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은 십이월 어느 날, 연간으로 펴내는 회지 출판기념회 겸 송년회가 열렸다. 회원들이 한 해 동안 수필 공부를 하면서 써온 글을 모아 내는 책이다. 그 성과의 보람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면서, 그렇게 보낸 한 해의 의의를 기려보자며 마련하는 자리다. 회무를 맡은 몇 사람은 그 행사를 어떻게 재미있고도 뜻깊게 꾸며 볼까 하고 궁리를 거듭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날 그 시간이 왔다. 사무국장은 행사 시작 전에 회원들에게 주머니 하나를 내밀면서, 까닭을 묻지 말고 주머니 속 접힌 쪽지 하나 집어서 펴보지도 말고 호주머니 속에 잘 넣어두라 했다. 펴보지 말라니 더 궁금했다. 의식이 진행되었다. 축시 낭송에 이어, 회장이 회지 발간 의의와 그 성과를 자축하는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