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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원어민' N세대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라

이청산 2009. 8. 30. 20:37

[Cover Story] '디지털 구루' 돈 탭스콧

  •  입력 : 2009.08.28 16:15

'디지털 원어민' N세대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라
협업에 익숙하고 지능도 구세대 앞서
가족·학교·미디어·정치·경제…일방향시대에 형성된 제도 바꿔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오늘날 지구촌의 아이들은 온통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자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젓가락보다 컴퓨터 마우스와 휴대폰을 먼저 손에 쥐고, 인쇄 매체보다 디지털 매체를 먼저 접하면서 자란다. 이런 세대들을 일컬어 언론과 사회학자들은 'N세대'라고 부른다.

이런 세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산업화 사회에서 자란 베이비 부머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 게임기와 휴대폰을 늘 끼고 사는 이런 세대들에 대응해 기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돈 탭스콧(Tapscott)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가장 권위 있는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구루(Guru)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1985년 디지털 기술에 대한 첫 책을 발간한 이후, 24년 동안 전자상거래와 정보 보안, 비즈니스 웹, 대규모 온라인 협업, N세대 등 디지털 경제 관련 주제를 일관되게 연구해 왔다. 위키노믹스, 프로슈머, 디지털경제라는 용어를 대중화 시킨 주인공도 바로 그다.

최근 세계적인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인 SAS(같은 이름의 통계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가 주최한 콘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로 그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첫 기조 연설자로 나선 탭스콧은 N세대가 세계에 가져오고 있는 변화를 극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N세대가 가족과 학교·미디어·정치·경제·문화·종교 등 '일방향 시대'에 형성된 모든 제도를 바꿔놓고 있다"면서 "이제 세계를 N세대 관점에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탭스콧에 따르면 N세대는 1977년~97년 사이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들로부터 태어난 자녀들. 인구 구성상 두 세대의 비중은 마치 메아리처럼 비슷하게 높다. 특히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은 베이비 부머 세대와 함께 N세대 비중이 높아 머지않아 N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전혀 새로운 질서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세대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는 N세대의 특징을 8가지로 요약했는데, 예를 들어 ▲선택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협업에 익숙하며 ▲사실 여부를 늘 검증하려고 하며 ▲재미와 스피드를 추구한다 등이 있다.

탭스콧은 베이비 부머 세대와 N세대의 차이를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와 '디지털 원어민(Digital Native)'이라는 비유를 통해 설명했다. 이민(移民) 사회를 보면 1세대와 2세대가 현지 언어 습득 능력의 차이에서 뚜렷한 경계선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경제라는 신대륙에 뒤늦게 발을 디딘 이민 1세대, 즉 베이비 부머 세대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신대륙을 무대로 자란 N세대 사이에서 경계선이 뚜렷하게 관찰된다는 것이다.

두 세대를 갈라놓는 핵심 요소는 디지털 기술이다. N세대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노력 없이 저절로 익힌 것으로서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그들은 생래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를 나누고 협업(協業)하고 국경을 넘나든다.

이에 비해 베이비 부머들은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주고받고, 아이폰을 사용하지만,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받아들인 세대라는 한계를 넘지 못한다. 인터넷의 경우도 뉴스 읽기 등 소비에만 활용할 뿐, 공동 창작 등 협업 도구로써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탭스콧은 'N세대는 게임기와 아이폰에 빠져 있고 사고 능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편견은 현실을 극도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그는 N세대가 지능(知能) 면에서도 구세대를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그래프에 따르면 N세대가 처음으로 관련 통계에 포함된 1994년 이후 미국 SAT(대학 입학 자격시험)의 수학과 독해 점수가 뚜렷이 올라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디지털 분야 세계 최고의 구루(guru)로 꼽히는 돈 탭스콧. 그는“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N세대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일방향 시대에 형성된 모든 제도를 바꿔놓고 있다”며“세계를 N세대 관점에서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 AP
두뇌 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0~3세와 함께 8~18세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N세대는 새로운 기술을 계속 접하고, 멀티 태스킹과 협업에 익숙해 짐으로써 전통적인 두뇌의 한계를 넘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똑똑한 세대(The smartest generation)가 됐다고 탭스콧은 말했다.

그는 현재 베이비 부머의 위계적 규범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모든 제도가 N세대에게 맞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베이비 부머 세대들에게 '이름 석자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를테면 그는 N세대의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이력서 양식부터 바꾸어야 하고, 마케팅 교과서에 나오는 '4P 전략'을 폐기 처분하라고 주문했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비즈니스 리더들은 탭스콧의 주장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일부 청중은 N세대가 여느 신세대와 다를 것이 있겠느냐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참석자들은 게임과 트위터,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N세대의 능력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N세대 소비자들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안은 표정이었다.

