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처럼 살다보면 산처럼 살다보면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내 하루를 장엄하게 정화하는 시간이다. 오솔길도 걷고 가풀막도 올라 능선 길에 서면 삶의 번다한 모든 일을 다 털어버린 듯한 정밀감이 온몸에 스며든다. 그 편안한 고요 속을 걸어 마루에 이르면 일망무애로 보이는 세상의 풍경, 정경들-. .. 청우헌수필 2015.12.14
그 가을의 분주와 풍요 그 가을의 분주와 풍요 지난 가을은 갈바람에 출렁이는 황금들판의 벼이삭처럼 풍요하고도 분주했다. 즐거운 비명이란 이런 때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봄부터 가꾸어온 분주였다. 가을 초입의 성대한 잔치를 위하여 틈틈이 모여 기량을 닦아나갔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콘서트도 .. 청우헌수필 2015.11.27
계절의 바뀜을 보며 계절의 바뀜을 보며 가을이 가고 있다. 가는 가을을 전송이라도 하려는 듯 가을비가 자분자분 내리더니, 강둑의 벚나무며 뒷산 나무들의 단풍 빛이 한결 더 새뜻해졌다. 노란색, 붉은색, 황갈색의 잎사귀들이 명도와 채도를 달리 하면서 온 강둑이며 산을 황홀하게 휘덮고 있다. 저 빛깔.. 청우헌수필 2015.11.15
가을 들판에서 가을 들판에서 한로도 지나 벌써 상강이다. 들판이 온통 누런 금빛으로 출렁이는가 싶더니 바야흐로 벼 베기가 한창이다. 어제는 저 집, 오늘은 이 집, 가을 손길이 분주하다. 벼가 고개를 묵직이 숙이고 서있는 논머리를 조금 쳐놓으면 트랙터가 와서 삽시간에 뚝딱해치우는 벼 베기지만.. 청우헌수필 2015.10.26
그런 사람이 그립다 그런 사람이 그립다 조그만 동네에 오순도순 모여 사는 이웃들은 어떤 일가붙이보다 더 가깝고 정답게 지내고 있다. 삶의 연륜이 비슷한 이웃이 있다면 살붙이보다 더 살가운 친구가 되어 세상 누구보다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다. 이웃에 그런 친구가 하나 있다. 날이면 날마다 얼굴을 대.. 청우헌수필 2015.10.19
찢어진 느티나무 찢어진 느티나무 강둑 곁에 느티나무 노거수 두 그루가 서 있다. 나무에 끼인 세월의 이끼며 더께로 보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이테가 그어져 있을 것 같지만, 누구도 나이를 정확히 아는 이가 없다. 마을과 역사를 함께 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이 가는 한 나무는 밑동의 굵기가 세 아름 .. 청우헌수필 2015.10.13
돌아온 지갑 돌아온 지갑 추석을 맞아 아이들이 왔다. 적적하기만 한 한촌의 밤을 손주들의 재롱과 함께 즐겁게 보낸 이튿날, 아내와 며느리는 대구 큰댁으로 제수를 장만하러 갔다. 아들, 손주들과는 한가윗날인 내일 새벽에 큰댁으로 가기로 하고 집에 남았다. 오랜만에 시골 할아비 집을 찾아온 어.. 청우헌수필 2015.09.30
허전함과 쓸쓸함을 위하여 허전함과 쓸쓸함을 위하여 -세 번째 시낭송 콘서트를 마치고 올해 시낭송 콘서트의 테마는 ‘사랑’으로 잡기로 했다. 언제 들어도 어디에서 느껴도 그립기만 한 것이 ‘사랑’ 아니던가. ‘시는 사랑을 타고’라는 주제에 ‘시로 새기는 아름다운 사랑법’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리.. 청우헌수필 2015.09.22
기다림에 대하여(3) 기다림에 대하여(3) -상사화의 일생 홍자색의 아름다운 꽃을 우아하게 피우고 있던 마을 숲 상사화가 다 져버렸다. 꽃덮개부터 시들면서 꽃대 끝에 파란 망울을 맺어두고 까맣게 오므라들었다. 하나로 우뚝 선 꽃줄기 끝에 꽃을 따라 여러 개로 갈라졌던 줄기도 점차 땅을 향해 굽어지면.. 청우헌수필 2015.09.20
꽃잎 책갈피의 꿈 꽃잎 책갈피의 꿈 올 굵은 삼베 자루 속에 사는 해바라기 씨앗이 있었다. 자루 속이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지만, 그 중 한 씨앗은 다른 씨앗들이 체념을 할 때에도 바깥으로 나가 마음대로 햇볕을 쬐며 살 수 있기를 갈망했다. 주인의 줌에 쥐여 밖으로 나간 씨앗이 박새의 먹이가 되어 .. 청우헌수필 201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