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헌수필

문학의 아름다운 꽃을 위하여

이청산 2017. 1. 3. 14:10

문학의 아름다운 꽃을 바라며

 

어느 문학 단체에서 내 작품을 두고 상을 주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상금도 수여하겠다고 했다내가 쓴 글로 어쩌다가 상이라는 걸 받아본 적은 한두 번 있지만그로 인해 상금을 받게 되기는 처음이다.

나에게도 이런 때가 있구나실로 감격스러웠다생애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금도 감격적이었지만내가 쓴 글이 읽는 이에게 조그만 감동이라도 주어 상금을 받는 데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또한 감격으로 새겨져왔다.

상금은 문학 단체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이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인을 아끼는 마음으로 사재를 희사하여 마련한 것이라 한다그런 정성이 담긴 것임에야 어찌 허투루 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상념과 함께나도 그 뜻을 이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곰실거렸다.

글을 써보리라맑고도 고운때로는 아픔도 기쁨도 서려있을 정서의 세계를 글에 담아보리라 하고 예닐곱 사람이 뜻을 모았다두 주일에 한 번씩 모여 두 사람이 내놓은 작품을 두고표현 방법이며 구성이라든지,소재와 주제의 처리에 대해서 함께 담론을 나누며 한 해 가까운 기간 동안 공부를 해왔다.

내가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아는 것도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도 별로 없었지만그래도 먼저 글을 써왔다고 모두들 내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 고마웠다.

그러던 한 해가 서서히 여물어갈 무렵열심히 쓰면서 쓴 것을 하나로 묶어 세상에 드러내어 평가를 받아보거나그렇게는 못해도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어볼 수 있도록이라도 해보자는 생각들을 했다.

글을 쓰는 일을 비롯한 모든 예술 활동이란 창작과 표현을 바탕으로 할진데, ‘창작은 여태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혼자서 해내야 하는 것이지만그것을 세상에 내놓는 표현’ 행위에는 더불어 마음 모아 딛고 설 무대가 필요할 것이라는 데에 뜻을 합쳐갔다.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시상식이 열렸다몇 사람의 문학인과 더불어 상장과 얼마간의 상금을 받았다.나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내가 쓰는 글이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 적도 없고상 받을 일을 그리며 글을 써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그저 쓰고 싶고,쓰는 일이 좋아서 쓸 뿐이었다.

쓴 글을 컴퓨터 속에만 넣어놓을 수 없어 문학 단체 활동도 하면서 여러 지면에 내놓기도 하지만애써 책으로 꾸며 보려고는 하지 않았다.십 수 년 전에 물색 모르고 책 하나 낸 이후로는 낸 책도 없다보니 문학상 같은 것은 염두에 둘 처지도 아니었다.

그런데 문학적인 업적을 보고 주는 상이 아니라 문학 단체에서 발행하는 문학지에 발표한 작품을 보고 주는 상이었기에 요행이랄지다행이랄지 내 작품이 수상 대상이 된 것이다나에게는 귀한 상이요상금이 아닐 수 없었다.

문학회 창립회가 열렸다여남은 사람이 함께 모여 앉아 문학을 향한 살뜰한 꿈들을 엮어나갔다.상금이 그리 모갯돈은 아니라 할지라도 문학회를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작은 계기는 될 수 있었다문학회 결성의 종자 기금으로 내놓았다주는 분의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는 그것에 내 성심을 보탠다면 더욱 값진 빛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 우리는 어느 도서관 세미나실에 모여 앉았다나에게 책임을 맡으라고도 했지만내가 나설 일은 아니라고 했다좀 더 생기로운 사람이 책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글 쓰는 일에 상당한 열정과 이력을 가진 분을 회장으로 추대했다따뜻한 박수로 마음을 모았다.

회원 상호간의 튼실한 유대와 우의를 바탕으로 시와 수필 등 작품 창작활동을 통하여 정서를 순화하고 문학적 문화를 고양하는 ㅇㅇㅇ문학회의 창립을 내외에 밝히고자 한다.며 의기도 드높게 창립 선언서를 채택하고, ‘문학의 저변을 끊임없이 넓힘으로써 이 땅에 진정성 있고 참된 문학을 꽃피워 나갈’ 결의를 다졌다.

그 선언서를 박수로 채택하는 회원들의 눈빛이 빛났다우리의 열정이 이루어낼 문학 사랑그 사랑이 빚어낼 열매들에 대한 꿈이 뿜어내는 빛이었다회칙을 논의하고 임원을 구성했다우리들만의 조그만 사회를 만들었다우리가 일구고 우리가 가꾸어가야 할 문학의 사회였다.

나의 작은 마음이 종자가 되어 우리의 사회가 꽃을 피울 수 있다면그리하여 문학과 문학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도 그렇게 이어나갈 수 있다면이 또한 행복이 아니랴회원 누구도 누구도 기꺼이 그 종자를 보탰다행복을 보탰다행복이 부풀어갔다.

그 소담스러운 행복과 함께 문학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문학회를 겯는 회의장에는 바알간 잉걸불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었다.

그 이튿날 우리는 우선 아담한 카페부터 열었다우리의 맑고도 뜨거운 꿈을 담을 누리집을 지었다행복한 문학이 아름답게 꽃 피는 집을-.(2016.12.30.)

                                                                     

 


'청우헌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렇게 한촌을 살고 싶다  (0) 2017.01.30
해거름 겨울 산을 오르며  (0) 2017.01.17
시 외는 삶(4)  (0) 2016.12.26
기다림에 대하여(4)  (0) 2016.12.12
시 외는 삶(3)  (0) 2016.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