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텃밭(2) 아내의 텃밭(2) 문을 열고 나서면 텃밭의 그 푸른 것들이 곧장 손짓하며 부를 것만 같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에겐 텃밭이 없다. 마치 이국땅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아내는 지금 텃밭 꿈만 꾸고 있다. 문경의 마성이라는 곳을 아시는가. 한참 한촌 벽지다. 탄광에서 한창 석탄을 캐내.. 청산수필 2008.09.30
오래된 장롱 오래된 장롱 장롱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헤어진 지 한 해 반이다. 장롱과 우리 가족이 만난 것은 이십여 년 전이었다. 결혼한 지 열여덟 해만에 겨우 열아홉 평짜리 아파트를 하나 사고, 사 놓은 지 한 해가 지난 다음에 내 집이라고 입주했다. 좁다란 셋방을 살다가 처음으로 가져.. 청산수필 2008.09.30
새로운 삶의 터에서 새로운 삶의 터에서 칠십 명이 넘는 선생님들과 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커다란 강당을 빼곡이 메우고 있었다. '즐거운 학교, 학력 관리 잘 하는 학교,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는 학교'를 만들어 보자고 부임 인사를 겸한 포부를 말하는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감개와 중압이 합쳐져 소리를 떨게 하는 것.. 청산수필 2008.09.30
자전거와 안경 자전거와 안경 졸업식이 다가 온다. 졸업생들에게 회고사를 하자면 다초점 안경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어느 안경점 앞에 걸린, '돋보기가 필요 없는 누진 다초점 안경'이라는 광고 문구가 떠올랐다. 그것을 끼면 연설대 위에 놓인 연설문을 보다가도 고개를 들어 장내를 살피는 데도 .. 청산수필 2008.02.22
사선(死線)을 넘어서 (병실에서 쓴 글모음) 사선(死線)을 넘어서 生也如是 死也如是 畢竟如何 삶이란 이와 같고 죽음 또한 이와 같은데 필경에는 어떠할까. (碧坡) 천정에는 전등이 벌집처럼 달려 있었다. 온몸을 초록색 천으로 덮은 사람들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나를 들여다본다. 코 위에 마스크 같은 것을 씌었다. 심호흡을 하라.. 청산수필 2008.02.17
손녀의 신기한 세상 손녀의 신기한 세상 승윤이는 제 어미의 등에 업혀 있다가 살포시 눈을 떴다. 승윤이는 이제 태어난 지 열일곱 달된 우리 손녀다. '승윤아'하고 부르며 팔을 벌리니 저도 팔을 들며 어미의 등에서 빠져 나와 품에 덥석 안겼다. "하부지, 이오!" '이오'는 음료의 이름이다. 지난 초겨울 집안 혼사에 참석하.. 청산수필 2008.02.17
아버지를 위한 작은 선물 아버지를 위한 작은 선물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ㅇ 일보 ㅈ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학교 학생 중에 아주 훌륭한 학생이 있더군요. 좋은 뉴스입니다." "무슨 좋은……?" "간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 금시초문이었다. 바깥에서 먼저 아는데 내가 모르고.. 청산수필 2007.11.27
그리운 것을 찾아서 그리운 것을 찾아서 -섬살이 그리고 뭍에서의 휴가 집에 도착한 것은 밤 아홉 시가 지날 무렵이었다. 일곱 시간도 넘는 물길, 뭍길을 달려 이른 집이다. 현관문을 열었다. 곰삭은 열기가 확 안겨 왔다. 한 달도 넘게 바깥을 넘나들어 보지 못한 공기다. 마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 청산수필 2007.08.05
노객의 충고 노객의 충고 새벽 6시, 집을 나선다. 촛대비위가 미명의 바다를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평선 한 점에 발그레한 빛이 돌기 시작한다. 봉래폭포를 향하여 오른다. 저동천을 따라 오르막길을 을 올라간다. 새벽 물소리가 청아하다. 모든 길이 산에서 나오는 섬 길은 거의가 가파른 비탈길이다. 폭포로.. 청산수필 2007.03.23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랑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랑 결혼 생활에 실패한 어느 여가수가 네 번째 결혼하는 사업가를 만나 재혼을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여가수는 이십여 년 전 어느 방송국에서 주최한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아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온갖 상을 휩쓸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려 왔으며, 그 인기를 바.. 청산수필 200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