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하도 좋아서 꽃이 하도 좋아서 -청우헌일기·38 맑고 포근한 봄날의 산을 오른다. 어귀에 앙증맞게 핀 노란 양지꽃으로부터 시작한 산의 봄이 오를수록 상쾌해진다. 땅에는 풀싹이 파릇파릇 솟고, 하늘에는 솔잎이 더욱 새뜻해지고 있다. 한참을 오르다가 꽃그늘에 누워있는 고사목 둥치에 앉아 숲이 .. 청우헌일기 2017.04.17
오늘도 일기를 쓴다 오늘도 일기를 쓴다 요즈음 내 일기장은 아침 눈뜬 시각, 산책길 풀꽃, 새겨두고 싶은 신문 기사, 읽은 책, 만나거나 목소리를 나눈 사람, 아내의 잔소리, 먼 길 나설 때 말고는 날을 번갈아 오르고 달리는 해거름의 산행과 자전거 타기 같은 별날 것도 없는 소소한 일상들로 채워지고 있다... 청우헌수필 2017.04.09
흘러가는 구름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한 손아귀에 들지 않을 만큼 굵은 나무가 봉분 위에 듬성듬성 서 있는 걸 보니 돌보지 않은 지 수십 년은 된 것 같다. 상석 옆면에 9대손 아무개와 지손 일동이 신유년에 상석을 놓았다고 새겨놓았는데, 그 이후로 돌보지 않았다면 30여 년 묵은 세월이 흐른 것 같다. ‘.. 청우헌수필 2017.03.20
자연의 덕과 더불어 자연의 덕과 더불어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강둑길은 회반죽으로 덮여갔다. 마을사람들이 바라던 일이었다. 봄여름이면 잡풀이 돋아 무성해져 걷는데 거치적거린다며, 비만 오면 군데군데 물이 고여 질퍼덕거린다며, 길을 포장해 달라고 몇 년 전부터 관에다가 청을 넣었다. 마침내.. 청우헌수필 2017.03.13
시 외는 삶(5) 시 외는 삶(5) 시를 외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기쁠 때는 기쁨을 더해주고 슬플 때는 슬픔을 씻어준다. 그리울 때는 그리움을 재워주고 괴로울 때는 괴로움을 덜어준다. 그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모였다. 두 달마다 한 번씩 모여 정기 낭송회를 열고, 그 즐거움들을 모아 한 해에 한 번 무.. 청우헌수필 2017.02.25
흔들리는 풀꽃 흔들리는 풀꽃 눈두덩에서 덜 떨어진 잠기운을 털어내며 막 일어나려는데 메시지 신호음이 연거푸 울렸다. 무슨 다급한 일을 알리는 걸까, 폰을 여는 순간 갑자기 무엇에 부딪치기라도 한 듯 황당하고 황망했다. “…선생님 수필 속에 인용한 시는 ㅇㅇㅇ시인의 시라기보다 제 대표 시의 .. 청우헌수필 2017.02.17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두 손주가 제 아비 어미와 함께 와서 설을 쇠고 갔다. 큰손주는 봄이 오면 초등학교 오학년에 올라간다고 제법 의젓한데, 일곱 살에 드는 작은손주는 마냥 개구쟁이다. 노래며 춤이며 갖은 재롱을 다 떨며 할아비 할미를 즐겁게 해준다. 귀엽고 사랑스럽기가 그야말로 눈에 다.. 청우헌수필 2017.02.13
그렇게 한촌을 살고 싶다 그렇게 한촌을 살고 싶다 해가 바뀌었다. 내 한촌 생활도 어느덧 예닐곱 해를 지내오면서 새삼스레 이 궁벽한 한촌을 사는 까닭을 돌아볼 때가 있다. 그리운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려면, 그래서 그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문학이며 예술에 관한 담론도 함께하려면 이따금 지난날의 대.. 청우헌수필 2017.01.30
해거름 겨울 산을 오르며 해거름 겨울 산을 오르며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날마다 그리움 속에서 기다리는 그 무렵이요, 걸음이다. 해거름 겨울 산을 오르노라니 모두가 해거름이다. 때도 해거름이고, 철도 해거름이고, 내 삶도 해거름을 걷고 있다. 해거름이 정겹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해야 할 아침의 조바.. 청우헌수필 2017.01.17
<이일배의 수필 사랑> 블로그 2016 결산 『이일배의 수필 사랑』이 2016년 한 해를 살아온 총 결산을 보여 드립니다. 수필을 쓰는 이일배가 한 해를 살아온 정신의 축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2017년에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과 힘을 다하겠습니다. 한 해 동안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위의 그림이나 .. 자 료 실 2017.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