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 살다 죽으리 고향 가 살다 죽으리 올여름의 낭송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는 김 선생이 나에게 노천명의 ‘망향(望鄕)’이라는 시를 낭송해 달라고 했다. 콘서트를 몇 장으로 나누어 장마다 조금씩 다른 테마로 전개해 볼 계획이라 했다. 노천명(盧天命, 1912~1957) 하면 ‘사슴’이나 ‘푸른 오월’이 유명.. 청우헌수필 2016.05.29
두렁 꽃의 운명 두렁 꽃의 운명 봇도랑에 흐르는 물을 따라 봄이 흘러가고 있다. 봄의 전령사인 봄까치꽃이 두렁에 피어나면서 농부는 논을 갈기 시작한다. 겨울잠을 깨우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흙의 몸을 긁어준다. 흙이 가슴을 벌리며 활짝 기지개를 켠다. 흙의 호흡소리와 함께 두렁에서는 풀꽃들.. 청우헌수필 2016.05.10
세상은 모두가 꽃밭이다 세상은 모두가 꽃밭이다 강둑이며 산을 눈부시게 수놓았던 벚꽃들도 지고 초록빛이 점점 짙어지면서 봄도 한봄을 넘어서고 있다. 아침 산책길을 걷는다. 두렁길을 지나 강둑길을 간다. 봄 한때를 현란하게 했던 강둑 벚꽃은 지고 없지만, 두렁길은 여전히 꽃들 천지다. 봄의 전령사가 되.. 청우헌수필 2016.04.30
벚꽃이 피는 날 벚꽃이 피는 날 오늘도 한촌의 아침 강둑 산책길을 걷는다. 무슨 전쟁이 발발한 줄 알았다. 여기저기서 팡팡거리며 터지는 소리, 강둑이 온통 수라장이다, 이런 황홀한 전쟁터가 있는가. 이런 현란한 수라장이 있는가. 겨울이 꼬리를 쉬 거두어가지 않아 모든 것을 움츠리게만 했다. 빈 가.. 청우헌수필 2016.04.13
산에는 꽃이 피네 산에는 꽃이 피네 산이 언제 이렇게 달라졌는가. 늘 오르는 산인데도 오늘 산은 어제 그 산이 아니다. 빛도 새롭고 소리도 새롭다. 봄이 오려니 이리 쉬 오는가. 봄만이 산을 이리 새롭게 바꾸는 것은 아니다. 철이면 철마다 나고 지는 것들과 함께 빛깔이며 자태를 바꾸어 가는 모습들이 .. 청우헌수필 2016.04.03
고독한 가수 고독한 가수 “우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와았던가아” 어깨를 드러낸 여가수의 노래가 차 안 비디오 방송을 통해 구성지게 울려 퍼진다. 귀를 모아 조용히 음미하는 사람도 있고, 가벼운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는 사람도 있고, 노래의 곡조를 따라 흥얼거리는 사람도 있다. 지긋한 .. 청우헌수필 2016.03.23
봄 되어 살고 싶다 봄 되어 살고 싶다 동창에 은은히 무늬져 오는 새소리에 창문을 여니 밤새 잔비가 살며시 다녀 간 듯 마당이 살포시 젖어 있다. 화단의 매화나무는 곧 꽃을 터뜨릴 듯 봉긋이 맺힌 꽃눈에 남은 빗방울이 송알 맺혀 있고, 가지는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다. 아침 산책길을 나선다. 겨우내 .. 청우헌수필 2016.03.12
병에게 전하는 말 병에게 전하는 말 -청우헌일기·37 오늘은 아침 강둑 산책길도 나서지 않았고, 해거름 산길도 오르지 않았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그 길을 걷지 않은 것은 대여섯 해째 이 한촌을 살면서 처음이다. 나에게는 이보다 더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 같다. 내가 산책길을 걷고 저녁 산길.. 청우헌일기 2016.02.27
빈집의 깊은 뿌리 빈집의 깊은 뿌리 시골 마을에 사람과 집이 자꾸 줄어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 찾아와 살고 있는 풍광 좋은 이 한촌도 물론 그런 마을 중의 하나이다. 마을에 빈집이 또 하나 늘었다. 담장 옆에 모과나무 고목이 서 있는 집에 혼자 살고 있던 모개나무할매가 세상을 떠났다. .. 청우헌수필 201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