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소리 11월의 소리 오늘도 해가 서산 쪽으로 기울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나의 일과다. 그렇게 산을 오르내리는 사이에 가고 오기를 거듭하는 계절을 따라 가을도 어느새 11월을 건너가고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 청우헌수필 2011.11.20
가을 점묘(點描) 가을 점묘(點描) 나를 가을 들판에 내 놓지 말아요. 제어가 안 돼요. 혼자 할 게요. 흙을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그리 좋을 수가 없어요. 아내의 손길이 바빠졌다. 들깨를 쪄서 말리고, 고춧대를 베어 고추와 잎을 따고, 널브러진 배추의 잎을 짚으로 묶었다. 고춧대를 뽑아낸 자리에 얼갈이 무와 배추, 케.. 청우헌수필 2011.10.25
가을의 정 가을의 정 어제는 누가 늘 열린 대문 안에 열무 한 움큼을 두고 가더니, 오늘은 또 누가 애호박 하나를 살짝 놓고 갔다. 나중에야 다 알게 되겠지만, 줄 때는 말없이 슬쩍 두고 간다. 마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이다. 가을이 오고 있다. 산에 듬성듬성 누런 잎이 보이기 시작하고, 푸르기만 하던 논들이 .. 청우헌수필 2011.09.26
그러나 가을은 -마성일기.44 그러나 가을은 -마성일기·44 이 한촌 벽지의 가을을 다시 맞고 싶지는 않았다. 온갖 풀이며 나무들이 무성하게 살고 있고, 질펀한 들판이 펼쳐져 있고, 우뚝한 산이 사방으로 둘러쳐진 곳의 가을은 한 번만 겪는 것으로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산이며 들판의 그 현란한 빛깔의 잔치, 여기 저기서 툭툭.. 마성일기 2006.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