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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고독 속으로

그윽한 고독 속으로 사전에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고독력’이란 말이 쓰이고 있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이야기하는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노년층 삶에 필요한 능력 중의 하나로 ‘고독력’을 말했다. ‘고독력’이란 ‘혼자서도 문제없이 잘 사는 능력’이라 했다. ‘고독’이란 말을 두고 사전을 펼쳐 보면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으로 풀이하고 있다. 적확한 풀이는 아닌 것 같다. 고독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게 아니라 세상과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다. 고독에는 자발적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독은 외롭고 쓸쓸한 것도 아니다. 외로움은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괴로운 심리 상태다. 고독 속에도 쓸쓸함은 있지만, 견디기 어려..

청우헌수필 2025.06.30

혼자서도 잘 사는 법

혼자서도 잘 사는 법 마을 들머리 숲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며 참나무 회나무 느티나무 들이 우거져 있고, 그 한가운데쯤에 정월 대보름 새벽이면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당이 있고 그 옆에 상사화밭이 있다. 해마다 유월, 구월이면 마을 사람들 모두 나와 풀베기를 하지만, 풀은 또 어느새 우거진다. 상사화는 모든 것이 아직 얼어 있는 이월 말이면 움트기 시작하여 곧 촉을 내민다. 봄이 오는가 싶으면 난초 같은 긴 잎들을 돋워낸다. 봄 지나 오뉴월에 이르기까지 무럭무럭 자란다. 상사화만 자라는 게 아니다. 주변의 풀들도 상사화보다 더 크게 솟는다. 풀이 상사화가 잠길 만큼 짙어진다. 상사화 잎은 짙어지다가 유월 중순부터는 마르기 시작한다. 칠월 넘어서면 마른 잎은 땅에 붙어버리고 꽃대가 솟아 8월에 이르면 홍자..

청우헌수필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