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울릉도

[대구일보]울릉도 하나뿐인 고교와 <이일배 교장>

이청산 2017. 5. 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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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하나뿐인 고교 다양한 명품·특화교육 대학 특례입학 혜택 숙제

<43> 교육(울릉고)

2015.07.31


울릉고 학생들이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울릉도에는 고등학교가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육지의 명문고등학교보다 더 귀한 곳이 울릉고등학교다.
시골학교다 보니 학년별로 약 40~70명씩 전교생이 고작 147명인 미니 고등학교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전국 최고를 자부한다.
  
◆울릉고등학교 

울릉고등학교의 전신은 홍순만 씨가 1952년 8월 개원한 울릉고등학원이다. 

1946년과 1947년에 울릉중학교와 천부분교가 개교했으니,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더는 진학할 곳이 없었다.

1952년에 개원한 울릉고등학원은 어쩌면 울릉주민들의 자식 사랑에 대한 열정이 나은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54년 5월18일 어로과 3학급으로 설립인가를 받고 울릉수산고등학교를 개교 하면서부터다.

자료를 보면 1955년 12월 16일 울릉중학교와 병합한다.

당시만 해도 공부를 할만한 마땅한 건물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병합한 이유도 아마 그 때문으로 전해진다.

16년간 해양과정을 배우는 어로과 3학급에서 1970년 1월31일 큰 변화가 생긴다.

어로과와 더불어 보통과, 가정과가 추가로 생기면서 각 3학급으로 ‘울릉종합고등학교’로 개편해 인가를 받는다.

같은 해 12월30일에는 구관교사 9개 교실을 신축하면서 본격적인 학교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듬해 2월25일에는 본관교사 9개 교실을 증축하고, 3월14일에는 현재 위치로 교사를 이전한다.



1970년대 초 학교를 짓기 위해 학생들이 책 대신 곡괭이와 삽을 들어야 했다.

학교 건축 당시 작은 산이었던 지금의 학교 자리를 변변한 도구도 없이 오직 리어커와 인력만으로 오랫동안 공사를 진행했다.

1973년 12월1일 학칙이 변경되면서 가정과는 폐지된다.
1975년 울릉중학교와 분리ㆍ독립된 것을 보면 아마도 1971년 시작한 공사가 이맘때쯤 끝난 것으로 추측된다. 

개교 이후 줄곧 어로과의 역할이 컸던 만큼 1981년 5월15일에는 해양실습선 403호(83t)를 새로 만들었다. 
이 실습선은 1985년 12월7일 실습용 레이더와 로란(무선 항법장치)을 설치해 사용해 오다가 1995년 3월1일 포항수고에서 인수하게 된다.

앞서 1983년 10월22일에는 신관교사 6개 교실을 증축했다.

학교의 신ㆍ증축은 그 시대 인구와도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울릉군의 인구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광복되던 1945년부터 살펴보면 당시 1만3천944명으로 지금보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울릉도에 거주했다. 

1956년에는 2만1천696명, 1960년 1만7천932명, 1970년 2만3천248명, 1979년 1만9천386명으로 꾸준히 증가한다.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0년을 기점으로 1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변화는 오징어가 한창이던 시절 어업인구의 증가와 자동조획기의 개발에 큰 영향을 받았다. 

1997년 2월24일 벽지형 급식학교로 지정된 울릉고는 이듬해 9월15일 다시 한번 학과를 개편한다. 

해양생산과, 정보처리과, 보통과로 학과를 개편한 데 이어, 1999년 9월1일에는 멀티미디어실을 설치했다. 
2001년 1월17일에는 기숙사와 식당, 사택이 있는 동백관을 준공한다.

이후 2003년 9월 4일에는 봉래도서관을 개관하고, 3학년 9학급으로 편성했다. 

2000년대 이후 울릉고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는 2007년 3월1일 제28대 이일배 교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이 교장은 취임과 동시에 5월 10일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2007 농산어촌 우수고’로 지정받는다. 

이를 계기로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8억원, 도교육청 8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지원받아 노후화된 학교 제반시설을 개선했다.

또 운동장 진입로와 학교 정문공사, 강당신축 등을 시행함으로써 쾌적한 교육환경 개선해 현재 학교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밖에도 전자칠판, 빔프로젝터 등 최신 학습도구를 갖춰 새로운 교육환경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교장은 학교시설 개선뿐 아니라 진학률 92%를 넘기면서 작은 어촌마을에 큰 선풍을 일으킨다. 

또 시골학교에서는 갈 수 없었던 경북대, 영남대 등 지방 명문대 진학을 현실화시키면서 입학생 증가에도 힘을 싣는다.

당시의 이러한 변화는 장학제도 확충과 산학 협력을 통한 MOU체결 등 숨은 노력의 결실로 지역교육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부 못하는 학생이 진학하는 학교라는 인식과 입학생의 감소는 울릉고의 영원한 숙제였다. 

울릉고는 이러한 오명을 씻고 명문고로 발돋움하려고 2010년 3월1일 울릉종합고등학교에서 울릉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한다.

