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신문 칼럼]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랑

이청산 2007. 2. 16. 02:29
 

대일산필(이일배)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랑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는 아주 작고 가냘픈 몸매에 한을 토해내 듯 터져 나오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듣는 이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프랑스의 샹송 가수다. 에디트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5년 12월, 파리의 빈민가에서 떠돌이 곡예사 아버지와 거리의 무명 가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다. 어머니는 에디트를 낳은 지 두 달만에 다른 남자에게로 가버리고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다. 철들 무렵부터 아버지와 함께 거리에 나가 노래하며 돈을 빌다가 15세 때부터 집을 나와 혼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20세 때 루이 르프레에게 발견되어 본격적인 샹송 가수로 활동하게 되면서, 노래 속에 어린 시절에 보고 자랐던 하층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녀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 삶의 허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과의 교제, 빈번한 이성 편력 등으로 기쁨과 고뇌, 행복과 고통이 교차하는 파란의 삶을 엮어나가다가 48세로 짧은 생애를 마감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녀는 뜨거운 사랑의 추억 하나를 간직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것은 ‘모로코의 폭격기’라는 별명을 가진 미들급 복싱 챔피언 마르셀 세르당과의 만남이다. 세르당은 1948년 미국 최고 철권인 토니 제일을 KO로 눕히고 월드챔프를 획득하여 전 프랑스인의 영웅이 된 복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세르당은 1949년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녀의 충격은 너무 컸다. 그와의 열렬했던 사랑도 커다란 상처로 남았지만, 빨리 자기 곁으로 와 달라고 졸랐기에 사고를 당한 것이라는 자책감이 그녀를 더욱 절망케 했다. 에디트는 사흘 동안 식음을 전폐한 채 방안에 틀어박혀 노래를 만들었다. 바로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사랑의 찬가’라는 노래다.

“푸른 하늘이 우리들 위로 무너진다 해도/ 모든 대지가 허물어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사랑이 매일 아침 내 마음에 넘쳐흐르고/ 내 몸이 당신의 손 아래서 떨고 있는 한/ 세상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그녀에게는 너무도 애절하고 간절한 절규요 하소연이었다. 어떤 절망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보다 더 클 수 없고, 어떤 귀중한 것도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귀할 수는 없었다. 사랑만이 지고지순한 가치였다. 노래는 삽시간에 세상에 울려 퍼졌고, 전 세계를 감동케 하는 명곡이 되었다.
아픈 사랑의 기억을 결코 지울 수 없었던 에디트는 실의와 절망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통한으로 불사르다가 1963년 10월 한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녀가 사망했을 때 프랑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의 삶과 예술을 사랑했던 수많은 파리지엔들은 오열했으며, 에디트 없는 삶은 무의미한 것이라 외치던 시인 장 콕토도 며칠 후 심장의 발작을 일으켜 그녀의 뒤를 따라 저 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녀의 삶과 노래를 생각하면 한없는 절망과 처절한 절규가 끓어오르는 듯하고, 뜨거운 불덩이 같은 것이 솟구쳐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이 삭막하게 느껴지거나, 거리에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에디트의 ‘사랑의 찬가’가 듣고 싶다. 그 애절하고도 뜨거운 목소리를-.
(수필가, 마성중 교장)


등록일 : 2007-02-15  17: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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