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촌의 아침 한촌의 아침 한촌의 아침은 언제나 새로운 풍경으로 온다. 아침이면 고샅도 들판도 새롭고, 강도 산도 물도 나무도 다 새롭다. 한촌의 아침은 방금 세수한 처녀처럼 언제나 새 얼굴이다. 들판의 흙덩이조차도 어제 그 흙이 아니다. 새로운 바람을 맞고 쐰 새 흙이다. 아침을 향해 한껏 가.. 청우헌수필 2014.05.05
저 나무에게나 저 나무에게나 경주 불국사에 가면 아사달 아사녀의 사랑의 나무가 있다. 불국사 일주문에서 천왕문을 지나 영지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 단풍나무 숲길로 올라가다가 보면 연리근(連理根)으로 얽혀 있는 진귀한 모습의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수령이 이백여 년쯤 된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 청우헌수필 2014.01.29
한촌의 추위 한촌의 추위 산과 들과 강과 함께 사는 한촌의 겨울은 유달리 춥다. 아랫녘 도시 보다 4,5도는 더 춥고 윗녘 대처보다 더 추울 때도 있다. 다른 곳보다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겨울이면 지상에 있는 것이란 얼지 않는 것이 없다. 지난해는 겨울을 나고 나니 나무들도 추위에 떨.. 청우헌수필 2014.01.08
오월의 한촌 길 오월의 한촌 길 아침 한촌 길을 걷는다. 논두렁을 지나 마을 숲에 들어 나무가 빚어내는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벚나무 늘어선 강둑길을 따라 걷다가 들길로 든다. 날마다 아침이면 거니는 길이지만, 오월 아침의 한촌 길은 걸을 때마다 풍경이 새롭다. 사월의 현란했던 꽃들은 전설처럼 .. 청우헌수필 2013.05.12
봄이 오는 한촌 봄이 오는 한촌 마을회관의 문을 닫았다. 추수 끝낸 가을에 열었었다. 지난겨울의 회관은 참 따뜻했었다. 방도 따뜻했지만, 그 방에 모이는 마음들이 더 따뜻했다. 된장이야 고추장이야, 채소야 나물이야 조금씩 가져와 모둠밥을 해먹으며 인심을 나누기도 하고, 객지로 아이들 다 내보낸.. 청우헌수필 2013.03.31
한촌에서 혼자 집보기 한촌에서 혼자 집보기 한 생애를 마감하고 제2막의 삶을 찾아 한촌으로 옮겨온 지도 만 이태가 되어 갑니다. 제가 사는 한촌은 조그만 동네지만 아침에 해가 뜨면 제일 먼저 따스한 볕살이 내려앉는 곳입니다. 이 한촌에서 혼자 집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가 등쌀대거나 성가시게 .. 청우헌수필 2013.01.11
한촌의 한봄 한촌의 한봄 강둑에 벚꽃이 활짝 피던 날, 논들 수로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올해 첫 통수라고 수로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남쪽의 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지만, 한촌엔 벚나무 가지가 볼그레한 빛이 조금 감돌뿐 꽃은 .. 청우헌수필 2012.04.18
2월26일 2월26일 “2011년2월26일. 토. 맑음. 제1막의 인생을 정리하는 날이었다.” 그날 일기장의 첫머리를 이렇게 적었었다. 참 맑은 휴무 토요일이었다. 거처해 오던 사택을 떠나기로 했다. 세간을 차에 다 싣고는 몸 뉘었던 방을 쓸고 닦았다. 내 한 생애의 마무리였다. 새 삶의 터 문경 마성을 향.. 청우헌수필 2012.02.26
한촌의 어느 하루 한촌의 어느 하루 -청우헌 일기·16 숲속 길은 험했다. 한겨울이라 넝쿨이며 풀들은 바짝 말라 있었지만 여전히 발길을 훼방하고 있었고, 가시를 단 마른 나뭇가지들이 옷이며 살갗을 찔러왔다. 어느 날 이웃에 기계톱을 빌려 들고 산길을 올라갔다. 언젠가의 폭풍우로 넘어진 커.. 청우헌일기 2012.01.22
한촌의 겨울 밤 한촌의 겨울 밤 한촌의 겨울밤은 참 길다. 동지를 지나고 해가 바뀌었는데도 겨울밤은 길기만 한 것 같다. 한촌의 겨울밤은 마을을 감싸는 땅거미와 함께 정적에도 깊이 싸이게 한다. 집집마다 창 밖으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만이 사람 사는 곳임을 알려 줄 뿐이다. 그 희미한 .. 청우헌수필 201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