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바뀜을 보며 계절의 바뀜을 보며 가을이 가고 있다. 가는 가을을 전송이라도 하려는 듯 가을비가 자분자분 내리더니, 강둑의 벚나무며 뒷산 나무들의 단풍 빛이 한결 더 새뜻해졌다. 노란색, 붉은색, 황갈색의 잎사귀들이 명도와 채도를 달리 하면서 온 강둑이며 산을 황홀하게 휘덮고 있다. 저 빛깔.. 청우헌수필 2015.11.15
가을 들판에서 가을 들판에서 한로도 지나 벌써 상강이다. 들판이 온통 누런 금빛으로 출렁이는가 싶더니 바야흐로 벼 베기가 한창이다. 어제는 저 집, 오늘은 이 집, 가을 손길이 분주하다. 벼가 고개를 묵직이 숙이고 서있는 논머리를 조금 쳐놓으면 트랙터가 와서 삽시간에 뚝딱해치우는 벼 베기지만.. 청우헌수필 2015.10.26
구불구불 가는 길 구불구불 가는 길 어느 날 시외버스정류장에서 곧 출발하려는 차를 타고 있는데, 한 승객이 바쁜 걸음으로 뛰어오더니 운전기사에게 급하게 묻는다. “이 차 바로 갑니까?” 기사가 말하기를, “아뇨. 길이 구불구불한데 우째 바로 갑니까?”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빙긋 웃었다. 목.. 청우헌수필 2014.02.24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청우헌일기·21 며칠째 주지봉을 오르지 못했다. 주지봉을 못 올랐다는 것은 하루 생활 중에서 가장 큰 의의를 잃어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루를 어떻게 지냈든 저녁 답에 주지봉을 올랐다가 내려와야 하루를 제대로 산 것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답답.. 청우헌일기 2012.08.12
앵글을 짜며 앵글을 짜며 -청우헌 일기·11 앵글을 짠다. 선반으로 쓸 수 있는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사온 것이지만, 나사를 박아 짜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좌우, 상하 균형이 맞게 얽어서 나사를 끼우고, 튼튼하게 죄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하나를 짜고 나니 온몸에 땀이 밴다. 내 집이라고 마련하여 살기 시작한 .. 청우헌일기 2011.06.06
그의 아름다운 삶 그의 아름다운 삶 그는 학창시절부터 시 읽기를 즐겨했다. 읽은 시는 모두 다 외웠다. 어느 성우의 낭송시들을 들으며 그처럼 멋지게 낭송할 수 있기를 애썼다. 그 세월 뒤에 그는 시 낭송 전문가가 되었다. 그리고 시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가 내 방을 찾아왔다. 시낭송회를 앞두고 나에.. 청산수필 2010.08.27
삶·단상(斷想)Ⅱ 삶·단상(斷想)Ⅱ 삶·7-늙음 회갑이 지났다. 옛날에 어른들이 회갑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서는 '사람이 늙으면 회갑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막상 회갑을 맞고 보니 그 생각이 정당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내 자신이 늙어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늙음'이라는 것은 삶의.. 청산수필 2009.01.14
삶·단상(斷想)Ⅰ 삶·단상(斷想)Ⅰ 삶·1-광고지 빌라 출입구의 대리석 문설주며 처마 밑에는 온통 테이프 자국투성이다. 접착테이프로 광고지를 붙였던 자리다. 떼어내면 또 붙이고, 붙이면 또 떼어내는 숨가쁜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멋지고 예쁜 방, 살기에 편하고 좋은 방을 싼값에 임대해 준다느니, 원하는 조.. 청산수필 2008.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