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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영원하다

오늘도 산을 오른다. 산은 언제나처럼 무성한 녹음으로 우거진 나무들을 넉넉한 품으로 안고 있다. 키가 크고 작은 나무, 몸통이 굵고 가는 나무, 잎이 넓고 좁은 나무……, 나무의 모양은 각양각색일지라도 모든 나무를 분별없이 너그럽게 품고 있다. 우거진 푸른 잎새들은 바뀌는 철을 따라 색색 물이 들었다가 마르고 떨어져 제 태어난 땅으로 내려앉을 것이다. 가지들은 부지런한 생명 작용으로 떨어진 잎을 거름 삼아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낼 것이다. 천명을 다한 나무는 강대나무가 되었다가 제 태어난 흙 위에 길게 몸을 누일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떨어진 잎들이 그랬던 것처럼 흙이 되어 새 생명으로 태어날 것이다. 나무는 저들의 섭리를 따라 나고 지는 변전을 거듭한다. 이 나무들을 안고 있는 산은 철 따라 세월 따..

청우헌수필 2020.06.14

나무의 염치

오늘도 산을 오른다. 날마다 오르는 산이지만 오를 때마다 설렌다. 나는 왜 산을 오르는가. 산이 있고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산의 품은 넉넉하고, 그 품속의 나무는 푼푼하다. 그 넉넉하고 푼푼한 품으로 드는 걸음이 어찌 설레지 않을까. 산은 품지 않는 것들이 없다. 어떤 것이 찾아와도 늘 품을 벌려준다. 내치는 법이 없다. 세상에 이보다 넓은 품이 있을까. 그 품을 사는 나문들 어찌 산과 마음을 따로 할 수 있을까. 산의 너그러운 기운을 받아 죽죽 뻗어나면서 어떤 것에게도 기다렸다는 듯 가슴을 내어준다. 산과 나무는 한 몸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런 산과 나무가 사는 산을 어찌 오르고 싶지 않으랴. 생기 차게 뻗쳐오르는 나무의 몸통이며, 푸른 잎 싱그러운 가지들을 보노라면, 몸속의 모든 혈관에 더욱 세찬 ..

청우헌수필 202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