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신문 칼럼] 폴 포트의 사람 사냥

이청산 2007. 2. 2. 09:13
 

대일산필(이일배)
폴 포트의 사람 사냥

캄보디아 시엠림에서의 사흘째, 왓트메이로 향한다. ‘왓(wat)'은 사원, ‘트메이(thmei)’는 ‘새 것’이라는 말이니, ‘앗트메이’는 ‘새 사원’이라는 뜻이다. 영화 ‘킬링필드(Killing Field)’로 유명한 폴 포트(Pol Pot, 1925~1998)의 대학살 시대가 끝나고, 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원이라고 한다.
차는 집도 나무도 붉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촌락의 황톳길을 요동치며 달려가는데, 안내원이 느닷없이 “지금 우리는 3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분들을 모두하늘 나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며 “저 뒤에 안경 쓰신 분, 벌써 하늘로 가셨습니다.”라고 한다. 즐거운 여행길에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배가 나온 분, 손에 굳은살이 없는 분, 집에 책이 많은 분,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 교사?교수이신 분, 외국어 잘하는 분, 종교인이신 분 손들어 보세요. 예, 모두 손을 드셨군요. 하늘 나라로 다 가셨습니다.” 폴 포트 치하였다면 그런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이 바로 폴 포트가 사람을 죽이는 기준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국제 경기에 참가한 경력이 있는 선수 2천 명도 학살했다고 한다.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은 물론, 총알을 아끼려고 생매장하고, 우물에 집어넣어 죽이고, 곡괭이와 죽창으로 찔러 죽이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어 죽이고, 비닐봉지를 씌워 질식하게 하고, 심지어 부모가 안고 있는 아기를 빼앗아 공중에 던져 사격 연습용으로 총을 쏘기도 했다고 한다. 왕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백성들을 갖가지 참혹한 방법으로 처형했던 장면을 새겨놓은 앙코르와트의 벽화를 흉내내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마구 사람 사냥을 한 것이다.
1975년 론놀 정부를 전복시킨 폴 포트의 크메르루즈 정부는 최단시일 내에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한다며 모든 도시인들을 농촌으로 소개시켜 강제 노동으로 내몰고, 지식층과 부유층 등 2백여 만 명에 이르는 인민들을 살해하는 무자비한 만행을 저질렀다. 그 암울했던 역사가 오늘날까지도 깊고도 큰 상처로 남아 캄보디아 사람들을 무지와 빈곤에서 허덕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왓트메이에 이르렀다. 흰색과 황금빛으로 장식한 커다란 사원 앞에는 사면에 유리벽을 두른 큼직한 탑이 서 있다. 유리벽 안에는 수많은 유골이 적나라한 모습으로 안치되어 있다. 유리벽 안에 꽉 차 있던 유골이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썩고 삭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온몸에 전율이 솟는다. 탑 주위에는 폴 포트와 함께 희생자들의 빛 바랜 사진을 전시해 놓고 있다. 그 때의 일을 결코 잊지 말자며, 다시는 그런 역사를 만들지 말자며 전시해 놓은 것이라 한다.
해방 공간의 혼란기, 6.25전쟁, 4월 혁명, 광주민주화운동 때 수많은 사람들이 무참하게 쓰러져 가야했던 우리의 참혹한 역사가 아프게 떠오른다. 그런 시대, 그런 역사가 이 지구상에 다시 있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지구의 한 켠에서는 지금도 전쟁의 포성이 멎지를 않고, 무자비한 살육이 자행되고 있다. 모두가 어깨를 겯고 사랑과 이해로 더불어 살 수 있는 평화의 지구촌이 되기를 아픈 마음으로 기원하며 소름 돋는 앗트메이를 나섰다. (수필가, 마성중 교장)


등록일 : 2007-02-01  17: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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