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수필

캄보디아·홍콩 여행기(1) -떠나기/ 시엠림 풍경

이청산 2007. 1. 23. 10:15

캄보디아·홍콩 여행기(1)



 기묘한 대조를 이루는 두 곳이었다. 한적한 시골 같은 나라 캄보디아, 화려하고 번성한 도시 홍콩. 수많은 외침은 물리쳐 냈지만 내홍에 시달려 주저앉은 나라 캄보디아, 남의 나라의 점령지 혹은 조차지(租借地)였다가 제 나라로 돌아왔지만 그 바람에 명성 높은 국제 도시가 된 홍콩. 그것만으로도 두 곳을 함께 여행하는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ㅇ 떠나기 그리고 하늘

 

정해년 새해 새 아침을 미명을 공항에서 맞았다. 함께 여행할 8쌍의 부부가 대구공항에서 만난 것은 새벽 여섯 시경. 공항은 여행객들로 붐볐다. 모두들 새해 첫날을 하늘에서 맞으며, 하늘처럼 넓고 높은 희망과 축복을 기대하며 설레는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지도 모른다.

정해년 처 해7시55분, 동체가 움직이기 시작하여 대기를 차고 하늘에 올랐을 때 창 너머 저 멀리로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새해의 첫해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손을 모으기도 했다. 모두 무언가를 기구하는 듯했다. 강렬한 염원 마냥 해는 이내 직사광선을 내쏘기 시작했다. 태양의 열기는 기내에까지 파고들었다. 비행기는 구름 위를 날고 있다. 구름과 하늘이 갈라지는 선이 뚜렷하다. 운평선(雲平線)이라 할까. 구름 위로 오르면 하늘은 언제나 푸를 것이다. 모든 속사(俗事)를 넘어서면 마음이 평화로운 것처럼.

10시30분 산하가 어렴풋이 보일 듯하더니 다시 솜털 구름이 운해(雲海)를 이룬다. 아내가  나를 저 바다에 집어넣어 흔들고 싶다고 하며 했다. 그러면 때가 다 씻겨나가 착해질지 모르겠다고. 언제 홍콩에 내릴 것이냐 물으니 10시45분에 도착할 거라고 승무원이 일러 주었다. 15분 뒤? 아니다. 홍콩과 우리의 시차는 1시간이니 내 시계로 11시45분이겠다.

11시가 넘어서면서 마을과 산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고도가 높아졌다가 하강을 할 것이니 벨트를 착용하라고 승무원이 일러준다. 비행기가 산 속으로 드는가 싶어 긴장했는데, 어느덧 굽이굽이 사행(蛇行)으로 흘러가는 강물이 보인다. 11시20분 어느 도시가 보이는가 싶더니 바다와 평야, 그리고 곳곳에 마을이 펼쳐진다. 다시 바다를 건너니 섬들이 떠 있다.

11시40분 비행기는 드디어 공항에 발을 내렸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홍콩의 챔낙콕국제공항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 대기소에 이른다. 12시10분 다시 검색대를 통과하여 셔틀버스를 타고 탑승장으로 간다. 타고 온 그 비행기에 승무원만 달라 진 것 같다. 자리도 같은 자리다. 같은 걸 탈 걸 왜 내려서 다시 타라고 했을까.

12시40분 동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55분 활주로에 들어서면서 이륙한다. 바다, 섬, 그리고 밀림처럼 빽빽이 솟은 빌딩 숲을 지나는가 싶더니 망망대해 위를 난다. 13시40분 고기덮밥과 빵으로 기내식이 배식 되었다. 14시30분 45분 후에 캄보디아에 도착한다면서 비자 발급을 준비하란다하늘에서 본 땅. 가이드가 사진과 여권을 거두었다. 조각 구름의 천지, 산, 그 산에 올망졸망 일군 밭, 기어가는 뱀처럼 흐르는 강물, 다시 광활한 산야, 어린아이 호작질처럼 괴발개발 나 있는 길. 설원이 해동기를 맞아 녹아가고 있는 듯한 모양의 무름 송이들, 질펀하게 펼쳐진 들판, 파란 것이 자라고 있는 곳도 보이고 맨 흙이 드러나 보이는 곳도 있다. 집과 마을들, 동체는 어느 들판에 육중한 몸을 내렸다.

