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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겸허하다

나무는 겸허하다 오늘도 산을 오른다. 늘 그 자리에 서서 하늘 향해 푸른 가지를 뻗고 서 있는 나무들이 언제 봐도 아늑하고 청량하다. 잎사귀를 반짝이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나도 저를 향해 즐거운 손길을 보낸다. 강대나무가 된 소나무 하나가 넘어지면서 상수리나무에 기대어 서있다. 뿌리가 뽑힌 밑둥치를 힘주어 끌어당겨 마른 우듬지를 땅에 눕혔다. 다른 나무에 기대고 있던 저나 의지가 되어주어야 했던 나무나 모두 편안한 일이 될 것 같다. 이제 이 나무는 땅에 누운 채로 온갖 벌레며 미물들의 아늑한 집이 되다가 풍우에 몸이 녹으면서 흙이 되어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무와 땅은 한 몸일지도 모른다. 땅의 기운으로 나고 자라다가 그 기운을 모두 다시 땅으로 가져가지 않는가. ‘나무는 인간의 자원이 아니라 ..

청우헌수필 2019.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