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수필

캄보디아·홍콩 여행기(8) -홍콩의 밤거리

이청산 2007. 1. 22. 16:02

캄보디아·홍콩 여행기(8)



 ㅇ 홍콩의 밤거리, 그리고 돌아가기

 

6시 50분 식당을 출발했다. 꽃 파는 홍콩 아가씨가 있다는 '낭만의 거리'로 간다고 했다. '紅감車站(Hung Hom Station)'이라는 홍콩의 하나뿐인 기차역 부근을 지나간다. 북경까지는 4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터널을 지나 홍콩섬을 향해 간다. 홍콩섬에 닿아 빅토리아 로드를 올라간다. 해발 550미터의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 太平山)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 영국이 이 곳을 식민지화하고 있을 당시, 영국 고위층들이 연회를 즐기기 위해 개발하였다고 한다. 노역은 중국 사람이 담당하고, 소수의 영국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주민이 이곳에 오면 도둑으로 몰렸다고 한다. 버스도 오르기 힘겨운 듯 엉금엉금 기듯이 오른다.  간호원과 환자가 1:1이라는 홍콩 최고 설의 병원을 지나간다.

빅토리아 피크레서 본 홍콩 야경7시35분 산정광장(PEAK GELLERIA)에 이른다. 홍콩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산정에 서니 찬란하게 드러나는 홍콩 야경, 화려한 불의 꽃밭이었다. 꽃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건축물마다 찬란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많은 건물들의 네온은 여러 가지 그림을 바꾸며 움직이고 있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피크 트램(peak tram)이라는 산정 열차를 탔다. 피크 트램은 영국이 홍콩을 지배하고 있을 당시인 1888년부터 운행했다고 한다. 45도 각도로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는데 그대로 곤두박질 칠 것만 같았다. 올라갈 때의 방향으로 놓인 좌석에 앉아 내려오는데, 의자가 내려오는 방향으로 놓여 있다면 앞으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동네에 이르렀을 때는 빌딩이 모두 트램을 향해 쓰러져 내릴 것만 같았다.

8시15분 태평산을 떠난다. 차를 달리며 가이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홍콩에서 한류 열풍이 거세게 일어났는데, 드라마 '대장금'과 탤런트 이영애와 가수 '비'의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대장금' 열풍에 영향을 받아 비만 예방을 위해 모든 초등학교에서는 주2회 한식을 제공하도록 했으며, 김치가 아주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 궁중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사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 1,600명이 와서 강력하게 WTO 반대 데모하는 것을 보고 홍콩사람들이 크게 놀랐다고 한다. 낭만의 거리에 있는 영화 촬영 장면 부조

새벽 3시 비행기를 타고 귀국 길에 올라야 하기로 오늘밤의 여정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라 한다. 9시5분 꽃 파는 홍콩아가씨가 있다는 '낭만의 거리'에 도착했다. 바닷가 한켠에 이소룡의 동상이며 영화 촬영 장면을 부조로 세워 놓은 산책로였다. 많은 연인들이 거닐고 있었다. 꽃 파는 아가씨를 만날까 하여 한참을 걸었지만 그 아가씨는 보이지 않고 면화당(棉花낭만의 거리에서 파는 솜사탕糖, cotton candy)이라는 솜사탕을 팔고 있는 점퍼 입은 소녀가 포장마차에 앉아 있었다. 거리에 잠시 서서 바다 건너편을 보니 네온사인으로 그려내는 홍콩섬의 야경이 휘황 찬란했다. 우리나라 기업인 'SAMSUNG'도 찬란한 네온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9시40분 낭만의 거리를 나섰다. 거리를 달려 야시장 부근에 내렸다. 우리 여정의 마지막 행로다. 넓지 않은 도로에 들어차 있는 노천 식당에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연인, 친구들과 함께 온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야시장의 노천 식당노천 식당을 지나니 빽빽이 줄지어 있는 거리의 가게들, 찬란한 불빛과 함께 수많은 가게들에는 자잘한 일상용품부터 각종 의류며 전자 제품, 공예품과 미술 작품, 완구와 장식품, 보석과 시계, 여러 과일 등, 채소류나 어육만 빼놓고는 없는 것이 없는 듯했다. 가설 가게 옆의 도로가 상가에는 온갖 식당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여러 피부색의 사람들이 가게들 사이를 채웠다. 번화가에는 명품 쇼핑 센터가 즐비한가 하면 야시장 풍경백열등 흔들리는 진열대 위에 싸구려 일용 잡화들을 빼곡이 차려 놓고 소리쳐 손님을 부르는 야시장도 있다. 향기로운 항구 홍콩(香港)은 화려함과 소박함, 세련미와 촌스러움, 부유와 가난이 스펙트럼이 발산해 내는 여러 가지 빛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을 걷다가 보니 발도 다리도 다 아팠다. 어느 식당의 노천 탁자에 앉았다. '老掌拒'라는 이름의 중국 술과 맥주를 청했다. 중국 술과 맥주를 함께 마시며 마른 목을 축였다. 이국 여정의 마지막 밤, 마지막 술잔 속으로 밤이 깊어 갔다. 12시에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캄보디아 여정이 역사 탐방이었다면 홍콩 여정은 생활 탐방이라 할까. 높다란 빌딩들이 임립한 거리, 찬란한 야경, 그리고 갖가지 상품(商品)을 통해서 보는 홍콩이란, 홍콩의 삶이란 화려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싸구려 물건을 파는 야시장이 있고, 4평의 단칸방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있는 홍콩이다. 부를 이웃을 위해 베풀 줄 아는 부유층이 있는 홍콩, 그래서 계층간의 위화감을 모르고 사는 홍콩은 그 이름만큼이나 향기롭고 따뜻한 도시라는 인상을 간직한 채, 구룡반도를 떠나 공항이 있는 홍콩섬으로 간다.

 

2007년 1월 5일. 홍콩섬으로 가는 해저터널을 통과한다. 그 화려했던 홍콩의 밤거리를 벗어나 0시30분 첵랍콕공항에 닿았다. 3시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다. 현지가이드가 분주히 출국 수속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그는 돌아갔다. 일행은 출국 대기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기도 하고 환담을 나누기도 하는 사이에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2시10분부터 탑승을 시작한다더니 3시가 다 되어서야 출국 게이트를 열었다. 3시10분에 탑승을 완료하여  3시20분에 이륙했다. 눈을 감았다. 깨이고 잠들기를 되풀이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리나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

이제는 우리의 시간이다. 홍콩보다 한 시간을 물려야 한다. 6시경 지상의 불빛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했다. 7시에 대구공항에 닿았다. 모두들 잠에서 막 깬 얼굴로 비행기를 내려 공항을 빠져 나왔다. 아직도 미명의 어둠이 공항을 덮고 있다. 그 미명 속에서 우리의 여정이 끝났다. 일행은 무사 귀환을 기념하는 박수를 치고 헤어졌다.

 

후진국과 선진국, 시골과 도시, 빈과 부, 여름과 봄, 과거와 현재, 역사와 생활 속을 오갔던 캄보디아와 홍콩 여정-. 그렇게 다른 세상들을 단 며칠 사이에 오갈 수가 있었다니, 꿈속을 헤매다가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사이에 날이 밝아 온다. 우리의 지난 여정도 그 미명으로부터 쉽게 지워지지 않을 추억의 장이 되어 인화되는 사진처럼 하나, 둘 뇌리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네 인생도 여행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며칠 비워 두었던 집을 새로운 마음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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