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0

선물

선물 이 일 배 윤 박사가 스승의 날을 기리는 전화를 했다. 사십오 년 전쯤의 제자다. 그도 이순을 벌써 넘어선 연치를 살고 있다. 일찍이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지금까지 사회와 나라를 위하여 좋은 일을 많이 해오고 있다. 내가 정년으로 교단을 내려온 지도 어느덧 십여 년이 흘렀다. 현직에 있을 때도 그리 우러름을 받는 사람은 못 되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새겨주는 사람도 차츰 줄어들어 이제는 기억해 줄 제자도 몇 되지 않을 것 같다. 나를 돌아볼 일일지언정 누구를 탓할 일은 전혀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 세월 속에 묻혀 가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서도 윤 박사는 여태 나를 잊지 않는다. 명절마다 마음을 전해 오는가 하면, 스승의 날에는 꼭 전화라도 해준다. 고마운 일이다. ..

청우헌수필 2022.05.24

내 삶 속의 작은 회심

내 삶 속의 작은 회심 세월이 조금은 쌓인 탓인지 가끔씩 지난날이 돌아보일 때가 있다. 허망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세월 되도록 잘한 일이 무엇이며, 괜찮게 이루어놓은 일은 무엇인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구차스럽게 숨줄만 이어온 것 같아 누가 보지 않는데도 얼굴에 홍조가 인다. 그런대로 눈을 씻고 지난 일을 뒤지다 보면 집히는 게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아 작은 위안을 얻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울릉문학회’와 ‘금오산수필문학회’를 만든 일이다. 내가 아니면 못 했거나 늦어졌을 일이기 때문이고, 그런 것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십여 년 전, 몇 해 전에 근무했던 울릉도를 못 잊어 다시 근무지로 택하여 찾아갔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기기묘묘한 풍광이며 섬사람..

청우헌수필 2020.12.10

삶이 글이다

삶이 글이다 조 원장이 특강 한 번 해달라고 했다. 그는 시인으로 지역 문인협회의 회장을 물러나면서 지역 문학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애를 써오고 있다. 나와는 지난 세월 속에서 친근한 직장 동료이기도 했고, 학교 동문이기도 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지역 문학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들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평생 거의 글을 껴안고 살아오긴 했지만, 아직도 자신 있는 글 한 편 옳게 못 써본 사람일뿐더러, 이 코로나 시국에 무슨 특강이냐며 손을 저었다. 글을 쓰고 있어도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 경륜을 숨기지 말고 좋은 일 좀 해달라 했다. 코로나는 적절히 대처해 보겠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글쓰기의 기본은 무엇이며, 숨기고 있는 경..

청우헌수필 202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