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물처럼 고샅을 나서 논두렁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 차부로 간다. 터미널에 이르러 대처로 가는 차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 두 시간 가까이를 달려 조명등 찬란한 거리 어느 곳에 이르러 친구들을 만난다. 그동안 탈 없이 잘 있었느냐며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산촌을 사는 즐거.. 청우헌수필 2016.02.12
모든 것은 다 같다 모든 것은 다 같다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내 하루의 절정이기도 하면서, 하루를 장엄하게 마무리 짓는 순간이다. 마루에 올라 세상을 조망하며 하루 삶의 절정을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비치는 다홍의 찬연한 노을빛으로 내 하루의 장엄한 마무리를 짓는다. 늘 해거름을 오르는 이 .. 청우헌수필 2016.01.27
기다림으로 가는 여정 기다림으로 가는 여정 해가 바뀌었다. 어제가 가고 오늘이 오듯 해가 바뀐다고 해서 일상이 크게 변할 일은 없지만, 해가 달라질 때마다 나는 새로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올해도 그 긴 여정을 시작했다. 내 수필을 하나 외는 것이다. 듣는 이를 생각하여 4,5분 동안에 욀 수 있는 분량으로 .. 청우헌수필 2016.01.12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친구의 부인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 가려는 사람 좀 붙들어 달라는 친구의 절박한 한밤중 전화를 받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달려갔을 때는 벌써 이승의 사람이 아니었다. 심근경색이라 했던가. 삶과 죽음의 거리가 이토록 지척일 수가 있는가. 불과 삼십여 시간 .. 청우헌수필 2015.12.30
강물은 흐른다 강물은 흐른다 아침 강둑을 걷는다. 날마다 걷는 아침 산책길이지만 날마다 다른 물, 다른 풍경이다. 오늘 물소리는 한껏 여물어져 유리알 쟁쟁이듯 흐르고, 물가의 풀숲에는 함빡 서리가 내려 온 강이 순백의 천지다. 맑고 푸르게 흐르는 물과 함께 싱그러운 갈맷빛으로 물기슭을 수놓던.. 청우헌수필 2015.12.23
산처럼 살다보면 산처럼 살다보면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내 하루를 장엄하게 정화하는 시간이다. 오솔길도 걷고 가풀막도 올라 능선 길에 서면 삶의 번다한 모든 일을 다 털어버린 듯한 정밀감이 온몸에 스며든다. 그 편안한 고요 속을 걸어 마루에 이르면 일망무애로 보이는 세상의 풍경, 정경들-. .. 청우헌수필 2015.12.14
그 가을의 분주와 풍요 그 가을의 분주와 풍요 지난 가을은 갈바람에 출렁이는 황금들판의 벼이삭처럼 풍요하고도 분주했다. 즐거운 비명이란 이런 때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봄부터 가꾸어온 분주였다. 가을 초입의 성대한 잔치를 위하여 틈틈이 모여 기량을 닦아나갔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콘서트도 .. 청우헌수필 2015.11.27
계절의 바뀜을 보며 계절의 바뀜을 보며 가을이 가고 있다. 가는 가을을 전송이라도 하려는 듯 가을비가 자분자분 내리더니, 강둑의 벚나무며 뒷산 나무들의 단풍 빛이 한결 더 새뜻해졌다. 노란색, 붉은색, 황갈색의 잎사귀들이 명도와 채도를 달리 하면서 온 강둑이며 산을 황홀하게 휘덮고 있다. 저 빛깔.. 청우헌수필 2015.11.15
가을 들판에서 가을 들판에서 한로도 지나 벌써 상강이다. 들판이 온통 누런 금빛으로 출렁이는가 싶더니 바야흐로 벼 베기가 한창이다. 어제는 저 집, 오늘은 이 집, 가을 손길이 분주하다. 벼가 고개를 묵직이 숙이고 서있는 논머리를 조금 쳐놓으면 트랙터가 와서 삽시간에 뚝딱해치우는 벼 베기지만.. 청우헌수필 2015.10.26
그런 사람이 그립다 그런 사람이 그립다 조그만 동네에 오순도순 모여 사는 이웃들은 어떤 일가붙이보다 더 가깝고 정답게 지내고 있다. 삶의 연륜이 비슷한 이웃이 있다면 살붙이보다 더 살가운 친구가 되어 세상 누구보다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다. 이웃에 그런 친구가 하나 있다. 날이면 날마다 얼굴을 대.. 청우헌수필 201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