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수필

캄보디아·홍콩 여행기(3) -앙코르톰

이청산 2007. 1. 23. 10:11

캄보디아·홍콩 여행기(3)



 ㅇ 앙코르 유적지를 가다

      - 앙코르 톰

열대 몬순의 건기인 지금은 연중 제일 시원한 때라 하지만 우리에게는 최고 기온 33 나 되는 무더운 여름이다. 5월 중순부터 11월을 중순까지가 우기, 11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가 건기라고 한다. 한겨울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 나라에 와서 여름을 겪고 있다.

 2007년1월2일, 오늘의 여정은 앙코르유적지다. 한 때 번성을 누리던 앙코르제국(802∼1431)의 흥망성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앙코르톰과 앙코르와트를 찾아간다. 크메르 어로 앙코르는 '왕도', 와트는 '사원', 톰은 '크다'는 뜻이라고 한다. 차를 달려가는 사이에 가이드의 설명은 계속된다.

캄보디아 역사에 있어서 앙코르 시대란 후난 시대, 젤라 시대에 이어 802년부터 1431년까지의 시대를 말하는데, 인도의 영향으로 힌두교를 받아들이게 되어 이와 관련된 많은 문화를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갠지스강을 중심으로 발생한 힌두교는 3억5천만 신을 섬기는 다신교로서, 4대신은 백조를 타고 다니며 우주를 창조하는 브라마와, 가루다라고 하는 반인반조를 타고 다니며 번영과 유지를 담당하는 비슈뉴, 소를 타고 다니며 파괴와 재창조를 담당하는 시바,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코끼리를 타고 다는 제석천(帝釋天)인 인드라라고 한다. 비슈뉴는 10번 몸을 바꾸는데 9째 모습은 부처로 나타나며 가장 인기를 끄는 모습이라고 한다. 신들의 이야기는 매우 복잡했지만, 앙코르 유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란다.

7시20분 유적지 관리소를 통과한다. 웬 사람이 올라와 차안의 사람들을 사진 찍는다. 표 하나로 내일 또 올까봐 그리한다는 것이다. 한 아가씨가 올라와 승객을 헤아리는데 몇 17명을 두고 몇 전이나 헤아린다. 5진법으로 헤아리다 보니 자꾸 틀린다고 했다. 다른 방법은 모르는 것일까. 우스운 모습들이다.

앙코르 톰으로 들어가는 남문7시45분 앙코르톰 사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타난다. 앙코르톰의 5개의 문(동·서·남·북문, 승리의 문)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는 남문이다. 모두 동일하게 만들어진 이 문들은 높이가 23m로 코끼리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의 높이와 넓이로 지었는데, 대형차는 통과할 수 없어 통과가 가능한 우리나라 아시아자동차 중형버스를 수입하여 경내의 셔틀버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암 통돌들을 37키로 밖의 꿀렌산에서 수로를 통해 운반하여 지은 이 성문 위에는 4개의 커다란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 사원을 지은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자야바르만 7세는 장군 출신으로 여러 전쟁의 승리를 통해 왕이 되었다고 한다. 성벽 외부에는 폭 100m, 수심 6m의 해자 12㎞를 둘러 외적의 침입을 막았는데, 이는 1년 12달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이 성의 안에는 왕족, 바깥에는 평민들이 살았는데, 죄를 지은 사람은 발가락을 잘랐으므로, 발가락이 없는 사람은 이 문을 통과할 수 없었고 한다.

성문을 건너는 다리 양쪽에 나가(Naga : 七頭蛇, 사원의 수호신)가 있고남문으로 들어가는 다리 위의 석상, 양쪽에 수미산을 상징하는 바이욘을 축으로 하여 신화 속에 나오는 '우유 바다 젓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54명의 선신과 54명의 악신이 힘을 합쳐 외적을 물리치고 불사의 영약 '암리타'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이드가 설명하는 신화를 들으며 성문을 통과하여 들어가니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빽빽이 우거진 밀림 사이의 도로를 달려 차가 멈추어 선 곳은 앙코르톰의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바이욘 사원 앞이다. 역시 엄청난 크기의 통돌로 지어진 사원이다.

