하나이려니 생각했다. 옛날 명들이 짧을 때 말이지 회갑이 무슨 대수라고 그리 떠들 건 없지 않느냐며 가족끼리 .. 청산수필 200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