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삶과 죽음 산의 삶과 죽음 오늘도 산을 오른다. 큰 둥치 소나무가 또 하나 넘어졌다. 어제만 해도 하늘을 바라보고 섰던 것이 오늘은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편안히 누워 있다. 산의 나무는 모든 자리가 제 자리다. 넘어진 곳도 제 자리고 선 곳도 제 자리다. 잎을 달고 가지를 뻗고 있으면 산 것이고, .. 청우헌수필 2017.07.31
그대, 그리움 속으로 그대, 그리움 속으로 -제5회 시낭송 콘서트를 마치고 모든 출연자가 무대로 올라와 노래를 다 함께 불렀다. 관객들은 마지막 순서인 줄 알면서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몰랐다. 노래를 함께 부르거나 장단을 맞추어나갔다. 사회자의 에필로그 멘트와 함께 출연자들이 손을 흔들자 비로소 일.. 청우헌수필 2017.07.26
나의 길 지키기 나의 길 지키기 낫과 톱을 들고 아침 산책길을 나섰다. 아내 몰래 들고 나서는 길이다.아내는 쉽게 삭힐 수 없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 걷는 길 따라 고샅을 나서 논두렁길을 지나 마을 숲으로 간다. 숲에는 내가 돌보고 있는 상사화 꽃밭이 있다. 누가 나에게 그리하란 이도 없지만,.. 청우헌수필 2017.07.06
아이들과의 어울림 학교(1) 아이들과의 어울림 학교(1) 아이들이 통학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왔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다리 어귀의 동네 정자 앞에 내렸다. 5, 6학년을 통 털어 14명이 왔다. 가뭄에 빗물처럼 귀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마저 없다면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지역 사회 단체에서 이 아이들을 위해.. 청우헌수필 2017.06.21
상사화 마른 잎 상사화 마른 잎 상사화 잎이 마르고 있다. 잎이 움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겨울이 잔설에 꼬리를 묻고 있던 때였다. 세상 모든 푸새들은 상기도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었다. 둥근 뿌리 비늘줄기 끝에서 아기 오리 부리 같은 촉이 뾰족뾰족 솟아나왔다. 겨울이 봄 볕살을 못 이겨 조금씩 물러.. 청우헌수필 2017.06.12
어찌해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 두어 달째 무릎이 가끔씩 시큰거렸다. 산을 오를 때도, 자전거를 탈 때도 그랬다. 그리 심하지는 않아, 그럴 때만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잖게 넘겼지만, 간혹 이러다가 큰 병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기도 했다. 병원을 찾아갔다. 증상을 말하니 사진을 찍어보자 .. 청우헌수필 2017.05.27
나의 한촌살이(1) 나의 한촌살이(1) 모처럼 온몸이 젖도록 땀을 좀 흘렸다. 아내가 지난해 가을 추수 이래 묵어 온 밭을 일구어 달라 했다. 겨울을 나고 봄이 익어가는 사이에 밭에는 지난해의 마른 풀 위로 잡초가 무성히 돋아 있었다. 잡초이라는 게 봄까치꽃이며 냉이, 지칭개, 망초 같은 들꽃들이지만, 밭.. 청우헌수필 2017.05.20
한촌 비애 한촌 비애 자전거를 달려 나간다. 신문을 가지러 가는 길이다. 강둑길을 거쳐 들길을 지나 보급소에 다다르면 십리 길이 넘는다. 되돌아 왕복 이십여 리를 내처 달려서야 집에 이른다. 제 날짜의 신문을 보려면 어쩔 수가 없다. 한촌을 살아온 지도 예닐곱 해가 지나가고 있다. 산이 있고 .. 청우헌수필 2017.05.11
[대구일보]울릉도 하나뿐인 고교와 <이일배 교장> 울릉도 하나뿐인 고교 다양한 명품·특화교육 대학 특례입학 혜택 숙제<43> 교육(울릉고) 2015.07.31 울릉고 학생들이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울릉도에는 고등학교가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육지의 명문고등학교보다 더 귀한 곳이 울릉고등학교다. 시골학교다 보니 학년별로 약 40~7.. 여기는울릉도 2017.05.04
잃어버림에 대하여 잃어버림에 대하여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 끼고 자전거를 달리던 것을 주머니에 넣고 달린 게 화근이었다. 이튿날 아침에야 잃어버린 걸 알고, 눈에 한껏 힘을 주어 살피고 또 살피며 길을 되짚어 달려보았지만, 어이없고 안타깝게도 장갑은 종내 보이지 않았다. 산을 오르고 자전거 달.. 청우헌수필 201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