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다 집을 짓는다 집터 한가운데에 자리를 깔았다. 잔에 술을 따르고 두 번 절을 했다. 아내도 절을 했다. "성주신이시여! 무탈하게 집을 잘 짓게 해주소서. 튼튼하고도 아름다운 집이 지어지게 해 주소서." 술이 터에 뿌려졌다. 굴착기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반듯하고 넓적하게 파고 흙을 걷어.. 청산수필 2010.10.02
그의 아름다운 삶 그의 아름다운 삶 그는 학창시절부터 시 읽기를 즐겨했다. 읽은 시는 모두 다 외웠다. 어느 성우의 낭송시들을 들으며 그처럼 멋지게 낭송할 수 있기를 애썼다. 그 세월 뒤에 그는 시 낭송 전문가가 되었다. 그리고 시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가 내 방을 찾아왔다. 시낭송회를 앞두고 나에.. 청산수필 2010.08.27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1. 유행가 가사 한 구절에 마음을 아릿해 할 때가 있다. 어려운 비유나 상징이 없는 담백한 표현이 오히려 심금을 쉽게 움직인다.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물론 이 노래도 흘러간 세월을 그리워하고 원망하는 숱한 유행가 중의 한 구절이지만, '소녀'를 등장 .. 청산수필 2010.08.12
열정을 넘어서 -2010 인동고 워크숍 여정기 열정을 넘어서 -2010 인동고 워크숍 여정기 ㅇ 열정으로 떠나기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말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더니, 1위가 Mother(어머니), 2위가 Passion(열정), 그리고 Smile(미소), Love(사랑) 같은 말들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열정'은 그만큼 아름다운 말이고, 따라서 열정을 지니고 사는 .. 청산수필 2010.08.05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금오산 시낭송회'에서 무대는 흘러가고 있었다. '이 시가 저처럼……'하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객석은 조용했다. 마른침을 몇 번 삼키고서야 '남은 세월보다 지나온 세월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는 이 시……'하며 겨우 이어나갔다. 나와 같은 심.. 청산수필 2010.07.29
비 내리는 낙화암 비 내리는 낙화암 부소산 근동에서는 소문난 집이라는 '구드래돌쌈밥'집에서 북적대는 나그네들 틈에 끼어 점심을 먹고 부소산으로 올랐다. 내리고 그치기를 거듭하고 있는 비가 언제 또 내릴지 몰라 서둘러 숟가락을 놓고 산성 길을 따라 올랐다. '구드래'란 이름이 특이하여, 나.. 청산수필 2010.07.19
아이들의 노래자랑 아이들의 노래자랑 민수는 빨간 재킷에 까만 중절모를 쓰고 등장했다. 마치 기성 가수와 같은 제스처도 써가면서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러 젖혔다. 아이들은 박수와 폭소, 함성을 함께 섞으며 열기를 뜨겁게 지펴갔다. 출연자들은 혼자 나와서 노래를 부르거나 둘, 셋 짝을 지어 부르기도 .. 청산수필 2010.06.29
산길을 걸으며 산길을 걸으며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계절은 바뀌어도 나의 산길 걷기는 변함이 없다. 해거름에 산길을 걷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중요한 일과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하루 일을 다 마치지 못한 것 같아 마음과 몸이 영 편치가 않다. 산을 내려와 시원하게 몸을 씻고 나서야 비로소 하루를 옳.. 청산수필 2010.06.29
제주 용눈이오름 제주 용눈이오름 제주도에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가 살았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영갑은 1982년부터 제주도를 드나들며 사진 작업을 하다가 점차 제주도에 빠져들어 1985년에 촬영하러 와서는 아예 정착해버린다. 2005년 루게릭병으로 마흔여덟 살에 요절할 때까지 이십 년 간을 끈질.. 청산수필 2010.06.09
제주 명장 장공익 제주 명장 장공익 장공익(張公益) 옹이 돌을 쪼고 있는 금능석물원에 들른 것은 봄의 꼬리 위로 여름이 물려오던 오월의 막바지 어느 날이었다. 금능석물원은 한림공원으로 유명한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 있었다. 석물원이라는 명칭을 보니 여러 가지 형상의 돌을 전시해 놓은 곳일 듯.. 청산수필 2010.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