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위안이다 나무는 위안이다 -두 편의 '나무' 시와 함께 오늘도 산을 오른다.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안으러, 나무에 안기려 산을 오른다.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시간과 공간을 모두 넘어선 자리다. 모든 시간들은 나무를 비껴서 흐른다. 모든 공간들도 나무가 선 자리를 떠나 있다. 언.. 청우헌수필 2018.06.11
따뜻하고 밝은 삶을 축원하며 따뜻하고 밝은 삶을 축원하며 오랜만에 결혼식 주례를 부탁 받았다. 조 여사가 아들 결혼식의 주례를 서 달라고 했다. 현직에 있을 때 제자들이나 동료의 결혼식에 주례를 더러 서곤 했지만, 은퇴 이후로는 뜸했던 일이다. 주례를 서본 지도 오래 되었고, 더 명망이 높은 분들도 있을 터이.. 청우헌수필 2018.05.31
나무의 행복 나무의 행복 나무에게도 운명이라는 게 있을까. 명산 경승에 태어나고, 야산 황지에 태어난 것이 운명일까. 볕바른 곳에 살고, 그늘진 곳에 사는 것이 운명일까. 천 년을 넘어 하늘을 바라고 있고, 그 하늘의 해 몇 번 못 보고 잦아드는 것이 운명일까. 나무는 태어난 그 자리가 행복이다. .. 청우헌수필 2018.05.20
풀꽃 산책길을 그리며 풀꽃 산책길을 그리며 육중한 굴삭기가 지나가고, 회반죽이 두껍게 덮이면서 강둑은 불모의 메마른 길, 폐허의 거친 땅으로 변해버렸다. 그 길은 발자국 길이었다. 사람들이 거니는 발자국을 따라 가르마를 타듯 나 있는 길의 양쪽 길섶으로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강 쪽으로는 벚나무.. 청우헌수필 2018.05.09
수건 한 장 수건 한 장 그 때 나는 ‘봄이 오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지역의 어떤 기관지에 이런 글을 썼었다. …… 오늘의 이 출범식을 사람들은 잔치라고 생각했다. 잔치였다. 작아져만 가는 동네, 살기가 고단해져만 가는 이 산골 마을이 이제 좀 나아지리라는 소박한 기대와 축복이 어린 잔치였다.. 청우헌수필 2018.04.30
벚꽃이 지다 벚꽃이 지다 벚꽃이 지고 있다. 꽃보라가 눈가루처럼 날린다. 한 열흘 해사하고 찬란하게 보냈다. 열정을 다해 살았다. 꽃을 보내고 있는 나무는 잎을 피울 채비를 하고 있다. 조금 성미 급한 가지에서는 벌써 파란 촉을 내밀기도 했다. 나무는 모든 힘을 꽃 피는 데에만 모았다. 가지가 어.. 청우헌수필 2018.04.22
덮여버린 풀꽃 길 덮여버린 풀꽃 길 올 것이 또 오고 말았다. 오지 말기를 간곡히 바랐던 것이 기어이 와서 강둑을 덮으면서 내 가슴도 덮어버렸다. 그 강둑의 반을 덮을 때는 내 삶의 한 부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지만, 나머지 반마저 덮일 때는 차라리 먹먹했다. 가슴도 머리도 먹빛으로 짓이겨지는 .. 청우헌수필 2018.04.06
산이 아늑한 까닭은 산이 아늑한 까닭은 산에 봄이 오고 있다. 오는 봄을 가장 빨리 맞는 곳이 산일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다가 솔빛이 어제와는 달리 새뜻하다 싶으면 봄이 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 청우헌수필 2018.03.25
길 찾아 가는 길 길 찾아 가는 길 새 학교에 부임하여 첫 수업을 들어가는 날이었던 것 같다. 용모를 추스르고 있는데 곁의 누가 빨리 수업에 들어가기를 재촉했다. 서둘러 교재를 들고 교실을 찾아 나섰다. 까마득한 언덕 위에 서있는 학교 건물이 보였다. 회랑을 오르내리며 찾아갔지만 교실은 나오지 않.. 청우헌수필 2018.03.14
나는 용하다 나는 용하다 사전을 보면 ‘용하다’는 말에는 ‘「1」 재주가 뛰어나고 특이하다. 「2」기특하고 장하다. 「3」 매우 다행스럽다.’ 등의 뜻이 있는 걸로 풀이되어 있다. 이 말을 두고 나를 보면 「1」, 「2」의 뜻은 전혀 해당이 안 되는 것 같고, 「3」의 뜻에는 내 삶이 조금은 가닿아 있.. 청우헌수필 201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