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신문 칼럼] 톤레삽 호수에서

이청산 2007. 1. 13. 14:57

 

 

대일산필(이일배)
톤레샵 호수에서

 정해년 새해의 첫날 아침을 비행기 안에서 맞았다. 비행기는 홍콩을 경유하여 캄보디아로 날아간다. 시엠림국제공항에 발을 내린 것은 오후 3시 반, 이 나라 시간으로는 1시 반이다. 열대 몬순의 건기인 지금은 연중 제일 시원한 때라 하지만 우리에게는 최고 기온 33℃나 되는 무더운 여름이다.

첫 여행지로 동양 최대의 호수라는 톤래샵호를 찾아갔다. 차가 요동치면서 붉은 흙먼지가 연기처럼 일어나는 황톳길을 달린 끝에 누런 물결이 일렁이는 거대한 호수에 닿는다. 우리나라의 경상남도 면적과 비슷한 넓이의 이 호수는 캄보디아 전 국토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수상 가옥을 짓고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이곳 주민들은 물 위에서 교육, 종교, 행정, 상거래 등 모든 일상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물 위에 세운 기둥이나 배 위에 판자를 얹고 벽과 지붕을 야자수 잎으로 얼기설기 엮어 지은 단칸방의 움막집에서 온 식구들이 함께 기거하며 모든 가사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대부분 왜소한 체구에 깡마른 모습이고, 신생아들의 체중도 2㎏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에 근거한 일로 주수입원을 삼고 있지만, 아이들이 가계를 많이 보탠다고 한다. 차에서 내리자 아이들이 달려 와 볼품 없는 기념품을 내밀거나 빈손을 벌리며 달러를 외친다. 이렇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은 이곳뿐만 아니라 가는 곳마다 있었다. 정부에서 이 아이들에게 돈은 주지 말라고 관광객들에게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어른들의 노동 수입보다 구걸 수입이 더 나아 아이들을 학교도 보내지 않고 구걸 행위를 시키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라 한다. 지구 한켠에 이리 고단하게 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릿해진다.

캄보디아는 파란의 역사는 있었지만, 원래 살기가 그리 척박하지는 않았다. 농사에 적합한 기후와 비옥한 토질로 인해 한해에 3,4모작까지 할 수 있고, 산이 없는 나라라 경작 가능한 땅도 넓어 살만한 농업 국가로 발전해 있었는데, 1970년대 후반 폴 포트 정권의 공산화를 위한 인민 대학살 정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맹률 50%,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의 동남아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늘은 그 가난을 관광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잘못된 통치행위가 나라와 국민을 얼마나 참혹하게 만드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우리나라를 돌아본다. 다행스럽게도 통치가가 국사를 전횡할 수 있는 시대도 지나 있고, 지도자가 설령 정치를 좀 못해도 국기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국민의식도 성장해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톤레샵호에 지는 새해 첫날의 낙조를 보며 기원해 본다.  (수필가, 마성중 교장)


 


 등록일 : 2007-01-011  19:4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