 

 

ㅇ 시엠림 풍경

 

15시20분 비행기에서 내렸다. 캄보디아의 시엠림(Siem Ream) 국제공항이다. 열기가 확 끼쳐 왔다. 이곳은 열대의 나라, 사방에 야자수 숲이 보인다. 파카를 벗었다. 공항 로비로 들어서는데 코끼리 위에 거룩하게 앉은 시엠림국제공항 로비부처상이 먼저 내방객을 맞는다. 전국민의 95%가 불교신자라는 불교가 국교인 나라답다. 여행객들은 모두 로비에서 여름옷으로 갈아입는다. 현지 가이드 손은진 씨가 마중을 나왔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대기해 있는 전세버스에 오른다. 가이드는 'Siem Ream'이란 '태국을 물리치다'라는 뜻의 지명으로, 캄보디아가 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로부터 침략을 많이 받은 역사를 반영한 이름이라고 설명해 준다. 시엠림에는 우리나라 경주처럼 역사 유적이 많아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5층 이하로 건축이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주변에 야자수를 비롯한 열대 식물이 우거진 도로를 달린다. 지금 달리는 이 6번 도로가 시엠림에서 가장 잘 닦여진 길이라 했다. 건물들도 허룩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도로에는 차선도 제대로 없었는데 일주일 전에 겨우 흰 점선으로 중앙선을 그었다고 했다. 지나다니는 차들도 대부분 낡은 것들이고 오토바이들이 많이 달리고 있다. 오토바이 뒤에 2인승 수레를 달아 택시 대용으로 운행하고 있는데 그것을 '툭툭'이라고 한다. 차량을 무분별하게 수입하다보니 운전석이 왼쪽인 것도 있고, 오른 쪽인 것도 있어 질서를 잡기가 힘들다고 했다. 양보 운전도 할 줄 몰라 교통사고가 날 우려가 높고 사고가 나도 치료할 마땅한 병원도 없어, 인근의 태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할 형편이라며 교통사고에 주의하라고 가이드가 일러준다. 치안 상태가 불안하여 귀중품을 도난당하기 싶고, 특히 여권을 잘 간수하라 한다. 물은 석회질이 많아 음용수로 쓰기 부적합하다며, 시엠림에 체류하는 동안 생수는 자기가 공급해 주겠다고 했다. 국토의 넓이는 남한의 2,8배인 18만㎢ , 인구는 1400만 명 정도 된다고 했다. 열대 몬순의 기후 속을 살고 있는 이곳은 5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우기, 11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건기인데, 지금은 건기라서 비교적 시원한 계절이라 하지만, 우리에게는 무더운 여름이다.

오후 4시 촌락을 거쳐 커다란 건물들이 늘어선 번화가를 지나 좁은 도로 안 쪽에 있는 '소마데비 앙코르 호텔(SOMADEVI ANGKOR HOTEL)'에 소마데비앙코르호텔도착했다. 주위의 환경에 비해서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이제부터는 캄보디아 시간이다. 시차가 2시간이라고 했다. 모두들 캄보디아 시간으로 맞추자고 했다.

2시15분 숙소를 배정 받았다. 좀 쉬다가 4시40분에 만나 관광을 나서기로 했다. 2층에 있는 숙소는 2층 방으로 올라가니 분위기는 아늑했다. 이국땅에 와서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고 싶었다.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호텔을 나와 거리로 나섰다. 길가로는 2,3층의 집들이 보였지만 거리 모습은 깨끗하지가 못했다. 도로의 중앙부만 겨우 포장이 되어 있고 길가에는 쓰레기가 날리고 있었다. 간혹 한글 간판이 눈에 뜨이기도 했다. 툭툭이들이 지나가면서 타라고 한다. 이색적인 것이라 타보고 싶기도 했지만, 거리를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 걷기로 했다. 포장이 안 된 길도 많았는데, 붉은 먼지가 이는 황톳길이다. 1950∼60년대의 우리나라 모습이 떠오른다.

시엠림의 사원절 같은 건물도 보였는데, 무엇을 신봉하는 무슨 절인지 모르겠으나 퇴색한 황금빛이 절을 덮고 있었다. 곧 쓰러질 듯한 어느 집 나지막한 지붕 밑에는 바나나, 코코넛, 망고 등 열대 과일들이 진열해 놓은 과일 가게가 보인다. 어느 골목을 덜어가다가 무슨 신을 모셔 놓은 듯한 집이 보여 문을 열어보니 여인숙인 것 같았다. 작고 지저분한 방안에 침구를 펴 놓았는데, 벽에는 우리나라 배우 송혜교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곳도 한류(韓流)가 흐르고 있는 모양이다. 풀썩 풀썩 먼지가 일고 있는 길가에 이발소, 미장원들이 보였는데, 유리창도 없이 바로 노출이 되어 있었다. 손님을 눕혀 놓고 귀 소제를 해주기도 했다. 나무로 조각품을 만들고 있는 집도 보였고 한국어 프로그램을 제작해 준다는 컴퓨터 업체가 보였다. 한국어 상호를 달고 있는 가게들이 간혹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대부분 체구가 왜소하고 삶에 찌든 듯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골목 한 모퉁이에는 야자수 잎으로 지은 움막 같은 가옥이 보이기도 했다. 집이며 거리며 사람들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한결 같이 고단한 삶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의 눈에 비친 고단함과는 달리 그들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국인이 내가 느끼는 부질없는 선입견일는지도.

골목길을 걸어 커다란 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 거리로 나와 호텔로 돌아왔다. 곳곳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캄보디아의 모습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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