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는 날 벚꽃이 피는 날 오늘도 한촌의 아침 강둑 산책길을 걷는다. 무슨 전쟁이 발발한 줄 알았다. 여기저기서 팡팡거리며 터지는 소리, 강둑이 온통 수라장이다, 이런 황홀한 전쟁터가 있는가. 이런 현란한 수라장이 있는가. 겨울이 꼬리를 쉬 거두어가지 않아 모든 것을 움츠리게만 했다. 빈 가.. 청우헌수필 2016.04.13
산에는 꽃이 피네 산에는 꽃이 피네 산이 언제 이렇게 달라졌는가. 늘 오르는 산인데도 오늘 산은 어제 그 산이 아니다. 빛도 새롭고 소리도 새롭다. 봄이 오려니 이리 쉬 오는가. 봄만이 산을 이리 새롭게 바꾸는 것은 아니다. 철이면 철마다 나고 지는 것들과 함께 빛깔이며 자태를 바꾸어 가는 모습들이 .. 청우헌수필 2016.04.03
고독한 가수 고독한 가수 “우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와았던가아” 어깨를 드러낸 여가수의 노래가 차 안 비디오 방송을 통해 구성지게 울려 퍼진다. 귀를 모아 조용히 음미하는 사람도 있고, 가벼운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는 사람도 있고, 노래의 곡조를 따라 흥얼거리는 사람도 있다. 지긋한 .. 청우헌수필 2016.03.23
봄 되어 살고 싶다 봄 되어 살고 싶다 동창에 은은히 무늬져 오는 새소리에 창문을 여니 밤새 잔비가 살며시 다녀 간 듯 마당이 살포시 젖어 있다. 화단의 매화나무는 곧 꽃을 터뜨릴 듯 봉긋이 맺힌 꽃눈에 남은 빗방울이 송알 맺혀 있고, 가지는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다. 아침 산책길을 나선다. 겨우내 .. 청우헌수필 2016.03.12
병에게 전하는 말 병에게 전하는 말 -청우헌일기·37 오늘은 아침 강둑 산책길도 나서지 않았고, 해거름 산길도 오르지 않았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그 길을 걷지 않은 것은 대여섯 해째 이 한촌을 살면서 처음이다. 나에게는 이보다 더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 같다. 내가 산책길을 걷고 저녁 산길.. 청우헌일기 2016.02.27
빈집의 깊은 뿌리 빈집의 깊은 뿌리 시골 마을에 사람과 집이 자꾸 줄어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 찾아와 살고 있는 풍광 좋은 이 한촌도 물론 그런 마을 중의 하나이다. 마을에 빈집이 또 하나 늘었다. 담장 옆에 모과나무 고목이 서 있는 집에 혼자 살고 있던 모개나무할매가 세상을 떠났다. .. 청우헌수필 2016.02.23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물처럼 고샅을 나서 논두렁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 차부로 간다. 터미널에 이르러 대처로 가는 차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 두 시간 가까이를 달려 조명등 찬란한 거리 어느 곳에 이르러 친구들을 만난다. 그동안 탈 없이 잘 있었느냐며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산촌을 사는 즐거.. 청우헌수필 2016.02.12
모든 것은 다 같다 모든 것은 다 같다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내 하루의 절정이기도 하면서, 하루를 장엄하게 마무리 짓는 순간이다. 마루에 올라 세상을 조망하며 하루 삶의 절정을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비치는 다홍의 찬연한 노을빛으로 내 하루의 장엄한 마무리를 짓는다. 늘 해거름을 오르는 이 .. 청우헌수필 2016.01.27
기다림으로 가는 여정 기다림으로 가는 여정 해가 바뀌었다. 어제가 가고 오늘이 오듯 해가 바뀐다고 해서 일상이 크게 변할 일은 없지만, 해가 달라질 때마다 나는 새로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올해도 그 긴 여정을 시작했다. 내 수필을 하나 외는 것이다. 듣는 이를 생각하여 4,5분 동안에 욀 수 있는 분량으로 .. 청우헌수필 2016.01.12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친구의 부인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 가려는 사람 좀 붙들어 달라는 친구의 절박한 한밤중 전화를 받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달려갔을 때는 벌써 이승의 사람이 아니었다. 심근경색이라 했던가. 삶과 죽음의 거리가 이토록 지척일 수가 있는가. 불과 삼십여 시간 .. 청우헌수필 201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