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5

글 쓰는 병

글 쓰는 병 -이규보의 ‘詩癖’을 보며 마을 사람들이나 아내의 눈에 비친 나는 종일을 한가롭게 빈둥거리다가 해거름이면 산에나 오르고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내나 남들처럼 땀 흘려 흙을 쪼거나 무얼 정성 들여 심거나 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번다했던 생의 한 막을 거두면서 이 한촌을 찾아올 때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어서였다. 텃밭 가꾸기는 흙을 좋아하는 아내의 몫으로 미루었다. 아내도 위하고 나도 위한다는 변명과 함께 그 신념(?)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준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들이 그리 보는 것처럼 마냥 시간만 탕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침 강둑을 거닐며 물이며 풀꽃, 해거름 산을 오르며 나무와 숲을 보면서 느꺼워해야 하고, 신문으로 뉴스로 세상 소식..

청우헌수필 2022.09.05

허상의 글쓰기

허상의 글쓰기 이 일 배 1990년대 미국에서 무분별한 개벌皆伐에 반대하여 거세게 일어났던 ‘목재 전쟁’이라는 환경 운동을 다시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자 리처드 파워스가 그것을 소재로 하여 쓴 소설 『오버스토리(The Over Story)』가 나오고, 그것을 인용한 내 수필 ‘나무의 살 자리’도 떴다. 또 하나의 글이 떠서 『오버스토리』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신기하다 싶어 그 글을 클릭하여 들어가 보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내 글이 그대로 실려 있지 않은가. ㅎ 아무개가 썼다는 ‘나무를 보다’라는 글에-. “오늘도 산을 오른다. 산은 언제나 아늑하다. 산을 오르기 전까지의 어지럽고 성가셨던 일들이, 산에만 들면 맑은 물로 가셔낸 듯 말끔히 씻긴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단에서 첫 문장만..

청우헌수필 202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