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계절 하나뿐인 계절 산길을 걷는다. 해질 무렵이면 늘 걷는 길이다. 숲과 바위가 있고, 진달래꽃 철쭉꽃이 피고,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노간주나무 소나무가 서 있고, 딸기며 칡넝쿨이 우거진 길이다. 새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짐승의 숨소리도 새어나오는 길이다. 퇴근 후면 어김없이 걷는다. .. 청산수필 2010.06.02
어느 봄날의 외출에서 어느 봄날의 외출에서 모처럼 지상으로 내려온 포근한 햇살이 사람을 불러냈다. 무슨 이상 기류인지 봄도 온 듯 만 듯, 몇 날 며칠을 두고 찌푸린 하늘 뒤에 숨어 바람만 일으키던 햇살이 봄날 어느 일요일 구름을 걷어 제치고 지상으로 성큼 내려 왔다. 햇살이 쉽사리 내려오지 않아도 시.. 청산수필 2010.04.30
봄나들이의 꿈 봄나들이의 꿈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불어도 날씨가 아무리 쌀쌀해도, 필 꽃은 피고 눈 뜰 새싹은 눈을 떠가고 있었다. 산야에는 진달래, 개나리가 만발하고 목련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봉오리를 활짝 터뜨렸다. 계절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다. 봄은 눈 속에만 들어 온 것이 아니라 가.. 청산수필 2010.04.19
다혜의 선물 다혜의 선물 다혜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사흘에 한 권 정도는 읽는다고 했다. 한 해가 다해 가던 십이월 어느 날 친구 은비와 함께 다혜가 내 방으로 찾아왔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내가 앉은 의자 뒤로 달려들더니 대뜸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둘이서 한 쪽씩을 맡았다.. 청산수필 2010.04.06
'무소유'가 없다 '무소유'가 없다 법정스님이 입적하셨다. 스님의 유언대로 분향소에는 조화도 없고, 장례식도 만장도 추모사도 없고, 관 대신으로 가사를 덮고 수의 대신으로 평소 입던 승복을 입은 채 대나무 평상 위에서 다비에 드셨다. 다비를 바친 스님의 법구는 사리도 수습하지 않고 습골, 쇄골의 과정을 거쳐 .. 청산수필 2010.03.29
버려진 그림을 보며 버려진 그림을 보며 그림이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 더미 위에-. 네모난 구릿빛 테 안쪽에 하얀 하드보드지 테를 겹으로 두르고 그 안에 14·5호 정도 크기의 그림을 담았다. 기와를 얹은 높다란 담이 있고, 담 너머에는 감나무인 듯한 나무 한 그루가 굵은 가지를 펼치고 서 있다. 한 덩어리.. 청산수필 2010.02.28
졸업식을 축제로 졸업식을 축제로 록밴드 '케취 사운드'가 뿜어내는 소리가 널따란 강당을 꽉 메워 나갔다. 강당을 채운 졸업생과 재학생들, 학부모들과 축하객들은 울려 퍼지는 사운드에 맞추어서 손뼉을 쳤다. 사운드가 절정을 이룰 때 아이들은 모두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한 해 동안 아이들.. 청산수필 2010.02.17
살고 싶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 "이런 일, 평생 처음일세!" "우리 마을이 이렇게 좋은 마을인 줄이야!" 날씨는 차가웠지만, 회관 앞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한가득 웃음꽃이 피어났다. 행여 기념식이 시작되는 시간에 늦을세라 속력을 다하여 문경의 마성 못고개마을로 달려갔다. 퇴임 후의 삶을 의탁.. 청산수필 2010.02.10
김 선생의 결혼식에서 김 선생의 결혼식에서 "……평생의 반려자가 되어 희로애락으로 생애의 사랑을 함께 쌓아갈 것이며, 살고 낳는 일을 함께 하는 것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함께 가꾸어 나갈 것입니다. 신랑 신부가 더욱 값진 인생을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몇 가지 당부 말씀을……" 한 쌍의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으며 .. 청산수필 2010.01.11
마성에 뜨는 해 마성에 뜨는 해 꽹과리며 북과 장구로 어우러진 풍물패들의 우렁찬 풍물 소리는 신명나고 흥겨운 어깨춤과 함께 산성 마루 곳곳을 울려 퍼지며 추위와 어둠을 벗겨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박자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마성에 떠오를 새 날의 새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속도로로 달릴 걸 .. 청산수필 201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