앙코르 톰의 바이욘 사원바이욘 사원은 앙코르톰의 중앙 사원으로 1.5키로 뻗쳐 있으며 중앙탑을 중심으로 피라미드형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크메르왕조가 붕괴되기 직전인 1,200년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지어진 캄보디아 사원 중 최후의 것이며, 바로크양식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곳으로 죽은 병사들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거대한 돌덩이를 어찌 저리 정교하게 다듬어 저리 반듯하게 세웠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도 저 탑을 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탑은 54개를 4면에 세웠는데 모두 216개로 그들이 좋아하는 숫자 9(2+1+6)와 연관시켰다고 한다. 아래, 위에 54신을 모신 것도 합치면 108, 9과 상관이 있다. 자야바라만 7세는 우리나라로 보면 광개토대왕과 세종대왕을 합친 왕으로 문무에 모두 출중했던 왕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불상과 동물 조각상은 목, 꼬리, 성기 등이 다 잘려 있는데 전쟁의 패배로 말미암아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사원은 정사각형에 가앙코르 톰 회랑의 벽화까운 156m 141m의 외부회랑과 80m 70m의 내부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는 3층으로 되어 있는데, 외부회랑에는 크메르군의 전쟁 장면과 일상생활들이 주로 그려져 있고, 승려에게만 출입이 허용되고 일반은 들어갈 수 없다는 내부회랑에는 힌두교의 전설이나 신에 관한 내용이 표현되어 있다. 벽화의 내용을 한참 설명하면서 우리를 안내하던 가이드를 경찰이 좀 보자며 한쪽으로 끌고 간다. '뇌물'을 달라고 하는 모양이다. 약간의 돈을 주었다고 했다. 후진국의 후진적인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어느 방의 벽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은 보석으로 방남근상인 링가와 여근상인 요니을 장식했던 자리라고 한다. 어느 방에는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라며 향을 파는 사람이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 안에서 개인이 들어와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다산과 생산을 상징하는 남근(링가)과 여근(요니)의 모습도 보인다. 3층의 중앙탑에는 넓은 이마와 두툼한 입술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거대한 얼굴상이 조각되어 자야바르만 7세로 추정하는 대형 얼굴상있다. 2m가 넘는 크기의 이 얼굴상은 이 사원을 세운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고도 하는데, 처음 지었을 때는 214개였던 것이 현재는 54개의 얼굴탑에 37개만 남아 있다고 한다. 햇빛의 위치가 달라질 때마다 표정도 여러 가지로 달라진다는 얼굴, 그 미소 앞에서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10시, 또 하나의 사원 '바푸온'에 이른다. 앞면의 '황금의 다리'를 중심으로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1296년에 쓰여진 주달관(周達觀)의 '진랍풍바푸온 사원토기'에 의하면 황금의 성으로 불리는 곳인데, 힌두교 우주관의 중심인 메루(Meru)산을 상징하고 있는 앙코르 지역에서 세 번째로 지어진 사원 산이라고 한다. 5층으로 된 이 거대한 피라미드 사원 산은 네 개의 담으로 되어 있는데, 북쪽은 왕궁(Royal Palace), 동쪽은 고푸라(입구 문)로 코끼리테라스와 연결되고 있다. 이 사원도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많이 파괴되어 지금 한창 복구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에 공사가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바푸온 사원을 지나 '천상의 궁전'으로 불리는 왕궁의 제단이자 사원인 피미아나까스(Phimeanakas)를 곁눈으로 스치며 간다. 밤에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뱀의 정령과 왕이 4시간 동안 교접하던 곳이라 한다. 사원 옆에는 과일이며 기념품을 팔고 있는 상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이드가 일행에 대접한다며 부부끼리 앉으라고 하더니 박통 코코넛 가게같은 코코넛을 하나씩 건넨다. 윗 부분을 도려 낸 곳에 빨대를 꽂아 물을 마시는데 그리 달지는 않은 것 같다. 물을 다 마시고 쪼개어 속을 숟갈로 긁어먹으라고도 한다. 아이스크림 같은 과육이 긁어졌다. 코코넛은 하나도 비릴 것이 없다고 한다. 뿌리는 감기약, 잎은 지붕, 껍질은 밧줄 과육은 비누나 기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국의 과일을 맛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10시20분, 왕의 집무실이었던 곳으로 이동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십자형의 자리가 왕좌가 있던 곳으로 이 자리에서 그 앞에 도열해선 부하들을 호령했다고 한다. 바닥에 깔린 돌은 나테라이트라는 것으로 물 속에 있을 때는 물렁물렁하다가 물이 빠지면 단단한 돌이 되는데, 이것을 적당한 크코끼리 테라스기로 잘라 건축 자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남쪽으로 압살라 댄스를 새긴 12개의 탑이 보이고 문둥왕 테라스(Leper King Terrace)도 있다. 테라스의 높이는 7미터 가량 되는 테라스의 꼭대기에는 자야바르만 7세의 상으로 추정되는 우아한 수염을 가진 온화한 모습의 조각상이 있는데, 진품은 프놈펜 중앙박물관 정원에 있다고 한다. 한 승려가 왕 앞에 엎드리기를 거부하자 왕이 승려를 죽였는데, 그때 승려의 침이 왕에게 튀어 문둥병에 걸렸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크메르 사람들은 왕이 걸린 병이라 문둥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왕의 광장 앞으로 비슈뉴 신이 타고 다니는 가루다가 새겨진 로얄 팔래스, 인드라신이 타는 3개의 코를 가진 코끼리가 새겨진 코끼리 테라스도 보인다.

10시40분,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타고 밀림 속의 길을 달려 빅토리아 게이트에 이른다.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박수를 친다. 무사히 구경을 잘 하여 감사하다는 뜻일까. 신과 왕도 많고, 왕궁과 사원도 많아 머리 속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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