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신문 칼럼] 홍콩의 밤거리

이청산 2007. 2. 9. 08:37
 

대일산필(이일배)
홍콩의 밤거리

홍콩에 도착한 것은 땅거미가 짙어오는 무렵이었다.
문득 지난날의 노래 하나가 떠올랐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 파는 아가씨/ 그 꽃만 사 가시면…”
소곤대는 별과 꽃 파는 아가씨는 어디에 있을까? 거리에는 정글의 밀림처럼 빽빽이 서서 하늘을 찌르고 있는 빌딩들, 쉴새없이 길을 매우는 인파와 자동차의 홍수만 눈길을 잡을 뿐, 별들의 소곤거림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소곤대는 별들은 거리에서가 아니라 산정에 올라서야 듣고 볼 수 있었다. 홍콩에서 제일 높다는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밤거리는 휘황찬란한 꽃들의 바다, 별들의 바다였다. 화병에 조용히 꽂혀 있는 꽃들이 아니라 싱그러운 화단에서 막 피어나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싱싱하게 살아 있는 꽃이고, 싸늘한 하늘에 차갑게 떠 있는 별이 아니라 찬란한 광채로 화려한 꽃무늬를 수놓는 영롱한 별이었다. 바로 홍콩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그 유명한 ‘100만불 야경’이다.
홍콩의 거리는 118층의 마천루를 비롯한 까마득히 높은 빌딩들과 보통 5,60층이 넘는 크고 높다란 아파트가 숨막히게 들어 차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0.6배밖에 되지 않는 좁은 땅에 700만의 인구가 살자니 하늘로 치솟을 수밖에 없었지만, 홍콩 사람들은 삭막해지기 쉬운 콘크리트 빌딩의 천지를 아름답고 화려한 거리로 만들어냈다. ‘100만불 야경’은 그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홍콩에는 크고 높고 화려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고층 빌딩 옆에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단칸방의 빛 바랜 아파트들이 종이상자처럼 서 있고, 명품 쇼핑센터가 즐비한 번화가의 뒷골목에는 백열등 흔들리는 진열대 위에 싸구려 일용 잡화들을 빼곡이 차려 놓고 소리쳐 손님을 부르는 야시장도 있다. 향기로운 항구 홍콩(香港)은 화려함과 소박함, 세련미와 촌스러움, 부유와 가난이 스펙트럼이 발산해 내는 여러 가지 빛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빈부의 양극성에도 불구하고 계층 간의 갈등은 별로 없다고 한다. 조그만 아파트에 사는 서민들은 오히려 커다란 빌딩에 사는 부유층들에게 매우 우호적이라고 한다. 그것은 자본가들이 만들어내는 많은 일자리로 인해 실업자가 거의 없다는데서 느끼는 호감이기도 하지만, 축적한 부를 이웃과 사회를 위해 기꺼이 환원할 줄 아는 부자들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홍콩의 부유층들은 겉으로 보아서는 누가 부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결코 치장과 사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빈부의 차이로 인한 위화감도 거의 없다고 한다.
홍콩의 밤거리의 휘황 찬란한 아름다움, 그것은 서로 살펴줄 줄 아는 계층 간의 화합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인 것같이도 느껴진다.
계층간의 격차는 날로 커지기만 해서 못 가진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고 있고, 노∙사 간의 갖은 갈등이 하루도 그칠 날 없는 우리의 조국이 돌아 보였다. (수필가∙마성중 교장)


등록일 : 2007-02-08  1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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