기자는 1시간에 걸친 열정적인 강연을 끝낸 탭스콧을 일대일로 다시 만났다.

기자는 탭스콧이 지난 2007년 위클리비즈와 했던 첫 인터뷰〈2007년 10월 20일자〉와 그의 새 책 〈디지털 환경서 자란 N세대(Grown Up Digital)·국내 미출간〉에 대한 서평〈2009년 2월 21일자〉이 실린 조선일보 기사 스크랩을 선물로 건넸다. 그는 "첫 인터뷰 때 맸던 넥타이가 생각난다"며 반겼다. 기자는 1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탭스콧이 강연에 미처 담지 못한 생각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

―N세대를 진정한 글로벌 세대라고 표현했는데, 20년 후 N세대가 주도하게 될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N세대는 이미 오바마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본 것처럼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N세대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도 논쟁적 소재일 것이다. 한국에도 영향력이 큰 N세대가 있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교육 수준과 노동력, 기술 수준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것들이 '위계적 구조' 아래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은 N세대의 특징인 협업(協業)을 기존 세대가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것이다. 그 시작은 가족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자녀들이 가정에서 권위를 갖기 시작했다. 이민 사회에서 2세대들이 현지 언어를 습득한 뒤 독자적인 권한을 갖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N세대는 이렇게 획득된 권위를 가지고 학교와 비즈니스, 민주주의 등 모든 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N세대와의 개방적 협업 모델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 교사, 교회 등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받으면서 자랐다. 그런데 이제 위계적 모델이 협업 모델로 바뀌었다. 협업 모델은 비용이 적게 들고,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들면서 충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도 N세대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존 민주주의를 바꿔 놓고 있다. 협업의 가치는 모든 문화를 초월한다."

■협업이 일상이 된 N세대

그는 인터뷰에서 협업이란 말을 자주 썼다. 그의 설명을 빌자면 N세대의 협업이란 이런 식이다. 이를테면 N세대는 컴퓨터 게임으로 전략을 익히고, 나아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다. 또 음악을 좋아하는 N세대는 온라인에서 국경을 넘어 다양한 친구들과 협업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인터넷 세계의 다른 친구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위키피디아에 수시로 접속해 자신의 지식을 무상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결국 N세대는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그는 또 N세대가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덜 인종주의적이며, 도덕적 고결성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N세대는 또한 인터넷을 통해 서로 뭉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N세대가 진정한 글로벌 세대로서 기후 변화와 빈부 격차, 핵 위기 등 지구촌의 대형 이슈들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돈 탭스콧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SAS 주최 콘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N세대가 비즈니스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SAS 제공

"그렇게 될 것이라고 희망하고, N세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그런 지구 공통의 문제 해결에 실패했으며, 오히려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제 지구를 위해 산업 구조를 비롯해 에너지 공급 시스템, 교통 시스템 등을 바꿔야 한다. 내가 다음에 내놓을 책 주제가 '세계를 새로 만들기(Rebuilding the World)'이다. 에너지와 학교, 과학, 세계 거버넌스 체제, 도시, 음식 등 모든 제도를 새로 구축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기존 제도는 이미 실패하고 있다. 그런 변화는 역사상 여러 차례 일어났다. 활자의 발명으로 지식을 갖게 된 사람들이 제도를 개혁할 기회를 가졌고, 종교 개혁의 결과 민족국가와 의회제도, 도시, 대학 등 지금의 제도가 탄생했다. 이제 협업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식은 책에 담기는 데 머물지 않고, 사람의 두뇌에 담기기 시작했다."

―N세대가 진정한 글로벌 세대가 되는 데 영어가 장애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가?

"실시간 자동번역기 같은 수단이 등장하면 영어 문제가 해결될 것이지만, 그전까지는 영어가 문제로 남을 것이다. 미국에서 다른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적은 것도 문제다."

■N세대 인재 붙잡기

탭스콧이 꼽은 N세대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선택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는 순차적인 삶을 거부하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땐 언제든 사표를 던진다. 결국 기업들이 N세대 인재를 뽑고 유지하기가 날로 힘들어질 것이다. 탭스콧은 "특히 한국이나 일본은 저(低)출산의 여파로 전체 인구 대비 N세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앞으로 N세대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 그들을 붙잡는 방법은? 탭스콧이 제시한 새 모델은 '관계'와 '소통', 그리고 '개방'이 핵심이다. 즉, 기업은 지금이라도 N세대와 관계 맺기를 시작해야 하고, N세대들이 기업 활동에 참여(engage)하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시스템을 협업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내부의 인재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업 외부의 인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탭스콧은 "기존 인력 관리 모델은 모집과 교육, 훈련 등을 중심으로 짜여 있는데, 이런 낡은 모델로는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는 N세대 인재를 뽑아서 보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 중심의 교육 제도도 학생 중심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일방통행식 강의를 줄이고, 학생들에게 스스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많이 부여해 주며,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IT 기술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한국의 경우 이민(移民) 제도도 개방적으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탭스콧은 강연회에서 N세대용 이력서를 보여줬다. N세대 입사 지원자의 특징을 포착하는 데 있어 학력과 경력 위주의 기존 이력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그가 제안한 새로운 이력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 '어디서 무슨 일을 했나', '지식을 어디서 얻는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앞으로 배우거나 만들고 싶은 것',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의 6가지 항목으로 돼 있다.

