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풍경 산책길 풍경 오늘도 아침 산책길을 나선다. 늘 걷는 길이지만 걸을 때마다 경이롭다. 풀잎 하나도 어제 그 잎이 아니요,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도 어제 그 방울이 아니다. 오늘도 경이 속을 걷는다. 논두렁길을 지나 숲으로 든다. 논들은 하루가 다르게 푸른색이 짙어지고 있다. 우렁이농법.. 청우헌수필 2016.08.06
찢어진 벚나무 찢어진 벚나무 날마다 아침이면 걷는 강둑길이다. 강둑길은 풀의 세상이요 꽃의 천지다. 사철 맑게 흐르는 물을 보며 걷는 즐거움과 함께 철 따라 갖가지 꽃들을 피워내는 강둑 풀숲 길을 걷노라면 다사롭고 새뜻한 정밀감이 웅숭깊게 젖어 든다. 봄을 알리는 봄까치꽃이며 산괴불주머니.. 청우헌수필 2016.07.20
어머니의 교자상 어머니의 교자상 어머니는 늘 작은아들에게 물려준 세간붙이가 없는 걸 안타까워했다. 연로하신 아버지, 어머니는 큰아들에게 살림살이와 가사 운영의 책임을 물려주시고는 뒷전으로 나앉으셨다. 작은아들은 큰아들의 그늘로 학교를 마치고 직장으로 나갔다. 제 힘으로 밑천을 모아 결.. 청우헌수필 2016.07.08
송강의 연인을 기리다 송강의 연인을 기리다 경기도 고양의 송강마을에 가면 의기(義妓) 강아(江娥)의 묘가 있다. 송강마을은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의 부모 묘가 있는 곳이고, 송강이 시묘를 살던 곳이다. 송강도 죽어 부모 곁에 묻혔다가 나중에 진천으로 옮겼다. 강아는 송강이 생전에 사랑했던 기.. 청우헌수필 2016.06.24
모든 것을 다 바쳐도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여럿이 함께 하는 여행이란 언제나 황망하기 마련이다. 관심의 길이 좀 다른 사람들과의 여행일수록 더욱 그렇다. 계절마다 한 번씩 문화 유적을 찾아 그 역사와 문화의 향취를 즐겨 새기고자 하는 모임이 있다. 모임을 함께 할지라도 취향이 어찌 모두 한결 같기만 .. 청우헌수필 2016.06.19
나무는 죽지 않는다 나무는 죽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거름 숲정이 산을 오른다. 오롯한 나의 일상이다. 언제 올라도, 어느 때 보아도 늘 변함없이 있어주고 반겨주는 모습이 즐겁고도 기쁘다. 아니다. 산은 늘 변한다. 오를 때마다 걷는 곳마다 변하기를 거듭하고 있다. 늘 변하면서 돌고 도는 자연의 .. 청우헌수필 2016.06.12
고향 가 살다 죽으리 고향 가 살다 죽으리 올여름의 낭송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는 김 선생이 나에게 노천명의 ‘망향(望鄕)’이라는 시를 낭송해 달라고 했다. 콘서트를 몇 장으로 나누어 장마다 조금씩 다른 테마로 전개해 볼 계획이라 했다. 노천명(盧天命, 1912~1957) 하면 ‘사슴’이나 ‘푸른 오월’이 유명.. 청우헌수필 2016.05.29
두렁 꽃의 운명 두렁 꽃의 운명 봇도랑에 흐르는 물을 따라 봄이 흘러가고 있다. 봄의 전령사인 봄까치꽃이 두렁에 피어나면서 농부는 논을 갈기 시작한다. 겨울잠을 깨우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흙의 몸을 긁어준다. 흙이 가슴을 벌리며 활짝 기지개를 켠다. 흙의 호흡소리와 함께 두렁에서는 풀꽃들.. 청우헌수필 2016.05.10
세상은 모두가 꽃밭이다 세상은 모두가 꽃밭이다 강둑이며 산을 눈부시게 수놓았던 벚꽃들도 지고 초록빛이 점점 짙어지면서 봄도 한봄을 넘어서고 있다. 아침 산책길을 걷는다. 두렁길을 지나 강둑길을 간다. 봄 한때를 현란하게 했던 강둑 벚꽃은 지고 없지만, 두렁길은 여전히 꽃들 천지다. 봄의 전령사가 되.. 청우헌수필 201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