교명 변경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니라 하나뿐인 지역 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후 지역민과, 동창회, 교사들의 한결같은 노력으로 서울대, 고려대 등 명문대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울릉고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2015년 3월에는 제31대 김해식 교장이 취임하면서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초석을 다져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학교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력향상·진로 선택 

  울릉고는 학력향상과 기초부진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 개인의 개별화 교육을 통해 목표수준을 달성케 하고, 학생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학업의 기본이 될 수 있는 기초학력을 책임지도 함으로써 학업부진학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원의 수업능력 향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관계기관과의 협력망도 구축하고 있다.
교사의 수업력 향상을 위해 연 2회 공개수업을 상시화하고, 학부모 초청수업도 진행한다. 

수업기법 향상을 위해 연수교육을 추진하고 있으며, 교내외 교사 간 상호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다. 
직접적인 학력향상을 위해 모의고사 성적을 과목별로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학력향상협의회를 학기별 2회씩 연 4회 운영하고 있다.

사교육 근절과 효율적인 학업향상을 위해 방과후학교 수업을 전액 학교 예산으로 운영한다. 

부진학생은 개별지도하고, 학생이 스스로 부족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주말에는 국어, 영어, 수학 특별반 운영으로 전 교사가 학력향상에 힘쓰고 있다. 

학생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함양에도 힘쓰고 있다. 
야간, 주말 심화 자율 학습반을 연중 운영하고 있고, 멀리 떨어진 학생에게는 수송버스를 지원하고 있다.

EBS활용과 토론식 수업 동아리 운영, 사이버 가정학습 프로그램 등도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제고 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울릉고는 학업능력향상뿐만 아니라 학생의 특기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진로지도에도 힘쓰고 있다.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해 1, 2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내 꿈(Dream) 키우기’ 대회에서는 자신의 꿈을 발표하거나 꿈 그리기, 꿈 명함 만들기, 직업스피드퀴즈 등을 하고 있다.

또 전문직업인을 초청해 ‘꿈을 가져라’는 주제로 진로에 대한 특강도 시행한다. 
또 전교생을 대상으로 자신을 알고, 잠재능력을 발견해 자존감을 높이는 ‘진로 비전 캠프’로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인성함양 프로그램·체험활동 


울릉고는 올바른 인재육성을 위해 학업능력 향상과 더불어 인성함양에도 노력하고 있다. 

올바른 인격 형성을 위해 사제동행 아침 독서 시간 운영으로 매일 오전 8시 30~50분까지 20분 동안 선생님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를 위해 아침 독서 시작종과 동시에 학생과 교사 전체가 20분 동안 독서에 참여하고, 이 시간에는 청소, 심부름, 개인행동을 일절 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도록 독서시간에는 교사도 별도 업무나 공무서 처리, 전화 등을 삼가고 있다.

사제간의 정을 쌓고 마음을 여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사제동행 성인봉 등반대회’를 시행하고 있다. 

사제간 등반을 통해 소통의 기회를 갖고, 학교폭력예방과 심신단련, 배려심, 협동심, 봉사정신을 키워나고 있다.
또 가을이면 선생님과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감성 나눔 여행을 떠난다. 

내 고향의 아름다운 곳으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고 추억을 만들고 있다.

울릉고는 교과 외에도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해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일반 동아리는 영상반, 녹색환경반, 풋살반, 향토탐구반, 락밴드반, 탁구반, 정보검색반, 배구반, 문학탐구반 등이 있다.

봉사동아리는 자연사랑반, 청소년RCY반, 청정동해지킴이반, 저동천가꾸기반, 울릉사랑반, 사람향기반이 있다.

자율동아리에는 히스토리아, 관사모, 안단테, 유사모, 목소리를 높여 high, 미라의 주방, 인간중독, 내 거친 생각 과학,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연극영화 동아리, 패션왕 등이 있다.

특히 ‘사람향기’ 봉사 동아리는 지역 독거노인에게 따뜻한 가족 사랑을 나누어줌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희망을 품게 해주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동아리는 저동 및 도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을 매달 2차례씩 직접 방문해 집안청소, 음식장만, 설거지, 책 읽어 드리기, 말벗 해드리기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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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함께 울릉고 학생들이 사랑의 김장 담그기를 하고 있다.

동아리 학생들과 울릉고 학부모회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지역 독거노인 및 어려운 가정 학생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도 펼쳐나가고 있다. 

이렇게 담근 사랑의 김장 김치는 독거노인의 집에 직접 전달하면서 이웃 사랑을 실천을 수년간 이어오고 있다. 

울릉고에도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매년 줄어드는 입학생 유치가 걱정이다.
최근 4년간 입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53명, 2013년 67명, 2014년 44명, 2015년 36명이다. 

또 지역 내 중학교 졸업 예정자를 보면 2016년 89명, 2017년 64명, 2018년 38명, 2019년 49명, 2020년 43명, 2021년 61명, 2022년 51명, 2023년 54명으로 집계됐다. 

중학교 졸업 예정자 현황에 따르면 울릉고등학교의 존립이 우려스러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울릉고는 입학생 유치를 위해 학과 재편성, 특례입학제도 부활, 지역 자치단체 및 기업 취업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입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재편성하고, 성적이 우수한 대학진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장학금 제도 마련을 통해 울릉고 학생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출처 보기

PDF기사 보기 [대구일보 2015.7.31,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