그는 "N세대와 함께 일하려면 그들에게 끊임없이 피드백(feedback)을 주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N세대 직원들은 이렇게 되묻곤 한다는 것. "제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피드백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제 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에 대해 빠르게 피드백해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충성심을 높이는 첩경이라고 탭스콧은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피드백을 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좋다고 그는 조언했다.

■"4P 전략을 버려라"

탭스콧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혁명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즉 N세대가 소비 주역으로 등장하는 지금,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른바 마케팅 '4P 전략'은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4P 전략이란 제품(Product), 장소(Place), 가격(Price), 판촉(Promotion)의 4P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

이를 대체할 새 전략으로 탭스콧은 'ABCDE 전략'을 제안했다. 장소 불문(Anyplace), 브랜드(Brand), 소비자 체험(Consumer Experience), 최적 가격 찾아다니기(Discovery mechanism for price·소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최적 가격을 찾는다는 의미), 고객의 참여(Engagement)가 그것이다.

탭스콧은 2000년에 내놓은 〈디지털 캐피털-비즈니스 웹 파워〉란 책을 통해 '디지털 캐피털(digital capital)'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자본이나 노동, 토지처럼, 디지털 경제에서는 디지털 형태의 지식이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그의 학문 세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 중 하나인 〈위키노믹스〉(2006)는 디지털 캐피털이 비즈니스 웹을 통해 대규모 협업으로 확장되는 현상에 대한 연구이고, 〈디지털 환경서 자란 N 세대〉는 비즈니스 웹이 학습 웹, 정부 웹, 학교 웹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다루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디지털 캐피털이란 개념을 영국의 학자 로널드 코스(Coase·199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박사의 아이디어에서 빌려왔다고 전하면서 코스 박사가 자신의 학문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이런 데이터가 디지털 캐피털로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도 큰 기회이다. 나는 오바마 정부와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부를 하나의 플랫폼(Government as a Platform)으로 보는 아이디어이다. 정부는 이제 데이터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에 사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인명(人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라돈 가스에 관한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민간에서 이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수 있다. 정부는 또 해양 항해 예측(Marine navigation forecast) 시스템을 구축해 관련자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 분야도 좋은 사례다."

그는 법률과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의 정부 역할이 '정부 1.0'이라면,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정부는 '정부 2.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미디어는 '콘텐츠'가 아니라 '콘텍스트'를 만들라"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의 최신작인 〈프리(Free)〉와 관련하여 묻고 싶다.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뉴스 산업은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변해야 한다. 온라인 전문 뉴스인 휴핑턴포스트(huffingtonpost.com)의 영향력이 뉴욕타임스의 20배에 이를 정도로 막강하다. 나는 휴핑턴포스트에 무료로 글을 쓰는데, 수백개 댓글이 한 시간 안에 달릴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

크리스 앤더슨은 모든 종이신문이 '프리(공짜)' 시대에 결국 파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널리즘에는 훌륭한 역할이 있다. 내가 미디어 경영자라면 콘텐츠 공급자가 아니라 커뮤니티 건설자 역할을 생각할 것이다. 당신도 가령 N세대라는 주제로 한국어로 기사를 쓰고 토론을 붙일 수 있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N세대를 위한 인력 관리, 마케팅, 교육제도 개선, 민주주의 개선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너무 늦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It's all about the conversa tion)'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당신은 콘텐츠가 아니라, 콘텍스트(context)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조직화해서 콘텐츠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토론하게 하는 콘텍스트를 생산해야 한다. 콘텍스트 공급자가 되면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

―TV 세대의 탁월한 미디어 구루인 마샬 맥루한과 디지털 시대 미디어 구루인 당신이 모두 캐나다에서 배출됐는데, 캐나다의 특별한 환경과 관련이 있는가?

"(웃음) 흥미로운 질문이다. 맥루한이 활동했던 대학(토론토대학)에서 나도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 대학 총장이 최근 '두 명의 위대한 캐나다 미디어 권위가가 같은 대학에서 나왔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캐나다는 아주 넓은 나라여서 커뮤니케이션이 무척 중요하다. 또 캐나다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아 기존 관념과 구조,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지니고 있다. 캐나다는 또한 인문학적 전통이 강해서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닦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소용없다고 생각하지만, 비판적 사고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