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수필

캄보디아·홍콩 여행기(2) -톤레삽 호수

이청산 2007. 1. 23. 10:13

캄보디아·홍콩 여행기(2)



 ㅇ 톤레삽 호수로
 

4시. 일행은 전세버스를 타고 첫 관광지인 톤레삽 호수로 향한다. 야자수들이 서 있는 들판길을 달린다. 차는 요동을 치고 꽁무니에서 누런 황토먼지가 일어난다. 호수로 가는 사이에 우리의 여정을 맡은 손은진 가이드는 자기를 도와 줄 사람이라며 '밧더나'라는 이름을 가진 잘 생긴 현지인 가이드를 소개해 주며 캄보디아를 설명한다.

캄보디아는 고온 다습한 열대성 기후와 황토의 비옥한 토질을 가지고 있고 산이 없어 단위 면적당 농지 면적이 매우 넓어 1년에 3,4모작을 할 수 있어서, 침략과 지배의 파란한 역사를 겪으면서도 농업국가로서 발전을 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75년 크메르 루즈가 정부를 장악하면서 공산화에 성공한 폴 포트 정권은 캄보디아를 중국의 마오저뚱(毛澤東)식 이상적 농경사회로 만든다며 지식인과 부유층 등 200만 명에 이르는 국민들을 처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79년 베트남의 침공으로 폴 포트는 축출되고 새 정부가 수립되었지만, 오늘에까지 문맹률이 50%나 되며 국민소득 300불을 넘어서지 못할 정도로 동남아에서는 최빈국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잘못된 통치 행위가 나라와 국민을 얼마나 참혹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톤레삽 호수는 시엠림 시내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데, 그 면적은 건기와 우기가 다르기는 하나 대체로 우리나라의 경상남도 면적과 비슷하며 캄보디아 국토의 15퍼센트나 차지한다.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7개국(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관통하여 남중국해로 흘러가는 메콩 강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호수라는 것이다. 이 호수를 근거로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수상가옥을 짓고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데 물 위에 학교, 교회, 수퍼, 환경청 등을 두고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냉장 시설이 없기 때문에 잡은 물고기는 오래 보관할 수 없어 주로 젓갈을 담아 먹는다고 한다. 집 앞에는 우체통 같은 것을 모두 세워 두고 있었는데, 어떤 집의 것은 나무 기둥 위에 새집 같은 것을 얹어 두었는가 하면 어떤 집은 장식품을 달아 황금색이며 붉은 색을 칠해 놓기도 했다. 그들이 받드는 신주를 모셔 놓은 것이라 한다. 그것도 빈부의 정도에 따라 모양이 다른 것이다.  캄보디아는 소승불교를 국교로 삼고 있으며 집집마다 신당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톤레삽 호수 가의 움막집먼지 이는 길가에 나무로 기둥을 받치고 그 위에 나무판자로 바닥을 깔고 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인 움막 같은 집을 지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주로 방 하나로 모든 식구들이 거처할 뿐만 아니라 모든 가사도 그 하나의 방에서 이루어 나간다는 것이다. 물 위에 사는 사람들은 배에 집을 지어 놓고 거처하고 있다. 사람들의 체구는 깡마르고 왜소하며, 신생아도 1,8키로 정도의 조그만 몸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차에서 내리니 어린 아이들이 달려 와 볼품없는 기념품을 들이대거나 빈손을 내밀며 1달러를 외친다.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관광객들에게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현금을 주지 말고, 주고 싶으면 학용품 같은 선물을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성인이 하루 종일 일을 하면 5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아이들이 구걸을 잘하면 5달러 이상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구걸로 내 모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톤레삽 사람들에게는 가난도 관광 상품이 되고 있었다. 물위에 집을 물 위의 집과 주거 시설짓고 사는 그 삶의 방식과 지난한 삶의 모습이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배를 빌어 타고 호수 위를 둘러본다. 물 위의 집들을 스치며 일본인이 주어 주었다는 물 위의 초등학교를 지나 호수 가운데로 나아간다. 어린 아이와 어른이 섞인 한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열심히 배를 저어 나아가고 있다. 고기잡이를 나가는 것이다.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같이 손을 흔드니 하얀 이를 드러내어 웃기도 한다. 톤레삽 사람들도 새해를 맞아 아침에 떠오른 해를 보며 소망을 빌었을 것이다.

고기잡이 나가는 톤레삽 사람들이제 해는 호수 저 너머로 담홍빛 낙조를 곱게 남긴 채 저물고 있다. 호수에 비친 낙조의 빛과 푸른 숲이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뱃머리를 돌리면 멀리로 보이는 물의 움막집들, 물 속을 사는 맹고르 나무숲과 어울려 이루는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다가도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일몰전망대 앞에 배를 세우고 전망대로 올라가 호수 위의 낙조를 감상하며 그들이 잡은 새우를 안주 삼아 몇 모금 술을 들이킨다. 그러나 마음이 가볍지 많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6시, 해가 수평선을 넘어버렸다. 잔광 속을 헤치고 배를 몰아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배를 내려 둑으로 올라오는데 문득 한 소녀가 다가와 접시 하톤레삽 소녀가 건네준 인물 사진으 든 접시나를 사라고 내민다. 놀라운 일이었다. 접시 속에는 내 얼굴이 들어 있는 것이다. 언제 촬영을 한 것인지 내 모습을 접시 속에 담아 놓았다. 거절할 수 없는 상술이었다. 웃으면서 3달러를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는 이곳의 치안 상태가 매우 불안함을 환기시킨다. 전력이 부족하여 거리가 대체로 어두운 편이며, 따라서 야시장 같은 것이 없다고 한다.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며 술에 취해 길을 걷다가 아리랑 치기를 당하기도 쉽다며 야간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좋은 여행이 되려면 볼거리, 먹을 거리, 할 거리, 살 거리를 잘 챙겨야 하는데, 이곳의 볼거리로는 앙코르왓트 유적지가 있고, 먹을 거리는 위생에 문제가 있어 권할 만한 게 없고, 할 거리로는 툭툭을 이용한 시티투어, 맛사지 정도가 있으며, 살거리로는 상황버섯, 고무나무 매트, 보석 정도가 있음을 알려 주었다. 이곳에 평양냉면집에 세 군데가 있는데, 북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곳으로 시아누크 전 국왕과 김일성의 가까운 인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는 '씨옵 싸바이', '감사합니다.'는 '어쿤 지란지란'이라는 크메르어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7시30분 시가지로 들어와 '앙코르 파워'라고 하는 한글 간판이 새겨진 뷔페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에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우리나라 사람이다. 마치 한국의 어느 식당에 있는 앙코르파워의 민속 무극것 같다. 현지에서 나는 채소와 과일과 고기 그리고 한국 사람을 배려하여 밥과 김치로 차진 뷔페였다. 식사 중에 무대에서는 소년소녀인 듯한 사람들이 민속악에 맞춘 압살라 춤 공연이 펼쳐졌다. 손과 발을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며 엮어나가는 캄보디아 고유의 민속 무극을 감상하는 사이에 이국에서의 첫날밤이 깊어 갔다.

 

 

※ 이어지는 사이트 바로 가기

1. 떠나기 그리고 하늘 / 시엠림 풍경

2. 톤레삽 호수로

3. 앙코르 유적지를 가다

   ㅇ 앙코르 톰

   ㅇ 따프롬 사원

   ㅇ 앙코르와트/ 프놈바켄

4. 폴포트의 사람 사냥 그리고 캄보디아 떠나기

5. 홍콩에서

6. 홍콩의 밤거리 그리고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