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스쿠터를 타다. 내 힘을 별로 들이지 않고 내 뜻대로 길을 달려 보기는 평생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가쁜 숨에 땀을 닦아가며 달리거나, 달려주는 기기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르면서 달려야 했지만, 지금 나는 힘도 비용도 아주 적게 들이면서 내 뜻을 따라서 가는 길을 달리고 있다. 흘러가는 세월이 내 땀으로 내달을 수 있는 길을 거두어갔다. 한 발 한 발 디뎌 걸을 수 있는 길을 내어주는 것만으로 만족해하고 감사해하며 걸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것도 힘닿는 데까지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다른 것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자전거다. 자전거는 걷는 것보다는 적은 힘으로, 걸어서 갈 때보다는 더 먼 길을 갈 수 있게 주는 이기다. 그렇지만 자전거도 내 힘을 적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