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죽음(1) 나무의 죽음(1)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산이 언제나 거기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산에 있기 때문이다. 늘 봐도 보고 싶은 나무다. 또 하나 큰 나무가 쓰러져 있다. 산에는 언제나 쓰러지지 않은 나무와 쓰러질 나무와 쓰러진 나무가 모두 하나가 되어 살고 있다. 걸음 앞에 가로 누워 있.. 청우헌수필 2019.07.09
군산(群山)의 기억들 군산(群山)의 기억들 군산은 일제강점기에 성장한 항구도시다. 군산은 쌀이 모이던 도시였고, 일제는 그 쌀을 모아 본국으로 실어내기 위해 항구를 키웠다. 군산항에는 장미동이 있다. 아름다운 장미(薔薇)동이 아니라 아릿한 장미(藏米)동이다. 일제와 쌀은 군산의 지울 수 없는 일화기억.. 청우헌수필 2019.06.30
소루쟁이를 본다 소루쟁이를 본다 유월의 아침 강둑길을 걷는다. 날마다 걷는 아침 산책길이지만 녹음으로 무성한 벚나무며 우거진 수풀에 이는 바람이 한결 정겹다. 유월의 바람은 풋풋하고 청초하면서도 가슴 넓은 여인처럼 부드럽고 온화하다.그 바람결에 일렁이는 길섶 수풀에는 쑥대며 장대나물이 .. 청우헌수필 2019.06.24
읽어버린 길섶 잃어버린 길섶 요즈음은 시골에도 마을을 나드는 길이며 조붓한 고샅까지 포장이 안 된 곳이 거의 없다. 삼십 여 가구가 사는 우리 마을에도 물론 모든 길이 다 포장되어 자동차며 농기계가 잘 지나다니고 있다. 사람들은 그냥 잘 지나다니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큰 차도 작은 차.. 청우헌수필 2019.06.04
나도 오월인가 나도 오월인가 오월은 생동하고 있다. 모든 것들이 넘치는 생기로 천지를 요동하게 하고 있다. 그 생기의 빛깔은 진초록이다. 초록보다 더 진한 진초록에는 빛깔의 심도만큼이나 힘찬 생명의 박동이 울리고 있다. 오월은 울림의 계절이다. 오월의 산은 온통 그 박동 소리로 가득 차 있다. .. 청우헌수필 2019.05.23
뜨거운 우리말 사랑을 위하여 뜨거운 우리말 사랑을 위하여 글 쓰는 일에 관심을 두고 살아오는 동안에 가볍지 않은 세월이 쌓여가면서 받아 보는 책도 늘어나고, 읽어 보라며 보내오는 책들도 적지 않다. 다달이 또는 계절마다 오는 책이며 간간이 보내오는 책을 샅샅이 다 읽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글에 배어 있을 글.. 청우헌수필 2019.05.16
견일영 선생님의 빗돌 견일영 선생님의 빗돌 신록이 짙어갈 유월 모임에도 선생님이 꼭 참석하실 것이다. 삼십여 년 모임을 함께해오면서 먼 길을 나셨을 때 말고는 한 번도 빠지신 적이 없다. 심지어는 십여 년 지병 생활 중에서도 석 달마다 한 번씩 만나는 자리에서 못 뵌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번 모임.. 청우헌수필 2019.05.13
봄은 먹먹하다 봄은 먹먹하다 사계절 중에서 봄이 시 쓰기에 가장 좋다며 봄 시를 많이 쓴 어느 시인은 “봄바람 없이/ 무슨 꽃이 아름답고/ 봄바람 없이/ 무슨 잎은 생기를 돋우며/ 봄바람 없이/ 무슨 새가 울겠느냐// 그 많은 소문은/ 누가 있어 퍼뜨리나”(김형영, 「화살시편4-소문」)라며 봄을 노래했.. 청우헌수필 2019.04.22
당신이 꽃입니다 당신이 꽃입니다 봄이 오고 있다. 꽃이 피고 있다. 겨울이 아무리 지난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 제 때를 알아 오는 봄은 꽃을 데려 오는 것이 저의 할 일인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봄은 꽃을 피울 푸나무들을 섶에 싸서 오거나 손을 잡고 데려온다. 봄을 따라온 꽃의 밑씨들은 정해진 순서.. 청우헌수필 2019.04.06
시 외는 삶(7) 시 외는 삶(7)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시를 외고 듣고 하는 것이 좋아 뜻 맞는 사람들끼리 만든 모임이 있다. 모여서 낭송을 서로 주고받기도 하고, 한 해 한 번쯤은 무대도 열면서 함께 낭송을 즐겨온 지도 어느새 강산이 바뀔 세월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내 머리와 가슴속에서는 수많은 .. 청우헌수필 2019.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