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신문 칼럼] 따프롬 사원의 비단목화나무

이청산 2007. 1. 26. 09:39

 

 

대일산필(이일배)
따프롬 사원의 비단목화나무

앙코르톰을 나와 앙코르의 동부지역에 있는 따프롬(Ta Prohm) 사원으로 간다. 사원 진입로를 걸어가는데, 지뢰 피해 상이군인이라는 사람들이 성금 함을 앞에 두고 캄보디아 고유 악기로 연주를 하다가 우리가 한국인 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는지 갑자기 연주곡을 ‘아리랑’으로 바꾼다. 축조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오전보다 빛살이 많이 들어 사진 찍기 좋은 오후에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따프롬은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에게 헌정하기 위해 65㏊의 땅에 39개의 탑, 566개의 집단 주거시설, 그리고 어머니상을 비롯한 260개의 신상을 조각해 1186년에 세운 사원이다.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하고 6백 명이 넘는 압살라 무희를 두고 한 때의 영화를 구가하던 이 사원도 역사의 부침과 함께 깨어지고 허물어져 갔다.
많은 부분이 파손되어 있지만, 이 유적의 보존과 복원을 맡고 있는 프랑스 극동학교에서는 19세기에 발견되었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것은 이 사원에서 자라고 있는 비단목화나무(Silk-cotton tree)와 무화과나무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툼 레이더’에 등장하여 더욱 유명해진 비단목화나무는 크고 연한 갈색의 굵고 울퉁불퉁한 뿌리로 사원의 벽을 감싸고 있는데, 우기에는 잔잔한 잎을 피우다가 건기에는 잎을 떨어뜨려 수분을 조절한다.
비단목화나무의 씨를 먹은 새가 사원의 상층부에 배설하여, 그 씨가 사원을 쌓은 사암 틈 사이로 수분을 찾아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다가 토양을 만나 무럭무럭 자라나서 오늘날의 노거수가 되었다고 한다. 돌 틈 사이로 뿌리가 굵어지면서 쐐기처럼 돌덩이를 벌려 나가 사원을 튼튼하게 지탱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담 벽에 드리워진 뿌리는 길이가 서너 길은 될 것 같고, 굵기도 아름이 넘는다. 그 굵은 뿌리들이 벽을 이리저리 감아 사원을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것은 물론 갖가지 형상의 희한한 광경을 연출하여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나무가 죽게 되거나 폭풍우에 쓰러지게라도 되면 사원도 허물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크기와 영양분을 적절히 조절하여 나무가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장억제제를 투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이 사원을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비문에 의하면 7만9천365명이 관리했던 이 따프롬 사원은 500kg이 넘는 황금 접시 한 쌍, 다이아몬드 35개, 진주 4만620개 각종 보석 4천540개 등의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3,410개 마을을 다스며 온갖 권위와 권세를 다 누렸다고 한다.
그러나 화려했던 부귀와 영화는 역사 속으로 까마득히 사라져 버리고, 오늘날은 비단목화나무 뿌리가 허물어져 가는 그 영화의 흔적을 붙잡고 있을 뿐이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영화와 권세는 한 때의 것일 뿐, 자연의 무궁한 생명력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사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눈앞의 것만을 세상의 전부인 양 생각하며, 그것을 쫓기 위해 얼마나 부질없는 애를 쓰고 있는가.
따프롬을 비추고 있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높다. 비단목화나무는 무상한 세월을 잊은 듯 하늘 향해 커다란 가지를 뻗어 나가고 있다.(수필가∙마성중 교장)


등록일 : 2007-01-26  16: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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